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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홀 그리고 한인잡.

by JUNO

호주 떠나기 전, 그리고 한 달까지만 해도 한인 잡은 절대 안하리 하며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돈을 모으려다 보니 2 잡도 모자라 3 잡을 찾으며 시급도 나쁘지 않던 한인잡에 지원하고 첫 출근에 나섰다. 호주 워홀 인생 처음으로 한인 직장동료에다 사장까지 만나며 한국어로 대화하니 참 새로웠다. 구수한 영어를 지니시고 동네 아저씨 같은 사장님과 호주 워홀을 위해 여기까지 온 내 또래 2명 여성분.


주방에서 늘 외쳤던 "Behind!"가 아닌 조심히 굉장히 낮은 톤으로 "저..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어색해죽는 줄 알았다. 물론 호랑이는 야생에 있던, 우리에 있던 호랑이지만 난 호랑이가 아닌가 보다.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한국사람끼리의 예의바름은 어쩔 땐 독이 될 수가 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영어가 정말 확 줄어듦을 느낀다. 부족한 내 영어실력에 대한 변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읽기는 그대로지만 내 말하기, 듣기 실력은 오늘 한국인과 8시간 일하고 나서 바로 로컬잡에 출근하고 호주 셰프와 대화를 하는데 평소에는 잘만 들리던 문법이 어색해졌다. (어젯밤 영어 영상 보며 영어 귀를 만들어낸 그 귀를 돌려내! 하며 말이다.)


호주인생 처음으로 이렇게 한국인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본 건 처음이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영어 실력 상승에 있어 나에게 한인 잡은 절대 피해야 하는 곳 중 하나이다. 차라리 침묵을 하며 영어로 혼잣말을 할 수 있는 일이 낫겠다 싶다.


그리고 오늘 또 느낀다. 난 한국인이랑 일하기 싫다. 사람이 싫은 게 아니다. 한인 잡을 하며 한국인과 어올리고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들과 편함을 느껴 자연스레 그 무리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다 같이 맥주를 마시며 여행을 떠난다? 어... 악몽이다. 정말 즐겁겠지만 사양하겠다. 마치 초콜릿을 눈앞에 두고 거부하는 기분.


오늘의 글은 개인적인 생각이 강하게 나타나있다. 한인잡에 대한 단지 나만의 생각이고 호주에서 장사하시는 한인분들은 정말 존경한다. 타지에서 사업을 차리고 또 이걸 이끌어나가는 건 정말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리고 쉽지도 않다. 오늘 사장님과 같이 일하면서 그분의 절실함과 진심을 눈앞에서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누구보다 열심히 하신다. 많은 동기부여를 주신 분이다. 하지만 이번 연도 이후 호주에서의 한인 잡은 절대 안 하기로 나에게 약속하겠다.


끝으로 모든 한인 워홀러분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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