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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Feb 18. 2022

면접관이 ‘찜’하는 지원자는?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8

 기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많은 경우 면접관들 사이에 지원자에 대한 의견이나 평가(결과)는 서로 공유하지 않는  원칙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면접관은 각자 독립적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는 뜻이다.


 한 면접관이 특정 지원자에 대한 호불호를 내비치면 알게 모르게 다른 면접관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자칫 ‘획일화된 평가(결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여러 명의 면접관을 참여시키는 의미가 퇴색한다.



 그럼에도 면접관 경험이 많아서인지 다른 면접관으로부터 이제 막 면접을 마치고 퇴장한 지원자들을 어떻게 평가할 지에 대한 조언을 종종 부탁받곤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는 것이다.

 “방금 나간 지원자들 중에서 누가 괜찮으세요?”“글쎄요”“저는 A지원자와 B지원자가 합격권이라 생각하는데요.

 둘 중에 누구를 뽑을지 판단이 어렵네요”“면접관님은 어떠세요?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 그때 필자가 들려주는 조언은 이렇다. “동료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으세요


 인사철이 되면 직장인들은 옆자리에 누군가 새로운 직원이 오고,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소문에 귀를 쫑긋 세운다. 그만큼 직장 동료는 회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면 다 안다. 동료라는 말의 느낌적인 느낌을. 직장인에게 동료 직원이란 어떤 존재일까?


 직장인들은 최소한 하루 8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일한다. 잠자고 먹는 시간을 빼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직장 동료야말로 직장생활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좌우하는 사람들이다.

 일이 아무리 고돼도 직장을 떠나지 못하게 붙드는 것도 일은 재밌어도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떠나게 만드는 것도 결국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다.


 직장인이라면 회사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 학교 가기 싫은 사람/공부하기 싫은 사람/모여라 모여라/회사 가기 싫은 사람/모여라 모여라♬” 필자의 학창 시절  인기를  끌었던 <모여라>라는 제목의 노래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학교 가기 싫은 날이 있었듯 직장인도 회사에 가기 싫을 때가 있다. 직장인이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면 대개는 ‘일’이 아닌 ‘사람’ 탓이다. 아마 회사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뭐냐고 물어보면 직장인 열에 아홉은 인간관계라고 답할 다.   

 일 자체보다는 함께 그 일을 하는 사람. 즉 ‘동료직원’때문에 힘이 드는 것이다. 즉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불편함이 직장인들을 기운 빠지고 지치게 만든다.



 일이야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대부분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와의 삐걱거리는 관계는 직장인에게 스트레스의 주범일 수밖에 없다.



 또 직장(생활)은 삶과 단절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결국 어떤 동료를 만나느냐가 직장생활 나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라는 얘기다.

 필자도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힘들 때마다 먼저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어깨까지 빌려주며 다독거려준 수많은 동료직원들 덕분에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누군가 필자에게 직장생활이 어땠는지 물으면 언제나 동료직원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추억을 소환하게 된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분명 훨씬 팍팍하고 숨 막히는 직장생활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직장 동료란 어떤 사람일까? 요즘 직장인들의 생활신조가 되다시피 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처럼 됨됨이와 역량이 조화를 이룬 균형 잡힌 사람이다. 사람이 좋다고 또는 성과를 잘 낸다고 해서 그게 다가 아니다.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역량이 부족한 직장 동료를 만나면 고생문이 활짝 열린다. 또 제아무리 일을 잘해도 외고집을 부리고 가시처럼 뾰족한 성격 탓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독불장군’ 스타일은 결코 직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도 잘하는 사람, 그래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같이 일하면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주변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사람, 함께 있으면 든든한 느낌을 주는 사람, 한 번 일해보면 꼭 다시 일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최고의 직장 동료다.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배려해주는 넓은 품을 가진 직장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회사라는 한 울타리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직장 동료는 가족 같은 존재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과 일할 때 가족 혹은 ‘우리’라는 생각을 갖게 될까?

