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 가득한 이국적인 풍경

버스 타고 예류 다녀오기

by 본격감성허세남

둘째 날부터 갑자기 수인이가 기침을 가끔씩 하기 시작했다. 뭔가 걸렸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셋째 날이 되자 그 빈도가 훨씬 더 잦아졌다. 아무래도 여기 와서 감기에 걸린 것 같다. 날씨가 춥지도 않고,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긴 했지만 온도를 27도 정도로밖에 안 맞췄는데 왜 걸린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 습도가 높아서 그런가. 이제 3일째, 집에 돌아가려면 오늘 포함 아직 3일이나 더 남았으니 특별히 더 조심해야겠다.


계획 없이 그날 그날 상황 따라 정하는 여유 있는 일정이 이번 여행의 컨셉이다. 오늘도 역시나 늦잠을 마음껏 자고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날씨는 여전히 꾸리꾸리 하지만 비가 오지는 않는다. 예보를 봐도 다행히 비는 없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예류에 가기로 결정했다. 우라이와 마찬가지로 수인이 데리고 가기에 만만한 곳은 아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서 버스로 갈아탄 후 1시간가량을 버스로 가야 하니까. 그래도 과감하게 실행해보기로 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가리. '수인이도 좋아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가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걱정했던 감기는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아닌 것 같았다. 예류로 가는 내내 우리 딸은 방긋방긋 웃으며 아빠 엄마를 잘 따라주었다. 요즘따라 혀를 자주 낸다. 우리는 그걸 '둘리'라고 부르는데 대체 저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혀가 나오니 신기한가? 왜 그런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말 못 하는 아이와의 생활은 늘 궁금증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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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바다를 따라 쭉 걸어가니 드디어 예류 지질공원의 입구에 도착했다. 월요일이라 사람이 좀 적겠지 하고 생각했던 건 우리의 오산이었다. 유명 관광지답게 사람은 굉장히 많았다. 한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도 많았다.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의 위력을 이번에 대만 와서 새삼스레 실감하고 있다. 예전에 대만에 왔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한국 사람들이 곳곳에 보이고, 그래서인지 한국어 안내도 상당히 많이 늘었다. 이전에 대만에 간다고 했을 때는 사람들이 거기 뭐가 볼거리가 있냐며 궁금해했었는데 뭔가 나만 알던 매력적인 곳을 들켜버린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처음 대만에 왔었던 2009년에도 예류에 왔었다. 그런데 지금의 예류는 그때와 완전히 달랐다. 8년 동안에 입구 쪽에는 안내소와 각종 안내판들이 더 잘 정비되었고, 해안가까지 가는 길도 깔끔해졌으며, 사람도 훨씬 많아졌다. 그래도 변함없는 건 역시 이 곳의 기암괴석들과 주변 풍경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움이었다. 예류가 처음인 아내는 보자마자 감탄을 표했다.

"와, 어떻게 하면 바위가 저렇게 깎여?"


누군가는 화성 같다고 하고, 누군가는 버섯들이 가득하다고 하는 이 곳. 표현을 뭐라고 하든 이 곳의 기암괴석들은 여전히 놀라웠고 이국적이었다. 주변의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서 더욱 독특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런 풍경. 여행에서 참 보람찬 순간이 바로 이런 굉장히 이국적인 것들과 마주할 때다. 여행의 즐거움에는 사람, 음식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풍경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굳이 멀리까지 올 이유가 없지 않나. 다시 봐도 예류는 참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사진 2017. 3. 20. 오후 3 20 48.jpg 다시 봐도 놀라운 예류 지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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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도 처음 보는 풍경에 신났는지 여기저기를 열심히 뛰어다녔다. 감기가 대수인가. 그런 건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에너지가 넘쳤다. "수인아 춤 좀 춰봐."라고 말하면 어디서든 본인이 아는 유일한 춤을 들썩들썩 췄다. 가만히 서서 무릎을 위아래로 굽혀가며 온 몸을 들썩이는 것이 유일하지만 어찌나 우습던지. 어린 나이에 이런 신기한 풍경도 보고 수인이는 참 좋겠다. 물론 기억은 하나도 못 하겠지만. 아마 나중에 사진과 글을 다시 보면 상당히 억울할 것 같다.


중간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수인이에게 쥐어줬다. 그리곤 '돌멩이 친구'라고 이름 붙여줬다.


"수인아, 돌멩이 친구 저기로 던져봐 봐."

"돌멩이 친구 없어졌네. 어디 갔지? 어디 갔을까?"


이런 식으로 잠깐 놀았는데 나중에는 빼앗으니까 울기까지 했다. 그냥 흔한 돌멩이인데 그걸 친구라고 해줬다고 저렇게나 소중하게 여기고 빼앗기기 싫어하다니. 평소에 놀이터에서 놀 때 보면 다른 친구들에게 관심도 별로 없는 녀석이 왜 굳이 돌멩이만 저렇게 소중하게 생각했을까. 역시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한국 여행객들을 보면 '예스진지'라고 해서 예류와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묶어서 택시나 버스로 하루에 다니기도 하던데 우리는 그런 건 꿈도 못 꿨다. 여기저기로 걷고, 구경하고, 사진 찍고, 간식도 조금 먹이고 하다 보면 금방 3~4시간이 훌쩍 갔다. 우리 가족에겐 이런 여유로운 여행이 맞다. 원래 돌아갈 때는 기룽(Keelung)으로 버스 타고 가서 거기서 기차를 타고 타이페이로 가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기룽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원래 왔던 코스 그대로 타이페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수인이 없다' 놀이를 하며 귀여움을 떨던 우리 딸은 중간에 잠이 들었다. 예류 왕복 버스는 우라이 버스와 다르게 더 큰 좌석버스라 한층 편안했다. 유모차는 짐칸에 실을 수도 있고 심지어 와이파이도 됐다. 참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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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7. 3. 20. 오후 4 14 15.jpg 수인이가 소중하게 여긴 돌멩이 친구
사진 2017. 3. 20. 오후 5 16 21.jpg "아빠, 나 여기있어요!"


타이페이로 돌아와서 숙소로 가기 전에 저녁을 먹으려고 새로운 곳에 가봤는데 굉장히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대만 요리를 개성 있게 해석해서 깔끔하게 내놓는 곳인데, 그렇다고 퓨전은 또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식당의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보기에도 훌륭했고 무엇보다도 맛이 굉장히 좋았다. 이후까지 포함해서 대만에서 갔던 식당 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곳이다. 여긴 특별히 다음에 좀 더 자세하게 적어봐야겠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은 기분 좋은 날. 이런 날을 보내고 나면 진짜 '휴가'라는 느낌이 든다. 벌써 3일. 여행의 기다림은 길지만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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