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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Feb 11. 2022

뻔한 자기소개 vs Fun한 자기소개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10

 지원자 입장에서 1분 자기소개는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지원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 “내가 얼마나 우수한 인재인지” 대놓고 ‘자랑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1분 자기소개가 면접실에 등장하는 단골 질문인 만큼 지원자들은 하나같이 철저하게 준비한다. 당연히 그중에서도 튀어야 산다.


 면접실에서 누군가 입을 떼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그 시선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바로 자기소개의 주인공이다. 마치 무대에 홀로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생면부지인 면접관들과 다른 지원자들이 죄다 지켜보는 자리에서 ‘나’를 주제로, 그것도 자랑까지 곁들여서 이야기하려니 아무래도 껄끄럽고 민망하다.

 민망은 겸연쩍고 불편하다는 뜻이다. 스스로도 어색하니 웃음이 전염되듯이 어색함도 금세 전염된다. 면접실 분위기도 자연스레 어색해진다는 소리다. 핵심은 하나, 자기소개는 이래저래 부담 백배라는 사실.

 그러다 보니 면접관 입장에서 1분 자기소개는 딱딱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물론 1분 자기소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절제되고 정제된 표현으로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종일관 진중하고 심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형화된 1분 자기소개가 아니라 ‘재미’라는 요소를 내용 중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 면접관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는 효과 만점의 방법이 된다.

 이를테면 자신을 대표하거나 강점으로 내세울 만한 취미나 성격 중에 한 두 가지를 골라서 재미나고 맛깔스럽게 전달하는 식이다.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을 예로 들거나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물 등에 빗대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因緣)’이라는 말이 있다. 만남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살다 보면 우연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이 끈이 되어 다시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얼마 전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직원을 통해 새삼 인연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살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몇 해전 신입행원 1차 면접에서 필자가 면접관이었다는 것이다. 그 말에 화들짝 놀라서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만 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10여 년 넘게 해마다 신입행원 면접에서 수많은 지원자들을 만났으니 단박에 알아본다면 되려 이상한 일일 터이다.

 그때였다. 그 직원이 “그럼! 미어캣(Meerkat)하면 기억나실 거예요” 하고는 갑자기 두 발로 꼿꼿하게, 차렷 자세로 서서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살피는 미어캣 흉내를 냈다.

 익살스럽고 유쾌한 망보기 대장, 미어캣 특유의 표정과 자세를 보자 불현듯 기억이 떠올랐다. 맞다! 언젠가 면접이 끝나갈 무렵, 잠시 여유가 생겨서 자기소개 시간을 주자 벌떡 일어서서는 미어캣 흉내를 내서 면접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지원자가 있었다. 미어캣처럼 늘 웃는 얼굴로 주변 사람들을 살피는 배려심 많은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었다.



 그렇게 자기를 알아보자 당당하게 본인의 실력으로 입사한 것이면서도 “뽑아주셔서, 좋은 직장에 다니게 해 주셔서 고맙다”며 진심이 넘치는 감사의 인사를 건네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요즘은 지원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일절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이라서 면접관은 평가는 하지만 내가 합격점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면접에 갈 때마다 “과연 내가 제대로 뽑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뽑은 신입사원을 만나고 나니 썰물처럼 안도감이 마음을 스쳐갔다. 이제는 면접관으로서 나의 안목에 어느 정도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성싶다.

 면접관과 지원자 관계에서 이제는 선후배 사이로 만나게 된 신입행원과의 인연이 준 선물이다. 아무튼 몇 해 전의 만남인데도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생생하게 기억을 떠오르게 만든 것은 미어캣이라는 ‘별명의 힘’이었다.


 예시) 별명을 활용한 1분 자기소개

 “거리에 부는 바람에서 찬 내음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럴 때 뜨끈한 만두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속이 꽉 찬 만두 같은 지원자 OOO입니다. 저는 친구들이 붙여준 ‘만두’라는 별명을 참 좋아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삶이 바로 '만두와 같은 삶'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재료로 속을 꽉꽉 채운 만두처럼 겉보다는 속이 튼실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OO기업에서 만든 만두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도 속이 꽉 차있기 때문입니다. 배고픈 이의 빈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만두와 같이 알찬 사람이 되어 주변의 사람들과 제가 속한 조직에 보탬이 되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입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OO기업 입사를 위한 지난한 시간들은 마치 만두가 쪄지기 위해 뜨거운 열을 견뎌야 하는 것처럼 저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만두가 맛있게 쪄졌습니다. 면접관님! 뜨끈한 만두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격무에 지친 동료직원 분들에게 속이 꽉 찬 만두를 선물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입사하면 회사 선배 모두를 ‘만두 마니아’로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오늘 이 자리가 면접관님들께서 만두 마니아가 되는 출발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명인 만두에 얽힌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자기소개로 입사(의지) 진정성과 자신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하 있다.


