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회사에서 무의미한 면담을 하면서 듣게 된 말이 있었다.
비서경력 20년 차 (실제는 18년 차)이고 회사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비서이다
대한민국과 **(주)에서 이렇게 비서를 오래 한 사람이 없다.
그러니 비서직무 대신 정산직무로 바꾸면 어떠냐는
반 협박이자 본인의 생각을 강요받았다.
한동안 멘털이 무너지더라.
그동안 내가 이 회사에서 겹겹이 쌓았던 일들과 임원들 그리고 모든 것이
별거 아니라 하니..
현장에서 뛰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비서의 세계를 팀장, 당신이 아는가?
단순히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는 게 당신, 옳은가?
내가 틀릴 수도 있지 않은가?
이곳에서 15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는가?
높은 분들과 함께 스텝을 맞추고 눈높이를 맞추고 때론
임원의 대외 이미지를 위해 내 손으로 똥을 치워야 하고 그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오차를 실수를 줄이고 두 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완벽하게 만들며
희생했던 눈물과 웃음과 용기,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겪지 않으면 모를
그것들이 말 한마디에 아무것도 아니게 되니 허탈했다.
2주 동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출근하는 게 용했고 맡은 바 또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 나도 참.... 웃프면서
내 몸이 기억하고 내 뇌가 반응하는데 어쩌겠는가.
일은 일이니까 해야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객관화를 해보았다.
그리고 내게 떠오른 건 "분리"였다.
나 곧 회사
회사 곧 나
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팠고 그래서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이제는 분리할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너무 엉켜있고 하나로 되어서 유청분리하듯이 뭔가 필요했던 것.
안 그래도 퇴사를 준비했었잖아.
그렇기에 이 작업도 필요했던 거야. 그래야 내가 미련 없이 없을 테니까.
철저한 분리 후
나를 괴롭히던 재잘거림과 마음이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일에 대하여 태도에 대하여 선명해지니 일에 대한 스마트함까지 생겼다.
어려워하던 정산 작업도 이제는 후다닥 하게 되었다
오히려, 요청 한 분께 잘 못된 것을 집어주고 체크해 주기까지 짧은 시간에 레벨업이 된 것이다.
아, 이 시간이 필요했구나.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구나.
의심 없이 받아 드리게 되니
그리고 5월 시작과 동시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