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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y 09. 2022

자기소개서 단골 질문(입사 후 포부)

자기소개서의 정석-20

 새로운 가족을 모십니다구인광고에 곧잘 등장하는 문구다. 채용은 기업의 입장에서 신입사원, 즉 새 식구를 맞이하는 일이다. 어디서든 새로 사람을 들일 때는  사람의 지나온 과거(경험) 살피게 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든, 취업을 하든 이력서를 기본으로 요구한다.  


 이력서에는  사람의 ‘행적 담겨 있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행적은 “행위의 실적(實績)이나 자취” “평생 동안  일이나 업적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력(履歷)한자로 밟을 ()’ ‘지날 력(歷)’자를 쓴다. 밟고 지나온,  발자취  뜻이다. 그러니까 이력서는 한 사람의 지나온 발자취를 기록한 서류다.



 <명심보감> “욕지 미래(欲知未來) 선찰이연(先察已然)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의 (경험) 통해 미래를 예측할  있다 의미의 고사성어다. 

   사람의 과거 행적이나 경험을 보면 미래(행동) 가늠할  있다는 소리다. 또 현재의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나간 발자취 오롯이 드러난다.



 그렇게 보면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채용을 기업의 관점에서 표현하면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미래의 일잘러 뽑는 것이 채용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자의 과거(경험)를 묻기도 하지만 미래(계획)도 묻는다. ‘입사  포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입사 후 포부(향후 각오)는 지원동기만큼이나 자기소개서에서 출제빈도가 잦은 단골 질문이다.

 특히 지원동기와 가장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항목이다. 입사 지원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뚜렷한 목표가 있는지, 또 그를 통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지원자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라는 점에서다.


 포부(抱負)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이다. 말 그대로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지원자의 계획이나 마음가짐을 말한다.

 그래서 입사 후 포부는 기업이 궁금해하는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에 남아서 어떻게 기여를 할 것인가?”에 대한 지원자의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입사 후 계획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회사를 떠날 리 없다. 회사에서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절실한 입사 의지를 가진 ‘준비된 지원자’를 가려내는 질문이지만 반대로 (입사 의지가) 절실하지 않은 지원자를 걸러내는 질문이 될 수도 있다. ‘묻지마 지원’을 했다면 어쩔 수 없이 대답이 군색해진다.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인데 입사 후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을 리 만무하다.

 당장 입사에만 목매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처럼만 느껴진다. 아니 내심으로는 “어쩔티비. 합격 여부도 모르는데 입사 후의 계획을 말해보라고” 구시렁거린다.


 하지만 취업의 성공 비결은 ‘역지사지’라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 더 중요하고 궁금한 것은 지원자의 ‘과거’가 아닌 ‘미래’, ‘현재의 역량’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다. 즉 기업은 향후 조직의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잠재력이 큰 인재(High-potential Talent)를 원한다.


 요즘 마케팅 교과서에서는 상품을 제안할 때 “상품이 아니라 (상품의 구입을 통해) 고객이 얻게 될 ‘편익(Benefit)’에 초점을 맞추라”라고 가르친다. ‘파는 사람’이 아닌 사는 사람인 ‘고객의 관점’에서 상품을 소개해야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서 실제 판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중심’을 뛰어넘어 ‘고객 집착’의 기업으로 유명한 글로벌 IT기업 아마존에서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먼저 제안자로 하여금 ‘보도자료’와 ‘자주 묻는 질문(FAQ)’을 만들게 한다. 보도자료와 FAQ의 초점은 철저히 ‘고객의 편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상품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cost) 보다 편익(benefit)이 더 큰지를 따져보라는 뜻이. 상품이 나오기도 전에 고객이 누릴 편익을 설명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이를 보고 아마존은 신상품의 출시 여부를 결정한다. 바꿔 말하면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품은 존재가치가 없다는 소리다.



 세상의 모든 상품이나 브랜드는 ‘존재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취업시장에서 나라는 상품에 대한 제안서 역할을 하는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라는) 고객은 왜 다른 상품이 아니라 ‘나’라는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소개서도 “나를 뽑으면 어떤 점이 좋을지, 즉 기업이 어떤 편익을 얻게 될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입사 후 포부’는 나를 뽑았을 때 (장기적으로) 기업이 얻게 될 ‘편익’을 설명해주기에 딱 맞춤하다. 따라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작성해야 한다.


 그래서 입사 후 포부를 작성할 때 떠올려야 할 핵심 키워드는 지원한 직무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사(성과)에 어떻게 ‘기여’할 지다. 한마디로 지원자가 꿈꾸는 미래의 목표와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가 얼마나 일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작성의 포인트다.


 그런데 입사 후 포부가 미래에 대한 기대치라고 해서 뜬구름 잡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간혹 지키지 못할 터무니없는 장밋빛 공약으로 입사 후 포부를 도배한 자기소개서를 만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IB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견인차가 되겠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사회적 기업 및 프랜차이즈 컨설팅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대학생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전략 분야의 모든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또한 컨설팅 회사와 대기업 전략기획실 인턴십 등을 통해 경제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함께 시장과 고객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전략을 제안할 수 있는 PT역량까지 갖추었습니다.

