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펜션 여행

숙소 중심의 새로운 여행 체험

by 본격감성허세남

독일 여행을 다녀온 후 많은 일이 있었다. 돌잔치, 우리끼리 한 수인이 생일파티, 이사간지 얼마 되지 않은 집 정리 등.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추운 겨울이 왔다. 아이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겨울이다. 감기라는 위험,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기에 생기는 답답함과 칭얼거림. 특히 수인이처럼 국토대장정형 아이에게는 겨울이 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봄이 살짝 가까이 오자마자 기념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처가 쪽 가족들과 함께였다. 흔히들 결혼을 하면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그 가족이 진짜 친밀한 가족으로 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아이가 아닐까 싶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수인이를 정말 사랑하신다. 외삼촌들도 수인이에게 각종 선물을 사주며 예뻐한다. 예전에는 모여도 웃을 일이 많이 없었는데 수인이가 태어난 이후로 웃음도 많아졌다. 가끔 장모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


"수인이 없었으면 이렇게 즐겁지 않을 거야 그치?"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수인이가 없었다면 이렇게 함께 여행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가 가지고 오는 변화는 꽤 크다. 그리고 그 변화는 꽤 긍정적이다.


이번 여행의 장소는 전라북도 부안으로 정했다. 수인이는 아직 걷지 못한다. 돌이 지난 지 3개월가량이 됐지만 언제 걸음마를 시작할지 감감무소식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유모차를 타고 다녔다. 햇살은 좋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아직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날씨는 아니다. 채석강에 먼저 들렀는데 수인이가 크게 흥미를 보이지도 않아서 결국 금방 숙소로 이동했다. 이 녀석 어린아이가 좋은 것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별 반응이 없네. 사람도 비교적 적고 걷기도 좋아서 아빠 엄마는 기분이 참 좋았는데 수인이는 그저 무덤덤하다니. 바다를 봤을 때 "어, 어"하고 소리를 내긴 했지만 잠시뿐. 아빠 엄마라도 좋았으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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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6. 3. 20. 오후 5 59 49.jpg "아빠 난 바나나나 씹을래요."


수인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숙소의 월풀이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공을 들였던 곳이 바로 숙소이기도 하다. 수인이가 없을 때는 숙소란 그저 여행에서 잠을 자기 위한 곳이었다. 하지만 수인이가 생기면서 숙소는 여행의 중심이 되었다. 아이와 함께 바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힘들다. 때문에 여행에서 실제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숙소다. 독일 여행에서 그 중심이 '주방이 갖춰진 아파트형 숙소'였다면 이번에는 '월풀이 갖춰진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숙소'였다. 그렇다 보니 부안에 고급 펜션 단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예약까지 하게 되었다. 수인이 덕분에 숙소 중심 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스타일을 우리도 체험하고 있다.


숙소는 참 깔끔하고 좋았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좋고, 넓어서 수인이가 마음껏 돌아다니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월풀에는 따뜻한 물이 잘 나왔기 때문에 수인이가 놀아도 감기 걱정할 필요도 전혀 없었다. 우리 딸이 물놀이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네. 한참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빼니까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로 돌아가면 이제 물놀이 많이 데리고 다녀야겠다.


물놀이를 마친 후 누군가는 산책을 가고, 누군가는 낮잠을 자고, 누군가는 티비를 보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서해안의 싱싱한 회. 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렇게 함께 먹으니까 생각보다 많이 먹게 되고 재미있었다. 우리 집 식구들의 경우 한 번 모이면 오랫동안 술까지 마시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반면에 아내 쪽 식구들은 술도 많이 마시지 않고 함께 하는 시간이 금방 끝난다. 집집마다 분위기가 이렇게나 다른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무엇이 됐든 수인이가 잘 노니까 기분이 좋다. 어딘가에 특별히 가지 않더라도 편안한 숙소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여행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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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이를 장모님께 부탁드리고 아내와 함께 잠시 밖으로 나왔다. 마침 바다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서해안에 왔으면 역시 일몰을 봐야 한다. 펜션이 해수욕장 바로 근처에 있는 터라 얼마 걷지 않고 멋진 일몰을 쉽게 즐길 수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덕분에 더욱 아름다웠다. 우리 부부는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덕분에 노을이 더 따뜻했는지도 모르겠다. '아... 아름답고 좋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좋은 순간에는 특별한 말이 필요 없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해가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수인이도 이렇게 좋은 거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다음에 우리끼리 와서 다시 보지 뭐."


이런 순간에도 딸 생각을 하는 우리는 딸바보 아빠 엄마였다. 어쩔 수 없다. 수인이가 태어난 뒤로 모든 것이 바뀌었으니까.


부안은 내가 참 좋아하는 곳이다. 대학생 때 처음 여행 간 뒤로 이번까지 다섯 번쯤 간 듯. 누나와 함께 왔을 때는 누나가 다치는 사고도 있었고, 혼자 왔을 때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내소사에 갇힐 뻔하기도 하는 등 여러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바다와 산 모두 멋진 흔치 않은 곳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고급 펜션이라는 매력이 하나 더 추가됐다. 다음번에는 아내와 나, 그리고 수인이 이렇게 셋이서만 한 번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번 여행은 월풀과 일몰, 이렇게 두 가지 키워드로 남았다. 그 두 가지면 꽤 괜찮은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사진 2016. 3. 26. 오후 6 25 16.jpg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바라본 서해안의 아름다운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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