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가족 내 보이지 않는 암투

by 마음벗

힘을 가진다는 것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편 가르기’다. 누구를 내 편으로 세울 것인가, 누구를 반대편으로 밀어낼 것인가. 이 과정은 눈에 보이는 싸움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긴장은 언제나 공기처럼 흐르고 있다. 마치 누군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그 줄에 묶인 채 어디로 끌려가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서 있는 것과 같다.


아버지는 집안의 대장이다. 하지만 실질적 가정 내에서의 작은 결정들은 어머니가 담당한다.

그 둘의 줄다리기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는 답답한 듯 항상 말을 잇지 않고 나가 버리기 일쑤였다.


“어쩌다 두 분은 저렇게 되어버린 걸까?”라는 물음이 절로 따라온다.

아버지는 세상 이치에 밝고 눈치도 빠르며 나름의 원칙과 규칙을 지니신 분이다.


반면 어머니는 엉뚱한 말을 곧잘 하고, 실수를 수시로 저지르며, 한 번 단정 지은 것은 좀처럼 수정하지 않는 고집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가 답답하고 미련하다고 생각하셨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권위적이며 자기중심적이라고 여기셨던 것 같다.

결국 두 분은 평생을 서로를 애증 하며, 그렇게 엇갈린 마음을 안고 살아가셨다.


그렇게 사소한 다툼 후 아버지께서 혀를 끌끌 차며 자리를 떠나시면

남은 어머니는 아들이건 며느리가 됐든지 곁에 남은 사람에게 아버지의 과거 잘못까지 들먹이며 흉을 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솔직히 너무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한 사람의 모든 치부를 들어네 털어 벌이는 모습이 소름 돋기도 했다. 시아버지는 삶의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털렸다.

"내가 얼마나 불쌍한지 알지.", "저런 사람 만나서 내가 고생이었어." , "너는 내 마음 알지?" 네가 내 편이어야 해. 하지만 정작 그 말은 ‘너는 저 사람의 편이 될 수 없어’라는 압박으로 들렸다.


또 다르게 며느리를 은근히 시험했다. “그때 내가 한 말, 맞지?” 동의하지 않으면 섭섭해할 것이고, 동의하면 또 다른 관계가 무너진다. 결국 나는 늘 줄 위에 서 있었다.

사람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누군가를 위해 내 마음을 내어주면, 다른 누군가를 배신하는 듯한 죄책감이 따라온다.

중립을 지키려 침묵하면, 역적이 된다.

며느리는 결국 누구에게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결정을 했다.

며느리를 일방적으로 당기는데, 며느리는 그쪽에 서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해 보이지만, 며느리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그들만의 과거 이야기를 내가 판단해 잘잘못을 따질 이유는 없었다.

그 문제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몫이었고, 나는 다만

그 오래된 문제들을 그들 스스로 잘 해결하고 마무리 지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며느리는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 수 없었다.

누군가의 편에 서야만 한다는 강요는 며느리를 점점 위축되게 만들었다.


며느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관계의 이면을 보게 되었다.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불만을 똑같이 느끼고 나의 편이 되어 아버지를 나쁜 사람이라고 몰아 부쳐 달라는 마음을.


자기 자리를 지키고 싶어 하고, 자기편을 늘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 편’과 ‘네 편’을 나누게 된다. 이간질은 결국 자기 존재를 지키기 위한 불안한 몸부림이었다.


며느리는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가 서고 싶은 방향과 자리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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