 실제 실전적인 기획·전략 분석 역량을 겨루는 ‘National Banking 대회’에 도전하여 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입사 후에는 이러한 기획·전략 역량에 더해 해외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현재 IB분야에서 후발주자인 OO은행이 단기간에 리딩 뱅크로 도약하게 만드는 주역이 되겠습니다”  


 말대로만 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게 신입사원 혼자 마음먹는다고 가능한 일일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표현하면 자기소개서의 ‘그’는 평범한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입사만 하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리회사를 이끌어갈 초능력을 보유한 울트라 슈퍼 히어로나 다름없다,

 이쯤 되면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취업에 목마른 청춘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판타지 소설 '자소설'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포부를 말해보라는데 입사 후에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겠다고 쓸 수는 없다.

 요즘같이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기업이 찾는 인재는 주어진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알아서 착착 잘 해내는 사람이다.

 갈수록 흔들림이 심해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회사가 방향을 일일이 정해줄  없다. 직원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답을 찾아내야만 한다.


 따라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경쟁력과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필요하다.

 당연히 꿈만 거창한 사람도 꿈조차 가난한 사람도 모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아니다.

 결론을 말하라면 기업이 바라는 입사 후 포부는 꿈도 (그를 이루기 위한) 계획도 ‘야무진’ 것이다. 야무지다는 "빈틈이 없이 단단하고 굳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야무진 입사 후 포부는 어떻게 써야 할까? 사실 기업이 입사 후 포부를 묻는 이유는 결국 지원자가 회사와 직무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고민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따라서 두루뭉술하게 입사 후 포부를 쓴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막연한 미래라고 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게 아니라 오히려 회사나 직무에 대한 사전 지식을 녹여서 최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말이다.  



 조금 더 첨언하자면 입사 후에 지원한 직무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세부적인 목표와 계획까지 제시해서 앞으로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를 통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지를 어필함으로써 ‘준비된 인재’ 임을 강조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회사나 지원한 직무(분야)에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는 물론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장단기 계획까지 곁들여 소개하면 실천적인 행동 의지를 보여주는데 효과적이다.


 입사하면 어떤 일들을 왜 하고 싶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함께, 회사의 사업전략이나 주력 상품 및 서비스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 등을 곁들여도 좋다.

 특히 입사 후에 그려가고 싶은 개인의 인생설계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직의 청사진까지 함께 보여준다면 더욱 ‘준비된 지원자’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아래의 자기소개서가 좋은 예시다.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대한 사전 지식을 잘 활용해서 입사 후의 배움과 경험을 어떻게 접목해서 성과를 창출하고 회사에 기여할 지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원한 OO유통이 향후 어떤 비즈니스에 집중할 것인지,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직원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인지, 그 역량을 입사 후에 어떻게 개발할지에 대한 계획을 시간의 흐름과 (자신의) 성장과정으로 자연스레 연결해서 보여주려 애쓴 점이 돋보인다.


# 입사 후 포부(향후 각오) 예시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유통회사 합격자) 

입사 후 3년까지 OO유통의 기업문화에 완전히 어우러진 신입사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OO유통에서 활성화된 사내 동아리 활동에 열심히 참가해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쌓도록 하겠습니다.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선배사원들에게 가르침을 얻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직무역량 강화에 힘쓰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유통관리사 1급 취득을 목표로 지속적인 자기 계발에 정진할 것입니다. 특히 입사 초기에는 되도록 다양하고 폭넓은 직무경험을 통해 회사 및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안목과 실무역량을 키우겠습니다. 그래서 ‘사내공모’에 적극 도전할 생각입니다. 자기 계발의 성과를 점검하는 한편 사내 다양한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사 5년 차에는 그동안의 직무경험과 자기 계발 성과를 토대로 전략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유통업의 트렌드인 온라인 커머스 분야에서 회사의 미래 비전을 그려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10년 후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해외영업전문가로 성장해서 전 세계의 고객들이 OO유통을 이용하면서 OO유통만이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에도 변하지 않을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OO유통에 입사할 때의 초심과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회사와 연계된 개인의 목표와 비전이 뚜렷하고, 그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바람직한 입사 후 포부의 전형이다. “ 계획이  있구나영화 <기생충> 명대사다. 



 마케팅 교과서에서도 성공하는 브랜드가 되려면 고객에게 “계획을 제시하라”라고 가르친다. 그래야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상품을 팔기 위한 제안서인 자기소개서의 입사 후 포부가 바로 여러분이 고객인 기업의 선택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매력적인 계획인 셈이다.


 입사 후 포부는 회사에 따라서 “5년이나 10년 후, 예상하는 회사 내에서의 위치(자리)” “입사 후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꿈 또는 비전” 또는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의 선배로 인정받고 싶은지” 등의 형태로 질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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