 아마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태도나 가치(관)가 나와 잘 맞아떨어져서 말이 잘 통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에게 더 친밀감이 들고 가족 같은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면접관들도 당장의 역량보다는 인성이나 태도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자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강점으로 역량을 앞세우다 보니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찾기는 쉬워도 인성이나 태도가 좋은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운 곳이 면접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성이나 태도가 좋은 지원자는 같이 일하면 왠지 회사생활이 즐거워지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잘만 이끌어주면 입사 후에 더욱 우수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사실 지원자가 아무리 충실하게 준비한들 (직무) 역량 측면에서 지원한 직무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면접관의 눈높이를 맞추기란 애당초 힘들다. 수시 채용이 확산되면서 요즘 면접관들은 대부분 지원한 직무에서 실제 일하는 실무 담당자나 관리자들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입사하면 함께 일할 선배나 상사들을 면접에서 맞닥뜨리게 된다는 소리다.


  “지식의 유일한 원천은 경험이다라는 말처럼 학창 시절 화려한 공모전 수상경력을 자랑해도, 관련 자격증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다고 한들 실무 경험이 없는 지원자의 (직무) 역량은 여간해선 해당 직무에서 잔뼈가 굵은 면접관의 성에 차지 않는다.

 역량은 입사하고 실제 일을 해봐야 비로소  게 된. 지원자의 역량은 아직은 ‘잠재력(潛在力)’일뿐이다. 잠재력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다. 입사 후에 충분히 발휘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잠재력이 발휘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 배우려고 하는 자세  태도나 됨됨이다.  



  그래서 면접관들은 학점이나 자격증, 얕은 전공지식보다는 하고자 하는 의지, 배우려고 하는 자세,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몸을 낮추고 겸손하고 살갑게 다가가는 태도나 됨됨이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식은 성과를 내기 위한 수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성과는 지식 말고도 여러 능력의 총합이다. 회사에서 성과를 내려면 소통능력, 타인과의 협업능력 등이 더 중요하다. 직장생활을 해보면 지식이나 자격증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지식이 모자라거나 능력이 부족한 직원은 가르치면 된다.

 지금 모르는 지식은 입사해서 배우면 되고 업무를 하다가 필요한 자격증이 있으면 공부해서 취득하면 될 일이다. 실제 기업들은 업무지식을 배우려는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내·외부 연수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또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이라면 취득에 필요한 비용까지 지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태도나 됨됨이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솎아내지 못하면 답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업은 어설프게 ‘준비된 인재’보다는 차라리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앞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여백을 가진 백지상태의 지원자를 뽑는다. 현재가치보다는 미래가치로 인재를 판단한다는 뜻이다.   



 실제 기업들의 <면접평가표>에는 ‘(미래) 발전 가능성’ 또는 ‘성장(가능) 성’이라는 평가요소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면접관에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原石) 같은 지원자들 중에서 보석이 될 수 있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할 지원자를 뽑아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인생을 발전시키는 것은 그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이다”-로버트 브라우닝



  이런 이유로 면접, 특히 합격자를 결정짓는 최종면접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원자의 ‘인성 검증’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예 1차 면접을 역량면접, 최종면접을 인성면접으로 구분하는 기업도 있을 정도다.


 특히 입사 후에 상사나 선배(직원)와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조기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부쩍 늘어나면서 요즘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소통능력이나 대인관계 역량에 대한 질문이 자주 등장한다.

 기업은 조직이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명 이상이 모인 집단”, 조직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또 기업(企業)을 한자로 풀어보면 사람 인(人), 머무를지(止), 일 업(業) 자를 써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된다.

 결국 직장인들은 성과창출이라는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 ‘회사’라는 조직에 모인 사람들이다. ‘나’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면서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하다.

 세상 사람들은 다 내 마음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포용해야만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공유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인 목적은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생각도 입장도 다른 사람들을 계속 ‘우리’로 일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어떤 회사든 자신과 맞는 사람만 있을 수는 없다.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내가 보기에는 터무니없고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곳이 회사다.

