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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버 Aug 17. 2021

너는 아직 어리니까 기회가 많잖아!


턱걸이로 합격한 필기시험.

기대감이 너무 없어서였을까? 부모님은 내 생각보다 훨씬 기뻐하셨고, 처음으로 아낌없는 칭찬을 받은 날들이었다.


기쁨도 잠시 면접의 압박이 슬슬 다가왔다. 공부할 때 면접에 대한 걱정은 당연히 하지 않았고, 특별히 인상이 나쁘지 않으니(?) '붙겠지 뭐' 안일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당해연도는 유난히 필기합격자가 많았고, 그에 따라 면접 탈락 비율이 30~40% 정도 될 거라는 얘기가 나왔다. 커뮤니티에는 '면접에서 떨어지면 멘탈 나가서 회복 불가 상태 될 거예요' 라는 경험자들의 글이 올라왔고 나도 급 불안해졌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떨어질 확률이 크다'는 말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면접관들도 사람인지라 나이가 있는 장수생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어리고 앞으로 기회가 많을 수험생을 떨어뜨리는 게 심적으로 덜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뭔가 일리 있는 말처럼 느껴지니 더 불안해졌다.






필기는 지방에서 준비했지만, 면접 준비는 노량진에서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 같은걸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면접은 20분 내외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인데 순발력이 부족한 나는 면접관 앞에서 염소처럼 '아... 음.. 그게...' 덜덜 떨다 나올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나도 일단 노량진에 가보자! 뭐라도 얻어와 보자(?)'라는 마음으로 노량진에 있는 가장 큰 공무원 학원에서 진행하는 면접 관련 설명회 참가신청을 했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노량진에 도착하니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장 큰 학원인만큼 면접설명회 교실이 넓었음에도 이미 많은 필기 합격생들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이미 노량진에서 함께 공부하며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있는지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왠지 어색했다.




드디어 면접 설명회 시작!

인터넷에서만 보던 대표원장이 들어와 간단히 학원 소개를 하고는, 해마다 바뀌는 면접 트렌드를 수험생들이 알 수 없으며 특히 이번 면접 탈락률을 강조하며 모두의 마음을 자극했다. 일명 '족보'로 불리는 예상 질의응답 자료 최신판과 필기 수업만큼 체계적인 면접 준비가 대형학원의 장점임을 강조하며 일장연설이 끝났다.



원장의 설명회가 끝나고는 갑자기 카드사 직원분이 들어와, '예비공무원님들'이라고 추켜세워주며 물 흐르듯 신용카드 발급과 마이너스통장에 대한 홍보 타임을 들은 후에야, '귀중한 자료집' 중 일부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필기 준비 때도 가지 않았던 노량진을 면접 준비하러 가고 싶지는 않다!'는 이상한 고집이 생겨 이번에도 혼자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하루 종일 들여다보던 공무원 커뮤니티에 지역 면접스터디 인원 모집 공고 글을 보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했다. 며칠 후 10명의 인원이 모이고 오프라인 모임 날짜를 정해 익명의 수험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그저 같은 지역에 사는 필기합격자 10명이 카페 한편에 뻘쭘하게 모여있다.


그동안 온라인상에서만 대화했기에 '동동 님' 등 닉네임으로 불렀으니, '진짜 이름'을 알리는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간절한 소망이 담겼지만) 남이 듣기에는 오글 거릴 수 있는 닉네임과 함께 간단한 신상명세를 밝히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공부했는지와 포부(?)등을 말한 후 1차 관문을 통과한 '예비'합격자들 답게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수험 생활하며 거의 1년 만에 새로운 사람들과 '친목' 느낌의 모임을 가지니 왠지 모를 묘한 설렘이 있었다.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만 있던 나는, 나이도 직업도 색다른 사람들을 만나니 어색하지만 더 신기했다. 처음 면접스터디 인원을 모으는 리더십을 보인 분은 전직 직업군인이었고, 면접에서만 3번을 떨어진 비운의 장수생도 있었다. 그리고 법대를 전액 장학금으로 다녔던 똑 부러지는 분과 행정직&검찰직 2관왕 합격자로 고민 중인 능력자도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합격이라는 강한 공동의 목표로 우리는 똘똘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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