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 징가리(Petra, Zingari)
오늘은 무척 기분이 좋다.
금요일이라서
그리고 드디어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작가님이신 친구가 알려준 브런치라는 앱.
너도 글을 한 번 써보라고 권하기에 뚝딱 하나 써서
호기롭게 도전하였으나 보기좋게 낙방.
이거.. 호락호락하지 않구만..
그 후로 정성스레 몇 개의 글을 더 써놓고
열심히 갈고 닦아 다시 도전해 보았다.
서랍에 저장해둔 글 중에 가장 맘에드는 세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선택하고
300자 안에 작가를 향한 나의 불타는 의지를
최대한 알차게 담고 담아
다시 한 번 도전!
눈 딱 감고 작가신청을 클릭하고 잠들었으나
다음날이 되니 조마조마 해지기 시작했다.
지난번에는 금방 알림이 오는것 같더니
왜 이렇게 24시간이 다 되는데 소식이 없지?
또 떨어지면 또 도전해봐야하나.. 이제 그만해야 하나..
친구는 한 번에 됐다는데
역시 내안에 작가세포란 녀석은 없는가보다.
이런 저런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다가
퇴근 무렵, 알림이 도착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예!
됐다 됐어.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됐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신이 난다.
학창시절에는 뭐 쓰라고 하면 그렇게 싫어하던 내가
작가에 도전을 하다니, 그리고 합격하다니.
얼씨구나 신난다.. 풍악을 울려라..
합격 기념으로 내가 좋아하는 타코를 포장해서
신나게 들고 나오는데 문득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인데..’
비슷하게 생긴 레이블이 하나 떠올랐으니
역시나 예쁘다는 이유로 언젠가 덥썩 데려왔던
페트라 징가리 (Petra, Zingari) 2017
와인잔 안에
장미 꽃잎을 한 장 떨어뜨려 놓은 것만 같다.
핑크와 주황색 수채화 물감에
맑은 물을 섞어놓은 듯한
립스틱 색깔에 이런 색이 있으면 당장 사고싶단 생각
동글동글 스월링 할 때 생기는 소용돌이마저 아름답다
과일향.. 보다 더욱 느껴지는 꽃향기와 풀향
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바디감
은은한 오크
산도와 탄닌의 조화
서서히 올라오는 달콤함도 매력적이다.
딸기, 체리, 베리, 플럼의 향이 느껴진다.
약간의 짠맛과 쿰쿰한 향 마저 맘에든다.
호불호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호.
가끔, 잘못 걸리면 마굿간 냄새가 나기도 한다는데
다행히 난 그런 것은 느끼지 못했다.
확실히 한 텀 쉬고 마시면
달콤함이 더욱 올라온다.
바닐라의 부드러움도 느껴진다.
다음날 다시 만났을 때
눈물자국은 더욱 진해졌다.
과일과 간단히 함께했을 때도 잘 어울렸다.
이녀석은 결국 총 세 번에 걸쳐서 맛보게 되었는데
마지막 날은 피자와 함께 했다.
피자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해서
딱 한잔 남겨두고 다음날 피자를 주문해보았다.
산미가 꽤 있기 때문에
산미를 자극하는 과일보다는
향이 강한 음식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라 미처 준비할 시간 없이
냉장고에서 꺼내서 시원한 상태로 마셨는데
의외로 좋았다. 레드를 시원하게 마시다니.
기분좋은 날,
기분좋게 함께 했던
동글동글 예쁜 와인.
페트라 징가리 (Petra, Zingari)
종류: 레드와인
생산국: 이탈리아
생산지: Toscana
품종: Merlot, Syrah, Petit Verdot, Sangiovese
ALC: 13.5%
구입처: 춘천세계주류마켓
가격: 2만원대
병 목에 '93'이라는 띠를 자랑스럽게 두르고 있는 이 와인은 2019년 와인스펙테이터에서 93점으로 Top 29에 랭크되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와인이라고 합니다.
징가리(Zingari)는 '집시'를 뜻한다고 하는데요, 고대 순례자들과 여행객들이 오가던 유럽과 로마를 연결하는 아우렐리아 거리에 있던 샘물이 기원이라고 합니다. 옛날 순례자와 여행객들이 모였던 것 처럼 이 샘물 주변에 메를로(Merlot), 시라(Syrah), 쁘띠베르도(Petit Verdot), 산지오베제(Sangiovese) 4개의 포도 품종을 동일한 비율로 재배하여 와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빨려들어가는 듯한 동그란 레이블 모양도 이 샘물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하네요.
페트라(Petra) 와이너리는 소유주의 딸에 의해 199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현재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여성 와이너리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레이블 디자인이 감각적이고 예쁜가봅니다.
유화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물감을 섞을 때 섞이면 섞이는 대로
섞이지 않는 것은 섞이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그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레이블을 보고 제 파레트를 보는 듯 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한 포도밭에 4가지 품종을 재배해서 만들었다니
웬지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제 하얀 도화지 위에
글이라는 그림을 그려보려 합니다.
워낙 글재주란 없는 저 인데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제가 그림을 좋아하는 것 만큼이나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도
한 가지로 딱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기분따라 느낌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음 노트를 작성해보고
다른분들의 시음 후기와 비교해보다 보면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조금 다른 부분도 있고
상당히 다르게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느낌, 다른 취향
그냥 순간 순간의 느낌대로 기록합니다.
제가 맛있게 마신 와인을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게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답은 없으니까요.
와인 에세이 라고나 할까요.
그저 홀짝 홀짝 와인 한 잔 하면서 했던
이런 저런 생각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와인 한 잔 즐기는 마음으로
가볍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