  하지만 회사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면 되는 곳이 아니다. 잘 맞는 사람끼리만 일해도 되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성과창출을 위해서는 어깃장을 놓고 싶은 사람들과도 잘 소통하고 함께 어우러져서 일을 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융합(融合)’이다. 미래는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 융합형 인재의 조건은 소통과 협업능력이다. 변화가 일상화되면서 한 사람이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앎과 생각을 연결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소통과 협업능력이 더없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변의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는 어떤 기업이나 직무를 불문하고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소통이나 대인관계 역량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지원자라면 그만큼 입사 후에도 잘 적응하고, 오랫동안 일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반대로 자기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을 보면 불편함을 느끼는 혼자만 잘난 독불장군처럼 행세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가? 훗날 면접관이 된다면 어떤 사람을 뽑겠는가? 특히 여러분이 최종면접에서 만나게 되는 임원들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입사 후에 기업문화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첨언하자면 요즘 일부 기업에서는 베스트셀러 <90년대생이 온다>를 필독서로 지정하는 등 회사를 이끌어가는 임원들에게 소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에 대한 열공을 독려하고 있다.


 <90년대생이 온다>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서로 유명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에 들어와 기성세대와 빚는 갈등과 그에 따른 조직의 흔들림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런 책을 임원들이 밑줄 쫙 긋고 열공할 만큼 새로 입사한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 2곳 중 한 곳은 밀레니얼 세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실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라 불리는 ‘개인주의’, ‘수평적 관계 추구’ 등의 성향은 임원들을 포함한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했던 기성세대는 조직에 자신을 맞추고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았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고 그 안에서 인정받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다. 회사를 위해 눈 코 뜰 새 없이 일에 치여 살다 보니 가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예전에는 워라밸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월화수 목금금 금’, 주말도 없이 회사 일에만 매달린 탓에 아이들 얼굴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물며 ‘직장인의 별’로 불리는 임원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고단한 직장생활을 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성세대와는 천지차이다. 조직에 충성하고 인정받기보다 나의 만족, 나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 ‘개취존(개인 취향 존중)’이 이들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가 내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는 게 싫고 멋대로 규정하는 건 더더욱 싫어하는 그야말로 ‘싫존주의’ 세대다.

 당연히 조직에 어떻게든 맞추고 불합리해 보이는 관행이나 지시에도 무조건 따르라는 상사의 말이 도무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갑갑하기는 기성세대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성공해야 행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신앙처럼 받들어온 그들이 “조직의 발전이 곧 내 행복은 아니지 않으냐?”라고 당당하게 되묻는 밀레니얼 세대를 보면 낯설고 어안이 벙벙해진다.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 보니 최근 기업에서는 요즘 애들에 혀를 차는 기성세대와 그들을 꼰대라 부르는 젊은 세대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조직  다양한 문제들을 세대 간 갈등으로 환원해 설명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배경이다.


“요즘 들어오는 90년대생 신입사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도대체 기본은 집에 두고 오는 건지, 무슨 생각으로 회사를 오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박종근 著, <70년대생이 운다> 中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저도 팀장님의 생각을 전혀 모르겠어요”- 출처: 김범준 著, <80년대생 김 팀장과 90년대생 이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 中



 꼰대 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굳이 직장 내 세대 갈등을 언급하는 이유는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에게 가질 수 있는 우려나 편견의 배경을 말해주고 싶어서다.

 예를 들면 “요즘 젊은 세대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소홀하게 여긴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밥’하면서 혼자 유튜브 보고 게임을 즐기며 산다”는 생각이다.


 즉 면접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원자들이 입사 후에 소통이나 대인관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편견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면접관들도 열에 아홉은 회사에서 젊은 세대와 부대끼며 일하다가 이런저런 어려움을 느끼면서 “요즘 애들은 왜 그래?”라고 푸념을 늘어놓는 기성세대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젊은 세대의 성향이라는 것도 그저 기성세대의 막연한 선입견일 수 있다. 하지만 선입견은 무섭다. 때로는 ‘팩트’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면접에서 아무리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해도 이미 뇌 속에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즉 ‘직장 동료’를 뽑는다는 마음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면접관의 마음을 얻는 데 소통능력이나 대인관계 역량이 결정적인 ‘키(key)’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고 가는 스타일로 비치면 평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요즘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소통능력 또는 대인 관계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들이 종종 등장한다. 세대 간, 직급 간 갈등을 의식해서 아예 채용 단계에서부터 소통 능력이나 대인관계 역량에서 강점을 가진 지원자를 가려 뽑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서로 다른 가치관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지냈던 경험을 말해달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소개해달라”“학회나 동아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당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 같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이었나? 그를 통해 얻은 배움이나 깨달음이 있다면?”“동료들로부터 특별한 인정이나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 등이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질문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성공적으로 설득했거나 합의를 이끌어낸 경험, 또는 갈등 상황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지 아니면 상대방의 반응을 지켜보는 편인지, 낯선 사람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는지를 물어보는 것 등이 소통 또는 대인관계 역량을  꼼꼼히 따져보기 위한 의도된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같이 일하고픈 후배 직원” “(입사하면)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고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신입사원”으로 자신을 각인시키는 것이 답변의 포인트다.