 예시) 취미를 활용한 1분 자기소개

 “지원자 OOO입니다. 저의 취미는 ‘축구’입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잠시도 축구와 떨어져 산 적이 없습니다. 축구를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팀 플레이’의 매력에 눈을 떴기 때문입니다.

 취업 준비로 바쁜 요즘에도 매주 일요일마다 조기 축구동호회에서 3시간씩 볼을 차며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남들에게는 뜨악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저는 축구사랑이 저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자부합니다.

 어떤 일이든 한 번은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다른 일에도 치열하게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동호회에서는 주로 공격수 역할을 맡았지만 저를 축구의 포지션에 비유하자면 수비수입니다.

 크게 주목받거나 눈에 띄지 않는 자리일 수 있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동료 선수들을 뒷받침해서 하나의 공통된 목표인 승리에 기여하는 사람입니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축구로 다진 협업의 마인드를 입사 후 회사생활에도 그대로 옮겨갈 지원자 OOO을 기억해주세요 



 축구는 선수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더욱 중요한 스포츠다. 각자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경기를 뛰며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결국 골을 만들어 내야 승리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축구는 협업이 중요한 기업(경영) 일맥상통한다. 취미인 축구를 내세워 부각하고 싶은 자신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한 자기소개다.     


 미리 준비한 내용이 아니라 면접 당일의 에피소드나 마치 현장 스케치를 하듯이 면접실의 분위기나 느낌 등을 1분 자기소개의 소재로 활용한다면 재치 있고 순발력 넘치는 지원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예시) 면접 당일의 에피소드를 활용한 1분 자기소개 

 “오늘 면접을 앞두고 긴장한 탓에 새벽같이 눈이 떠졌습니다. 어머니가 언제 일어나셨는지 벌써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긴장을 풀어주실 생각이셨는지 “걱정 마! 내가 대신 꿈을 잘 꿨다”라고 말씀하시고는 활짝 웃으셨습니다.

 오늘 면접에서 제가 합격하는 꿈을 꾸셨다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큰 일을 앞두고는 꿈을 꾸고는 하셨는데,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실망하시지 않도록 ‘꿈 징크스’는 쭈욱!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면접관님! 어머님의 꿈을 응원해주십시오. 감사드립니다


  1분 자기소개에서 면접에서의 느낌을 진솔하게 들려준 지원자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우선 파이팅!!!으로 밝은 분위기에서 면접을 시작해주신 면접관님께 감사드립니다, 지원자들을 편안하게 해 주시려는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습니다.

 면접실에 들어오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셨던 선배님들 모습에서도 지원자들을 향한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래서 오늘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내년 이 맘 때에는 저도 면접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을 후배들을 챙겨주는 자상한 선배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입사하면 꼭 면접 진행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원자 ooo입니다


 1차 면접에서 만난 지원자였기에 합격 여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마음 따뜻해지는 여운으로 기억하고 있는 1분 자기소개다.  


 특히 자기소개를 할 때 유머를 곁들이면 면접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면접관의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유머는 상대방과의 경직된 관계나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의 무거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빚어지는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특효약이다.

 ‘당의정(糖衣錠)’이라는 말이 있다. 가루약을 동그랗게 만들어서 껍질에 사탕 옷을 입혔다고 이해하면 쉽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약이 가루약이었는데 입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쓴맛이 혀를 오그라들게 했다.


 그래서 약이라면 질색하는 아이들을 위해 당의정이 만들어졌다. 삼키기 편하고 단맛이 나서 약 먹기가 훨씬 수월해진 데다 약효까지 변함이 없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자랑했다. 유머가 바로 딱딱해지기 쉬운 자기소개에 ‘재미’라는 요소를 맛깔스럽게 버무려내는 ‘당의정’ 역할을 한다.

“세상에는 진실한 것이 세 가지 있다. 신(神),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웃음이다. 앞의 두 개는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세 번째만큼은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야 한다”-존 F. 케네디  



 예를 들면 “저는 면접관님이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자랑할만한 스펙이 없습니다. 보다시피 ‘식스팩’도 없습니다. 하지만~” 또는 “IQ는 낮지만 EQ는 높아서 친구가 많은 지원자 OOO입니다” 식으로 자기소개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름을 활용해  인상 깊게 자기소개를 한 지원자도 기억이 남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의 면접은 블라인드 방식이어서 지원자가 이름을 밝힐 수 없다. 그런데 한 지원자가 이렇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면접관님들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웃음) 반가운 분들께 정작 이름을 말씀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제 이름은 앞으로 해도 뒤로 해도 똑같습니다. 앞뒤가 똑같은 이름처럼 입사 전이나 입사 후나 똑같은 초심으로 한결같이 회사생활을 하겠습니다”

 적어도 시작만큼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자기소개였다. 이처럼 유머를 곁들이는 건 아주 효과적인 말하기 방식이다. 유머는 어색한 면접실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즉효약이자, 딱딱해지기 쉬운 면접이라는 대화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청량제다.


이전 09화 면접에서 통(通)하는 ‘1분 자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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