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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1. 2022
면접에서 통(通)하는 ‘1분 자기소개’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9
지금까지의 주제는 ‘면접관의 마음 읽기’였다. 면접에서 뽑히려면 어떻게(how) 해야 하는 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면접관이 원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이고, 이유(why)는 무엇인지, 그 마음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야 면접관의 시선과 잣대(평가 기준)를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나를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면접관은 “함께 일하고픈 후배 직원”이라는 시선(관점)에서 지원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적합한 인재(Right People)”라는 잣대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어떤 잣대로 재는 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독자 여러분이 ‘면접관의 마음 읽기’를 통해 면접관의 시선과 (평가의) 젓대를 이해했다면 이제 면접의 기초는 뗀 것이다. 기초 편을 정독했으니 지금부터는 실전 편이다.
특히 면접에 가서 ‘해야 할 일(Do)’과 ‘해서는 안 되는 일(Don’t)’ 정도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름하여 면접의 Do & Don’t 리스트다.
분명 읽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고, 알면 알수록 쓸모가 많아지는 면접에 관한 신기한 잡학사전이 될 것이다. ‘알쓸신잡’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다. 그 시작은 1분 자기소개다.
누구나 면접에 갈 때 1분 자기소개는 꼭 준비한다. 어떤 기업의 면접에서도 ‘약방의 감초’ 격으로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본격적인 면접 시작에 앞서 자기소개 시간을 준다. 그래서 1분 자기소개는 ‘영화의 예고편’과 비슷하다.
예고편을 통해 대략적인 줄거리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미리 알려줌으로써 영화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낸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우연히 보게 된 예고편에 이끌려 영화관을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고편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관객수가 달라질 정도다. 그래서 영화사들은 예고편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다.
예고편이 영화의 흥행에 중요한 것처럼 지원자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자기소개도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의 면접은 열에 아홉은 1분 자기소개로 시작한다. 면접에서 지원자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기껏해야 10분 안팎이다.
혹시나 1분 자기소개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로 스타트를 끊으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첫사랑’ ‘첫 만남’ ‘첫 직장’처럼 ‘첫’이란 접두사가 들어간 말은 모두 힘이 세다.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첫 번째 경험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면접에서도 우리는 ‘첫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첫인상은 그 뒤의 많은 것을 결정짓는다.
심리학에서는 앞에서 알게 된 정보가 나중에 습득한 정보보다 더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고 부른다. 바꿔 말하면 처음 본 인상이 여간해서 바뀌기 힘들다는 얘기다.
다음은 면접관 교육 자료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면접관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예시하고 있는 데 그중 ‘첫인상 효과’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 “면접관은 처음에 형성된 인상을 근거로 지원자에 대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얻게 되는 새로운 정보를 객관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먼저 내린 자신의 결정을 확인하고 지지하는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데 따른 오류”다. 쉽게 말해 첫인상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지원자 입장에서 표현하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면접관에게 각인된 첫인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소리다.
첫인상이 면접에서 그토록 중시되는 이유다. 그러니 나에 대한 예고편이자 면접관에게 비치는 첫인상을 결정짓는 자기소개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으레 나오는 말이다. 어떤 일이든 시작을 잘해야 술술 풀린다는 의미다.
면접의 첫 단추도(그러니까 자기소개도) 정말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다음 단추도 잘 끼울 수 있는 것처럼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기소개를 잘 마쳐야 이후의 면접 과정에도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다.
그런데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부탁하면 성장배경부터 가족관계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기 바쁜 지원자들이 적지 않다.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을 고스란히 말로 옮길 기세다. 그러나 예고편이 너무 길면 채널은 저절로 돌아가는 법이다.
여러분이 유튜브 볼 때를 떠올려보자. 동영상을 보다가 나오는 광고가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껴지면 딸랑 몇 초도 못 견디고 습관처럼 ‘건너뛰기’를 누르지 않는가?
‘지원자에 대한 예고편’인 자기소개도 다르지 않다. 꾹꾹 참고 들어주다가 아무리 기다려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면접관은 말 허리를 자르게 된다.
졸지에 말이 끊긴 지원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얼굴은 화끈 달아오르고 정신줄을 놓치고는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른다. 시작부터 전전긍긍하다가 십중팔구는 면접을 망친다.
이런 낭패를 피하려면 자기소개는 1분 내외로 함축적이고 간결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1분 자기소개와 광고는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많다. 아주 짧은 시간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서 의도하는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또 광고의 목적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서 상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1분 자기소개도 ‘나’라는 상품의 성공적인 판매, 즉 ‘합격’에 목적이 있다.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임팩트 있는 문장으로 전달하는 광고처럼 자기소개도 면접관의 귀에 꽂히는 메시지로 강렬하게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그렇다면 1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귀는 쫑긋’ ‘눈은 번쩍’하게 만들 만큼 면접관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는 자기소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대답에 앞서 질문부터. 지원자들이 열심히 준비한 ‘1분 자기소개’ 혹은 ‘1분 스피치’를 시작할 때 면접관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모습은 무얼까? 아마 고개 숙인 채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질문거리’를 찾고 있는 모습일 테다.