 면접관이 ‘찜’하는 지원자 중에 단연코 으뜸은 ‘오래 다닐 사람’이다. 아래 이미지는 면접관 교육 자료의 일부를 캡처한 것이다. 최근의 면접 트렌드를 크게 세 가지로 압축했다. ‘직무 맞춤 인재’ ‘오래 다닐 인재’ ‘회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인재’가 그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요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뽑고 싶은 3가지 인재상 또는 (지원자에 대한) 평가의 잣대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오래 다닐 인재’에 시선이 꽂혔다.



  ‘직무 맞춤 인재’와 ‘회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인재’는 직무적합도와 조직적합도를 말할 테다. 즉 면접에서 (채용하는 직무에) 딱 맞춤한 인재, 그리고 우리 회사(사림들)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래 다닐 인재’는 어떤 의미일까? 문자 그대로, 말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 2021년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2030 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입사 1년 차 퇴사율은 37.5%, 2년 차는 27%에 달한다.

 신입사원의 절반 정도가 2년 이내에 퇴사한다는 얘기다. 극심한 취업난을 감안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요즘을 ‘대퇴사의 시대’(Great Resignation)라고 할까. 취업을 하자마자 퇴사를 준비하는 신입사원을 가리키는 ‘퇴준생(퇴사 준비생)’, 직장을 다니면서 이직을 준비하는 ‘취반 생(취업 반수생)’, 입사하기 무섭게 퇴사한다고 해서 붙여진 ‘광속 퇴사’, ‘돌취생(돌아온 취업준비생)’등이 모두 대퇴사 시대기 낳은 신조어다.

 아마 이곳 브런치에 직장인 작가들이 올린 글 중에서도 가장 흔한 주제가 퇴사를 다룬 글들이 아닐까 싶다. 최악의 취업난과 대규모 조기 퇴사라는 형용 모순처럼 느껴지는 두 개의 키워드가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는 본인의 심정도 안타깝겠지만 애써 뽑은 신입사원들이 홀연히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 기업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더하다. 업무 공백과 또다시 신입사원을 뽑아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수 이승철의 노래 <아마추어>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아직 모르는 게 많아/내 세울 것 없는 실수투성이♬” 노래 가사처럼 어쩔 수 없이 신입사원은 모르는 것투성이다. 신입사원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성장해나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위에 나오는 ‘임금-생산성 곡선’을 보면 입사시점에서는 생산성(곡선)이 임금(곡선)을 밑돈다. 간단히 말하자면 신입사원은 ‘월급값’을 못한다.

  사실 이미 기업도 알고 있다. 기업이 당장의 역량만 중시했다면, 실무에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인재를 원했다면 처음부터 신입사원이 아니라 ‘경력사원’을 뽑았을 테다. 아직 원석인 신입사원을 뽑아 연수를 통해 또 실제 업무를 경험하게 하면서 기업이 바라는 인재로 육성한다는 뜻이다.


  햇병아리 신입사원도 시간이 지나서 경험이 쌓이고 일정 궤도에 오르면, 언젠가 성과(생산성)가 급여(임금)를 웃도는 단계로 진입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채용의 보람을 비로소 누리기 시작하는 셈이다.

 실제 대졸 신입사원이 제 몫을 하려면 평균 19.5개월의 교육기간과 1인당 연간 6000만 원이 넘는 교육비가 들어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입사 초기에 신입사원이 퇴직해버리면 기업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업무공백은 물론이고 월급에다 교육비용 등 그동안 신입사원에 들어간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신입사원 채용에 따른 비용은 별도다.  


 게다가 청소년을 ‘나라의 미래’라고 하는 것처럼 신입사원은 ‘기업의 미래’다. 기업은 신입사원에게 회사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건다.

