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은 나의 힘

by 유스
가끔 '어른 기분'을 내고 싶을 때 칵테일을 마시러 간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내가 비싼 음료수를 마시러 왔구나.'


20대 중반 회사 일 때문에 육군 부대 사람들과 회식을 한 적 있다.

난 경악했다. 군인이란 이런 것이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나는 여자)


어딘가에서 끝도 없이 무언가를 꺼내 그 모든 것을 섞어서 원샷.

술이라면 자신있었던 나는 다음날 예정이었던 회사 워크샵을 대신하고 새벽, 응급실로 실려갔다.

"탈수 증세가 있긴 한데, 입원할 정도는 아니에요."


회사 선배는 막내 주제에 워크샵에 빠지냐며 초 흥분 상태. 그녀는 아침부터 부재중 전화 10통을 남긴다.

"술 조절도 못해서 무슨 사회 생활을 하냐?"


꾸짖는 선배의 전화에 기어가는 목소리를 짜내 한 마디를 던진다.

"..군인들하고 마셔보셨어요..?"



생각해보니 술을 마시고 응급실에 간 적이 그때가 처음은 아니다.


생애 '첫 술'을 마셨을 때, 내 나이 18세.

옥상으로 향하는 친구 아파트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친구가 집에서 빼온 파란색 소주 한병과 집앞 슈퍼에서 산 숏다리를 질겅 씹었다.

나는 딱딱한 음식을 씹는 걸 힘들어하는 구강구조다. 그날은 달랐다. 소주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내 생애 가장 열심히 숏다리를 씹었다. - 간혹 '치열하다'는 표현을 쓸 때마다 나는 숏다리를 씹던 십대의 내가 떠오른다. -


쓴 맛인지 짠 맛인지 단 맛인지,는 모르겠고 나는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단단히 잠긴 아파트 옥상문을 뒤로 하고 나는 당당하게 친구 집으로 향했다. 친구의 온 가족이 있는 그 집으로.

그리곤 화장실에서 숙면을 한 뒤 응급실에 갔다. 무려 대학병원으로.


의사 선생님의 코는 예민했다.

분명 눈으로 '새파란 고딩놈이 술을 마셨네. 어쭈' 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결코 입밖으로 밷지는 않으셨다.


대신 배를 콕콕 찌르며 연신 던지는 질문.

"아파요?"

"..선생님. 누르니까 당연히 아프죠."



나는 아직도 가끔, 술을 마시면 생각이 난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마시던 군인들의 웃음과 배를 콕콕 찌르던 의사 선생님의 눈빛과 화장실 밖에서 들리던 친구 부모님의 혀 차는 소리.


아, 이거 진짜 안주가 따로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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