왜일까? 자기소개서를 아직 숙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분 자기소개는 지원자 스스로 자기소개서의 핵심을 요약해주는 셈이다.
지원자의 1분 자기소개를 들으면서 면접관은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자기소개서에 무슨 정보들이 담겨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지원자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자기소개서를 면접관이 미리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못내 서운하고 맥이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면접관의 본업은 면접이 아니다. 전략·재무·마케팅·IT 등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갑자기 면접관으로 불려 온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필자도 면접에 갈 때면 보통 전날 면접장소로 이동한다. 그리고 면접관 교육이 끝난 후에 다음날 면접에서 만나게 될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가 들어있는 두툼한 서류철을 건네받는다.
하루에 면접을 보는 지원자가 얼추 30~40명에 달하다 보니 나름대로 면접 경험이 많은 필자도 면접 시작 전까지 자기소개서를 일독하기가 쉽지 않다. 자기소개서를 읽느라 꼴딱 밤을 새운 적이 있을 정도다.
면접실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주어진 일을 처리하느라 시간에 쫓겼다가 하루에도 수많은 지원자들을 만나야 하는 면접관이 한 사람 한 사람 자기소개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 말이다.
특히 최종면접에 들어오는 임원들은 회사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다.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읽기는커녕 면접에 시간을 내기조차 쉽지 않다. 임원들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채용담당자들이 면접 일정을 잡느라 머리가 아플 정도다.
그러니 면접에 와서도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허둥지둥 훑어보고 공통 질문이나 개별적인 ‘특이사항’ 중심으로 질문할 수밖에 없다. 특이사항은 눈에 띄는 특별한 경험이나 지나치게 낮은 학점, 오랜 경력 공백 기간, (경력자인 경우) 이직사유 등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원자들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자기소개를 통해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기소개는 지원자 스스로 직접 쓴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요약해주는 말하자면 ‘저자 직강’과 실시간 질문·답변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만큼 쉽고 빠르게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1분 자기소개는 이미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맥락과 내용이 일치하여야 한다. 그래야 자기소개서 내용을 미리 확인한 면접관이 지원자와 편안하게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에는 새로운 사람을 잘 사귀는 ‘타고난 사교성’을 강점으로 소개한 지원자가 1분 자기소개에서 내성적인 성격 탓에 대인관계에서 겪은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을 자랑스레 언급한다면 어떨까? 면접관은 헷갈리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지원자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다고 해서 자기소개서 내용을 달달 외운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더러 자기소개를 통째로 암기한, 그것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문장 전체를 외워온 지원자들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면접이라는 긴장된 자리에서 암기한 내용을 그대로 읊기도 어렵지만 설령 되더라도 여간 어색하지 않다. 1분은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욕심내다 보면 자칫 산만하고 장황해져서 듣는 사람이 집중하기 어렵다. 아니 듣고자 하는 의욕을 꺾어버린다.
면접관의 시간과 인내심은 한정되어 있다. 언제 입에서 “그만 됐습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무엇보다 면접관은 “함께 일하고픈 후배 직원을 뽑는다”는 마음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를 외워서 소개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을까? 과연 그를 뽑고 싶을까?
광고 카피(Copy)를 ‘현대의 시’라고 한다. 그 짧은 글 속에 핵심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다. 간결한 말속에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광고 카피와 시는 ‘언어의 경제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맞닿는 지점이 있다.
1분 자기소개의 포인트도 ‘언어의 경제성’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1분 자기소개에서 어필하고자 하는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핵심역량이나 강조하고 싶은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꼭 말해야 할, 핵심 키워드를 추린 다음에 이를 연결해서 말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외운 내용을 정확히 말해야 한다는 부담도 덜고, 실제 면접에서 긴장한 탓에 외운 내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서 당황하거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키워드만 떠올려도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갈 수 있고 설령 한두 마디 빠뜨린다고 해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에 소개한 내용 중에서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줄 것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장 부각하고 싶은 핵심역량이나 이미지에 집중해서 이를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로 나를 당당하게 표현해보자!
예시)
키워드: 공감능력
“친구들은 저를 ‘영화감독’이라고 부릅니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과 어떤 일이든 다방면으로 폭넓게 생각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영화감독은 촬영 장소·배우의 컨디션·카메라 동선 등 주어진 상황에서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하여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영화감독처럼 폭넓은 공감능력을 갖고 있는 저의 매력은 ‘아늑함’입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어할 때 언제든지 보듬고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든든하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새로운 가족을 모십니다” 구인광고에 곧잘 등장하는 문구다. 입발림 소리처럼 들리지만 ‘가족’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은 ‘식구’다. ‘먹을 식(食)’자에 ‘입 구(口)’자를 써서 ‘함께 먹는 입’이라는 뜻이다. 한 집에 살면서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을 식구라고 한다.
그런데 영어로 회사를 뜻하는 단어가 ‘컴퍼니(Company)’다. “빵을 함께 먹는다(cum+panis)”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식구의 확대된 의미가 회사인 셈이다.
그렇게 보면 면접은 눈앞에 있는 면접관들과 ‘한솥밥’을 먹고자 하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