 ‘마중물’이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에 미리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말한다. 곧 올라올 많은 물을 미리 마중하러 나간다는 뜻이다. 신입사원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자신도 성장하고 회사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신입사원이 변화를 마중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어떤 조직에서든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전에 없던 활력이 넘치고 생기가 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으로 인한 일종의 ‘메기 효과’(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고 생기를 얻는 현상)나 마찬가지다. 흔히 신입사원 채용을 “젊은 피를 수혈한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건 3%의 소금 때문이다. 신입사원이 바로 조직이라는 바다의 ‘항상성(恒常性·여러 가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생명 현상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을 유지시켜 주는 소금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 소금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를 품고 공들여 뽑은 신입사원이 훌쩍 떠나버리면 회사의 미래도 덩달아 날아가는 꼴이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새로운 피가 제때 수혈되지 않으면 성장이 멈추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한마디로 신입사원의 퇴직은 기업에게 어마어마한 비용을 안겨준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것은 당장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계속 회사에 남아서 오래도록 일을 잘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성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래오래 다니면서 우직하고 끈기 있게 일할 사람,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을 선호한다.


 어떤 문제든 ‘예방 앞서는 ‘처방 없다. 채용이라는 상황에  포개면 애당초 잘 뽑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업은 뽑아놓으면 금방 그만두지 않고 오랫동안 열심히 일할 지원자를 갈망한다. 거꾸로 아무리 스펙이 화려해도 역량이 뛰어나 보여도 합격하더라도 입사를 포기하거나 금세 그만둘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절대 뽑지 않는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아니 스펙은 떨어지고 역량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오래 다닐 것 같은 지원자를 선택한다. 요즘 ‘오래 다닐 인재’가 면접대세 트렌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떠나는 신입사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기업들은 쓴웃음을 짓게 된다. “뽑아만 주면 몸이 바스러지도록 열심히 일하겠다 면접에서 사자후(獅子吼) 토했던  지원자들은 도대체 어디로  것일까? 누군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을까?

 그래서 기업들은 면접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때 그저 ‘닥치고 취업’을 위해 지원한 것인지, 우리회사에서 채용하는 직무를 하려는 진심과 절실함으로 면접에 온 것인지를 꼼꼼히 따진다.

 “일단 붙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벼락치기하듯 지원해서 입사한 사람은 다른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입사 지원의 진심과 절실함을 판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원자의 경험이나 경력에서 ‘일관성’을 살피는 것이다. 그의 (지나온) 발자취와 현재의 입사 지원을 견줘보는 것이다. ‘일관성(一貫性)’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것이다. 늘 변함이 없고 꾸준하다는 뜻이다. 입사를 마음먹은 분명한 이유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입사를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이어온 모습이 일관성이다.   



 구체적으로 우리회사와 직무를 마음에 품고 그동안 입사를 위해 온갖 열정과 노력을 기울였다는 지원자의 주장을 살아온 삶의 궤적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마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일관성’이라는 말이 좀처럼 와닿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벌써부터 취업준비생들의 타박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요즘 어떤 취업준비생이 일편단심 한 기업만 보고 달리겠냐고?


 하지만 취업은 고객인 기업에게 ‘나’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이다. 취업을 마케팅으로 이해하면 우리는 취업시장에서 상품 자체인 동시에 판매를 책임지는 ‘세일즈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라는 상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고객인 기업과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인드다. 역지사지는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가 마치 그 사람이 된 듯 생각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 보다”의 영어 표현은 “to put yourself in someone else's shoes”다. “다른 이의 신발을 신어보다”는 곧 다른 사람의 처지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본다는 의미다. ‘뽑히고 싶은 지원자’인 나의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뽑는 사람’인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공취업에 필요한 ‘역지사지의 마인드’다.


 신입사원의 퇴사를 걱정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오롯이 생각해보자. 자사에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지원한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과 경험을 꾸준히 쌓아온 지원자를 바랄 터이다. 더욱이 지금 같은 대퇴사의 시대에 입사지원을 하면서도 자사(自社)가 1순위가 아닌 지원자를 뽑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을 터이다.

