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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an 28. 2022

평가는 면접실 안에서, 면접관들만 하는 걸까?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24

 면접은 불과 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100미터 달리기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면접에서도 아주 미세한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의 명암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엇비슷한 수준의 지원자들이 모인 최종면접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원자들은 흔히 평가는 면접실 안에서, 면접관들에 의해서만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착각일 뿐이다.

 면접을 위해 대기하는 휴게실이나 복도, 식당 심지어 화장실 주변에서까지 지원자들을 따라다니는 은밀한 시선이 있다.

 누구나 면접실에서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물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아니라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의도되고 연출된 모습이다.

 하지만 면접관들이 아무리 애를 써봐도 지원자들에게서 본래의 모습을 끄집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면접을 마치고 긴장이 풀리면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난 지원자라도 평소의 말과 행동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다. 연기 뒤에 가려진 진짜 얼굴들이 드러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원자들의 민낯을 들여다 보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민낯’은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본래 얼굴이다. 하지만 면접실에서 그런 얼굴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기업들은 면접관 외에 다른 직원들에게 지원자들이 대기할 때나 식사할 때, 혹은 면접실을 오가면서 보이는 특징적인 모습들을 눈여겨봤다가 따로 메모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표정이 내내 밝지 않음”, “다른 지원자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대화가 없음” 등등이다.  


 물론 지원자를 최종적으로 평가할 때 반영하기 위해서다. 면접 중에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던 지원자가 면접실을 나서자마자 표정이 싹 바뀌어서는 내내 인상을 찌푸린다. 식사나 이동 중에도 냉랭한 표정으로 옆의 지원자들에게는 눈길 한번 안 주고 입을 다문다.

  면접이 끝나고 이후 진행에 대한 안내를 할 때면 긴장이 풀려서인지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있거나 몸을 기대 졸고 있는 지원자,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로 옆사람과 잡담하느라 얘기는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지원자 등 천태만상이다. 면접에서 본 예의 바른 모습들은 온데간데없다.


“태도는 진심을 읽어 내는 가장 중요한 거울이다”- 한창훈(소설가)


 또 다른 지원자들에게 면접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 지원자들이 있는 곳에서는 면접에 대한 뒷담화가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필자는 화장실에서 방금 끝난 면접을 얘기하다가 육두문자 섞인 욕설까지 내뱉는 지원자를 보고 소스라칠 정도로 놀란 적도 있다. 방금까지 면접실에 앉아 밝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던 그 사람이 맞나 싶었다. 그 순간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면접실에서 마주했던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두 얼굴의 야누스’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흔히 이중적인 성격의 소유자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야누스’라고 표현한다.

 이 말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Janus)’신에서 유래했다.

 야누스 신은 뒤통수에 달린 얼굴로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 앞 얼굴로는 밝아오는 새해를 바라보았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처럼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은 비록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입사 후에 동료직원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아무리 면접실에서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면접실 밖에서 나쁜 평가를 받으면 가차 없이 탈락시킨다.

 면접실 앞 복도에서 대기하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지원자들을 따뜻하게 응원해주고 이런저런 유용한 정보들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더없이 인상 좋은 직원들이 사실은 지원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차갑고 매서운 ‘매의 눈’으로 관찰해서 냉정하게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섬뜩하지 않은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면접을 준비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정작 면접실 밖에서 점수를 다 까먹어서 탈락하면, 그것도 기억조차 나지 않는 무심한 언행이나 말실수 탓이라면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합격을 위해) 면접실 안팎에서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탈락을 피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해서만큼은 분명 정답이 있다.



 그러니 면접에 가서는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언제 어디서든 몰래카메라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자.

 면접에서 내가 머무르는 모든 장소가 면접실이고, 면접에서 맞닥뜨린 기업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면접관이라 생각하고 대하는 것이 지혜로운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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