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큰 탈 없이 시작
프랑크푸르트에서 뉘른베르크로 이동했다. 독일 여행의 본격적인 첫 도시는 뉘른베르크다. 기차로 이동했는데 역시 호텔이 기차역에 바로 붙어있다 보니 이동이 짧아서 굉장히 편리했다. 수인이와 첫 이동이라 아직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뉘른베르크까지는 독일 초고속 열차 ICE로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그 와중에도 수인이에게 이유식을 먹였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니 밥때를 놓치지 않고 잘 먹이는 것이 참 중요하다. 사실 기차 정도면 온도도 적당하고 테이블도 있고 해서 상당히 좋은 환경이긴 하다. 앞으로도 기차 이동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수인이는 뭐가 좋은지 유모차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밤에 잠도 잘 자고, 아침에도 아빠 엄마를 따라서 큰 떼도 없이 잘 다니는 우리 예쁜 딸. 사랑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첫 도시다 보니 뉘른베르크에서는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챙길 일은 뭐 그렇게 많고, 왜 문제는 항상 몰려오는지. 그래도 2~3일 지나니 잘 정착이 된 것 같아서 안심이다. 어쨌든 심각한 문제는 없이 잘 시작했으니 이때의 경험이 남은 시간을 좀 더 잘 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숙소 문제
숙소가 가장 문제였다. 뉘른베르크 중앙역에 내려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숙소에 도착해서 예약 확인을 했는데 직원이 한참 찾아보더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예약은 확실히 됐는데요. 아기 침대 때문에 별관으로 가셔야 합니다."
"네, 근데 무슨 문제 있나요?"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헐. 정말이었다. 옛날식 건물이라 중앙에 빙글빙글 돌면서 계단을 올라가는 방식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덕분에 수인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내가 유모차 채로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아내는 캐리어를 들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숙소가 이러니 하루에도 몇 번씩 이걸 반복해야 했다. 으... 정말 싫었다.
계단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숙소가 오래됐지만 나름 깔끔하고 물건들도 다 있어서 괜찮았고, 아기 침대도 있었는데 이 침대가 우리 자는 방에 들어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아직 우리 부부는 아이만 따로 재워본 적이 없다. 집에서도 아기 침대를 쓰지만 항상 같은 방에서 재웠다. 그런데 아기 침대가 방에 들어오지 못하다니. 결국 고민하다가 프랑크푸르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쓰는 더블 침대의 가운데에 아이를 재우고, 우리는 양 옆에 쭈그리고 잘 수밖에 없었다. 이럴 거면 그냥 엘리베이터 있는 본관에 가도 됐잖아. 어휴.
생활 준비
잠깐 머무르는 게 아니다 보니 뉘른베르크에서부터 독일에서의 생활필수품 준비를 해야 했다. 다행히 숙소 바로 앞에 Lidl이라는 독일의 약간 저렴한 대형 슈퍼마켓이 있어서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준비를 했다.
첫 번째는 유심. 로밍을 하자니 너무 비싸고, 와이파이 대여도 너무 비싸서 유심을 샀는데 그냥 되는 것이 아니고 웹사이트에서 등록을 하고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어찌어찌해서 성공. 잘 됐는지 찝찝하지만 일단 자동 결제도 막아놓았고, 데이터도 잘 되고 그러니 일단 된 걸로. 유심이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독일어 까막눈이기 때문이었다. 고작 아는 것이라곤 "왼쪽, 오른쪽, 당케" 정도? 모든 물건을 살 때 구글 번역의 은총이 필요했다. 독일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영 엉망이기에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했는데, 카메라만 대면 영어로 번역이 되니 이 얼마나 큰 은총이었는지! 구글 만세다.
두 번째는 물. 걱정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수인이가 물이 바뀌면 아무래도 탈이 날 수도 있으니까. 처음에는 에비앙이나 볼빅 같은 잘 알려진 브랜드를 살까 했는데... 그냥 슈퍼마켓마다 자체적으로 싸게 파는 물을 사서 먹였다. 수인이가 의외로 탈도 없이 잘 먹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덕분에 큰 걱정을 하나 덜었다.
세 번째는 기저귀. 분명히 서울에서 쓰던 기저귀 '포이달'이 독일 기저귀라고 했는데 독일에 와서 여러 곳에 가면서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없고, 아마존에도 없고. 그 회사 홈페이지에 가봐도 없고. 추측하기로는 사기는 아니고, 실제 독일에서 만들긴 하는데 제품만 수입해서 별도 브랜드로 포장을 해서 파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독일의 '몰텍스'라는 기저귀 브랜드를 사용했는데 발진도 없이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 하긴 몰텍스가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의 친환경 비싼 기저귀로 유명하니까. 근데 독일에서는 훨씬 저렴했다. 우리나라의 거품 물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수인이와 돌아다니기
10월 중순이지만 벌써부터 날씨가 쌀쌀했다. 뉘른베르크에서 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인이를 데리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혹시라도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지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주로 두 가지 방법으로 다니기로 했다. 유모차에 태우고 커버를 씌우고 다니든지, 아니면 엄마나 아빠가 힙시트를 하고 담요를 덮어주고 다니든지. 다행히도 수인이는 감기에 걸리지도 않고 즐겁게 함께 다녀주었다. 생각할수록 효녀인 우리 딸.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
뉘른베르크에서의 이틀째 오전, 가슴이 철렁했던 사건이 있었다. 숙소의 거실에 있는 소파에 수인이를 올려놓고 잠깐 다른 곳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긴 하지만 전혀 푹신하지 않은 카펫이라 사실상 돌바닥이나 마찬가지인데 소리가 들리자마자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수인이가 소파에서 떨어져 있었다. 수인이가 엄청나게 크게 울고 있는데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났다.
'심각하게 다쳤으면 어쩌지, 병원을 찾아봐야 하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엄청 놀라고 아팠는지 수인이는 울음을 쉽게 그치지 않았다. 쿵 소리가 났다는 건 머리가 부딪혔다는 소린데 일단 구토는 없는지, 그 외 피가 나거나 하는 건 없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다행히 그런 것까지는 없었고, 울음이 좀 더 가긴 했지만 그치기도 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 날 오전엔 모든 일을 취소하고 집에 있었고, 밤에 잘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수인이는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고, 밤에 잠도 잘 잤다. 휴. 얼마나 다행인지. 종교가 없지만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절대로 소파에 혼자 올려놓지 말아야지,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