 상대에게 ‘원픽’이 되고픈 마음은 취업준비생들만이 아니다. 기업도 똑같다. 여러분이 기업에게 뽑고 싶은 ‘원픽’이기를 바라는 것처럼 기업도 당연히 자사가 지원자의 ‘최애 회사’ 혹은 ‘원픽 기업’이기를 희망한다.


 거꾸로 면접에서 지원한 기업이나 직무와 관련 없는 경험(경력)을 자랑하다가는 돋보이기는커녕 묻지마 지원이나 개념 없는 지원자라는 인상으로 비쳐서 탈락의 빌미가 되기 십상이다.

 면접관은 제아무리 화려해도 일관성 없는 스펙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지원자가 아니라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진심인 지원자를 바라서다.


 비슷한 맥락에서 요즘 기업들이 신입(사원) 보다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취업시장에서 최고의 스펙으로 꼽히는 직장 경력(경험)도 마찬가지다.

 서류 통과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이직 사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자칫 면접관의 질문 공세와 탈락을 부르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닌  발자취를 보면 우리회사에서도 오래 일할 것 같지 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면접관 입장에서는 ‘뽑아 놓으면 얼마나 오래 다닐까?”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면접관에게 ‘오래 다닐 인재’라는 믿음을 주는 지원자는 어떤 사람일까?


 장교 전역 후 지난해 초부터 은행원의 꿈을 이루기 위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결국 최종면접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후 은행원의 꿈을 접고 당장 눈앞의 취업을 위해 뛰었습니다. 덕분에 제약업계 1위인 OO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해서 영업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주어진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영업에 임했습니다. 운도 따라서 제가 배치된 후 영업실적이 훌쩍 뛰면서 과분한 칭찬과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지난달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동종업계 1위 회사, 게다가 정규직이라는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은행원이고 싶다! 그것도 OO은행을 다니고 싶다’는 간절함이 너무 컸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경험이 다시 OO은행의 문을 다시 두드리는 제게는 숨기고 싶은 과거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너무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진정 일하고 싶은 곳이 OO은행임을 깨우쳐준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다시 고달픈 취업준비생이 되었습니다. 생활비 걱정 탓에 취업준비와 카페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비록 먼 길을 돌아왔더라도 은행원이라는 소중한 꿈에 다시 도전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합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실제 필자가 면접에서 만난 지원자였고, 지금은 아끼는 직장 후배다. 그는 금융권, 그중에서도 은행 취업을 목표로 삼게 된 계기를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이야기로 호소력 있게 전달해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뜬히 통과했다.

 특히 필자는 최종면접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시고도 다시 OO은행에 도전하기까지의 절절한 사연을 들으면서 꼭 OO은행원이 되고픈 그 절실함을 높이 샀다. 

 필자에겐  너무 익숙해서 당연해진 OO은행이 저토록 간절한 바람이라니! 지원자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마디로 절실한 지원동기가 그를 뽑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 이유였다.



  그렇게 보면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에서 흔해빠진 질문으로 치부하는 ‘지원동기’야 말로 단연코 ‘하이라이트’다. 언제·어떻게 지원하는 회사와 사랑에 빠지게 됐는지, 이 회사라면 죽고 못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애틋하고 절절한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지원동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단골 질문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말하자면 지원동기는 우리회사에 얼마나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를 에둘러 묻는 질문인 셈이다.  


 또 다른 면접의 단골 질문인 ‘입사 후 포부’도 마찬가지다. 포부(抱負)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이다. 입사 후 포부는 말 그대로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지원자의 계획이나 마음가짐을 말한다.

 그래서 입사 후 포부는 기업이 궁금해하는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에 남아서 어떻게 기여를 할 것인가?”에 대한 지원자의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입사 후 계획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회사를 떠날 리 없다. 회사에서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접에 가기 전에 지원동기와 입사 후 포부만큼은 공들여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그런 배경과 경험, 계획을 갖고 있다면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라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여기에 그 절실한 입사를 위해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고, 그래서 지금은 어떠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를 덧붙여주면 더욱 금상첨화다.   


