나를 봐요!(1)-1일차

by 향다월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러분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분명 혼자서 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관심을 가져줬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소소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저는 스토커입니다! 잠깐! 성급한 오해는 거둬주세요! 저는 세간에서 익히 알고 있는, 뒤틀린 연애관과 동물적인 패배주의에 빠진,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 주제에 사랑꾼 행세를 하는 잡범이 아닙니다! 저의 주 일과는 관찰이고, 그 실력과 양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뿐입니다. 애석하게도 이런 저의 유능함을 ‘스토커’라는 단어가 가장 잘 표현해 주기 때문에 저를 스토커라 소개한 것입니다. 그러니 알량한 정의감으로 저를 적대하거나 공연한 경찰 신고로 공무 집행을 어지럽히지 말아 주세요! 애초에 여러분이 각자의 윤리관으로 저를 막을 수도 없고, 경찰들은 저의 존재를 꺼리기만 할 뿐입니다. 말했잖습니까, 저는 유능하다고. 저의 유능함은 선악과 승패, 영욕과 은원 그리고 분야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무한합니다. 당신의 표정이 그닥 좋아 보이진 않군요. 사실판단에 의거한 단순한 자기소개가 허풍 섞인 사담처럼 여겨지는 것은 유능한 존재의 일상적인 딜레마입니다. 그리고 저는 유능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문제도 아닙니다! 아이고 말이 길어졌군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닌데 말이죠. 오늘 당신을 초대한 것은 제 영험한 관찰능력을 눈동냥 혹은 귀동냥으로 체험시켜주고자 함입니다. 그 어떤 실습보다 우월한 시범으로 제가 관찰하는 다른 사람들의 작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전혀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위인들의 비겁하고 뻔뻔한 인생철학처럼 뻔한 시선을 제시하지도 않을 거고, 그들처럼 그들이 주시하는 인간들을 사랑하는 척하며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저는 절대 꼰대가 아닙니다. 당신의 인내심이 한계를 맞아 자리를 뜨더라도, 충분하지 않은 용돈으로 잘난 체하고 싶은 친척들처럼 궁시렁대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모든 명예를 걸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명예가 없지만 말이죠. 사실 저는 굉장히 명예로운 존재지만 사람들이 저의 가치를 외면해 버렸습니다. 스토커라는 말이 내포하는 의미는 당신도 잘 알죠? 당신도 분명 그 작자들에 포함되겠지만 저는 평행선의 분노를 느끼지 않겠습니다. 이제 빈말이 아니더라도 서론이 길어졌군요. 오늘부터 며칠간 저와 함께 떠나봅시다!




월요일은 주말에 한 숨 돌린 사람들이 다시 일과로 복귀하는 날입니다. 성실의 나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그 입국 절차는 상당히 괴롭습니다. 커피 한 잔과 담배 몇 개비로는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요. 누군가는 월요일 오전 9시쯤 지옥을 연상하고는 합니다. 저요? 저는 어떠한 나태와 괴로움도 느끼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나쁘게 말하면 기계적인 거고 좋게 말하면 일관된 것이겠지요. 심지어 저는 너무 유능하기 때문에 딱히 주말이라고 제 업무를 멈추지는 않습니다. 이런, 저와 당신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이 다시 멀어진 것 같군요. 하지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의 유능함을 직시하지 않으시면 저와 당신의 동행은 끝에 도달할 수 없을 테니까요! 여기! 당신과 좋은 의미로 상반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무미건조한 인사를 가족들과 나누며 집을 나섭니다. 평범한 아버지의 애환을 논하기 전에 그의 휴대폰 화면을 살펴보죠! 끈적하다고 해야 할지, 강압적이라고 해야 할지 은밀한 언어를 상대와 나누고 있군요. 주고받는 대화 몇 번으로 상대는 불륜녀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주말 직후인 월요일의 허점을 노린 걸까요? 저 남자는 오늘 저녁에 야근을 핑계로 다른 여자와 시간을 보낼 예정인가 봅니다. 아 당신 혹시 분개함을 느끼시나요? 인륜의 부조리를 낱낱이 뜯어고치고 싶으신가요? 혹은 당신은 다른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겠죠. 비일상적인 행위를 지켜보며 경외감을 느꼈거나, 숨겨 마땅한 행위를 목도한 데에서 오는 부끄러움에 전염되고 있거나, 아니면 당신도 비슷한 전적이 있었다면 때늦은 죄책감을 곱씹고 있을 수도요. 뭐가 됐든 당신의 감정들은 저와 함께하는 순간 동안은 접어두라는 게 제 조언입니다. 당신만 피곤해지거든요.


