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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버 Aug 18. 2021

'그날' 이후 그 오빠는 밥 먹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전혀 귀엽지 않은 막내


최종 합격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모인 10명.


성비로는 남 6명 / 여 4명, 나이대는 내가 22살 막내이고 띠동갑 차이의 34살 남자분이 가장 연장자였다. 너무 밝은 분이라 전혀 예상 못했는데,


공부기간만 8년 + 면접 불합격 3번의 비운의 사나이였다. 먼저 취업해서 직장인이 된 친동생이 학원비를 대줬다며 동생에게 효도(?) 해야 한다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쾌활 발랄 그 자체인 분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며 조금씩 친숙해질 때쯤, 맨 처음 면접스터디 모임을 결성한 '전직 직업군인' 출신이 스터디 계획 얘기를 꺼냈다. 매번 카페나 스터디룸을 빌리는 건 다들 수험생 신분이라 지출에 대한 부담이 컸다.


다행히도 가장 큰 고민이었던 스터디 장소는, 한 대학교의 창고 같은 곳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허름하지만 그곳은 우리만의 아지트가 되었고 간단하지만 나름의 규칙도 만들었다.

 

* 주 3회 스터디 참석 (불참/지각 벌금)
* 가지고 있는 모든 족보 공유
* 검찰관련 예상 상식문제 문답은 순서대로 준비 등






필기 준비만큼은 아니지만 다들 꽤 열심히 준비했다.

물론 스터디 끝나고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노는 날도 꽤 많았다...-_-


면접스터디 때 커플이 많이 생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충분히 이해가 갔다. 매일 카톡 하고, 짝지어서 얼굴 보며 모의면접 연습하고, 저녁에는 밥 먹고 술 마시는 날도 많으니 성인남녀(?) 사이에 충분히 로맨스 비스무리한 게 끼어들 수 있는 모임이었다.


스터디 모임 내에서 나는 내 이름보다는 '막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언니, 오빠들의 도움과 애정을 듬뿍 받았다. '전혀 귀엽지 않은' 막내임에도 나이가 더 어리다는 이유로, 많이 예뻐해 준 조원들이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무래도 공부한 시간도 짧고 정보를 공유해 줄 인맥이 전혀 없던 나는 거의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다.






어느 날, 경찰이신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로 검찰직만 준비했다는 10살 많은 오빠가 따로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스터디 장소 근처 파스타집에서 밥을 먹는데, 그분도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고 나도 낯을 가리는 터라 어색 어색한 저녁식사자리였다. 밥을 먹고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나는 주차장으로 종종 따라갔고, 차를 보는 순간 고민을 했다.

 


옆자리에 타야 하나? 뒷자리에 타야 하나??



지금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옆자리에 앉는 게 너무나 당연한 건데, 나는 가장 상석인 조수석 뒷자리에 앉았다.



????



약간 당황한듯한 오빠의 모습에 '이게 아닌가?' 순간 생각이 들었지만 옮겨 타는 게 더 이상한 노릇이라 그렇게 집까지 모셔다 드림(?) 서비스를 받았다. 아빠 차 외에는 타본 적이 없고, 차 있는 남자 친구를 만나 본 적이 없다더라도...


나는 참 센스가 없었다. 물론 본인보다 어린 동생이 기특하여 밥 한 끼 사줬을 수 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감정만으로 따로 밥을 먹은 건 아니었던듯하다.


그 뒤로 모의면접 시간에 '상사와 차를 타고 갈 때 어느 자리로 모시는가?' 라는 문답을 작성하게 되었다. 그때서야 내가 앉은자리가 최고 상석이었으며 보통은 옆자리에 앉는 게 기본이자 예의임을 알게 되었고, 그날이 생각날 때마다 이불 킥을 뻥뻥- 해댔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 오빠는 한 번도 따로 밥 먹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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