A 씨가 두산그룹 면접관을 감동시킨 사연

“반드시 입사하고 싶습니다” “저와 이 회사는 절대 끊지 못할 인연의 끈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오직 이 회사만을 꿈꿔 왔습니다” 대기업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면접관들은 절대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그만큼 너무나도 진부한 대답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대체 참신한 대답은 무엇일까?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에 지원한 A씨도 고민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저는 반드시 두산중공업이 키워야 하는 인재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처음 면접관들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A 씨는 이후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부연 설명해 면접관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A 씨는 먼저 회사 주력상품인 굴삭기를 포함해 다양한 건설기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드러내 면접관들의 관심을 끌었다. 면접관이 이유를 물어보자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굴삭기 운전 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건설현장을 놀이터 삼아 자랐다고 설명했다. 건설장비를 자주 접하며 장난감 삼아 놀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A 씨는 “무엇보다 험한 작업 환경에서 고생하시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커졌다”며 “지금 아버지가 쓰고 계신 장비보다 더 안전하고 우수한 성능의 건설기계를 직접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두산인프라코어에 최종 합격해 현재 R&D센터에서 건설기계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 -출처: 잡스엔 著, <읽다 보면 취업되는 신기한 책> 154쪽


  앞의 사례에서 A 씨가 말한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 면접관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입사에 대한 열정이나 절실함이 아닐까?



 취업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절실해지자! 그리고 그 절실함을 꼭 표현해야 한다. 내 속에 아무리 절실함이 가득해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아챌 길이 없다.

 절실함을 자기소개서에는 글로, 또 면접에서는 말과 행동으로 어떻게 울림 있게 전달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절실한 마음의 온도가 뜨거울수록 상대방의 공감을 불러오고 결과도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A사에 너무 들어오고 싶어 무작정 출근 흉내를 내본 적이 있었습니다. 제일 악명 높은 지옥철을 타느라 힘드시겠지만 저는 입사만 하면 하나도  힘들  같습니다.”사실 회사 구내식당이 정말 유명해서  한번 와보고 싶었습니다. 출입 신청을 해봤지만, 당연히 거부당했습니다. 닭볶음탕이 제일 유명하던데  먹어보고 싶습니다.”

 이런 양념은 면접위원의 의구심을 거둘  있다. 면접위원은 앞에 있는 지원자에게  의심을 품는다. 지원자들 대부분이 입사만 시켜주면 충성을  바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원자의 대답에 ‘우리 앞이니 이렇게 말하지라는 생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옥에 와보고, 주변을 거닐어보며 한참 관찰한 이야기, 느낀 감정들을 표현하면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조금 거둘  있다.  사람은 ‘찐’이네?라고 생각될  있다-출처: 김나진 지음, <당신만 모르는 면접관의 채점표> 176~177쪽


 오래 다닐 인재’라는 채용 트렌드는 대퇴사(현상)가 대세로 자리 잡았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취업준비생들은 오래 다닐 사람’을 뽑는 것을 최근의 트렌드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오래된 미래(old future)’라고 표현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지만 이미 살아본 과거처럼 어떻게 흘러갈지 분명히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요즘 말로 ‘갑툭’가 아니라는 소리다. 예전에 없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가는 트렌드가 된 것아니라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뜻이다.

 기업은 예전부터 오래 다닐 사람을 뽑고 싶어 했다. 우리회사와 지원하는 직무를 하려는 진심과 절실함을 보고 채용했다.


  그런 진심과 절실함을 가진 지원자를 뽑아 놓으면 더욱 우리회사에 고마움을 느끼고 붙박이로 눌러앉아 맡은 일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충성심(Loyalty) 강한 직원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숱한 경험을 통해 깨우쳤때문이다.


 필자도 오랜 면접관 경험을 통해 형성된 나름의 평가 기준들이 있다. “(기왕이면) 실한 인재를 뽑자”라는 게 그 하나이다.

 물론 절실함이 어떻게 변별력 있는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세상에 절실하지 않은 지원자는 없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하나같이 취업에 대한 절실함은 있지만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대한 절실함은 저마다 분명한 온도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절실함에 끌려서 뽑은 지원자가 입사 후에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래 다닐 인재는 기업의 오랜 로망이자 미래인 것이다.


 우리가 앞뒤 재지 않고 누군가를 정말 온전히 사랑한다면 그 사람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업과의 관계 맺기인 취업도 마찬가지다.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를 향한 진심과 절실함이야 말로 대퇴사의 시대에 취업준비생에게 꼭 필요한 취업의 근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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