형이상학적인 교감은 제쳐 두고 그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봅시다! 정말 열심히네요! 부하 직원에게 최대한 명쾌하고 적절하게 업무를 지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그가 자신의 업무를 방해할 확률이 줄어드니까요. 상사에게는 분명하지만 허용되는 선에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래야 그가 자신에게 배당하는 추가적인 업무가 줄어들 테니까요. 당신은 조금 반성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이 남자는 월요병이라는 단어는 없다며 팬터마임으로 강론하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 원동력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 진풍경인 것이겠죠. 그가 후배와 담배 피우면서 하는 얘기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후배는 최근 아이를 낳아 여간 바쁜 게 아니라는데요, 돈도 많이 들지만 스트레스가 참 많이 쌓였답니다. 이 남자가 이런 담론에 끼는 거 자체가 관점에 따라서는 마이너한 코미디입니다. 팝콘 대신 땅콩과 맥주를 곁들이는, 친구들과 같이 보자고 소파에 앉았지만, 엔딩크레딧은 정작 혼자 보고 있는 그런 류의 작품들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어두운 방에서 지직거리는 티비를 상상하는 사이에 둘의 대화가 끝났군요. 놓친 당신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대충 이 남자는 후배에게 가정에 충실하다 보면 불안이 많이 줄어든다 뭐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말 뻔한 대답이지만 후배는 위로를 받은 것 같네요. 그가 뻔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슬슬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는군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깔끔한 정시 퇴근에 성공했군요! 그는 급하게 집에 늦어질 것 같다는 연락을 보내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합니다. 우리 주인공도 후배 못지않게 뻔한 인간이군요!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두죠. 부정한 둘의 애정행각을 살펴볼 필요는 없으니까요. 당신 혹시 실망하셨습니까? 실망하셨다면 무엇에 실망하신 겁니까? 당신은 그들의 은밀한 에로티즘을 기대했습니까? 아니면 하이라이트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제 그릇의 크기에 흥미를 잃은 것입니까? 저는 관음증 환자가 아닐뿐더러 금욕주의자도 아닙니다. 그들이 이른 시각에 모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한 시점에서 제 관찰은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관심을 거둔 것뿐이죠. 자, 첫날이니 일부러 자극적인 대상을 관찰해 봤습니다. 어떠셨나요? 네? 제가 그 사람을 관찰한 이유요? 아니 당신, 제가 원한 건 관찰에 대한 당신의 의견이지, 저에 대한 당신의 관찰이 아니라구요! 뭐 그래도 대답해 드리자면 딱히 없습니다. 숨 쉬는데 이유 있고, 숨 거둬지는 데에 이유가 있나요? 아 그러면 저의 감상이요? 이건 흥미로운 질문이군요. 하지만 죄송스럽게도 제 대답은 재미가 없답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당신은 제가 그 남자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했으면 하는 건가요? 제가 무슨 사립탐정입니까? 저는 그런, 임의적인 관찰에 국한된 애송이들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누차 말씀드렸지만, 저는 유능하니까요. 아무튼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무리 저의 유능함으로 당신을 인솔했더라도, 제 시선의 극히 일부분을 함께 나누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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