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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an 26. 2022

양자택일(兩者擇一) 질문의 숨겨진 함정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12

 문제 속에 답이 있다” “질문 안에 답이 있다” 학창 시절 시험을 앞두고 늘 선생님들이 하셨던 말씀이다. 그러니까 문제의 속뜻, 즉 출제자의 의도와 배경까지 생각해서 답을 하라는 살뜰한 당부셨다.

 면접에서도 면접관이 질문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그에 맞추어 적합한 답변을 해야 한다.



 특히 덜컥 답을 내놓기 전에 질문에 방점이 찍힌 포인트, 즉 면접관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면접에 종종 등장하는 양자택일(兩者擇一) 질문은 이름 그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양자택일 상황은 언제나 고민스럽다. 지원자가 아무리 고민하고 애써봐야 어차피 정답을 모르니 평소 생각과 소신대로 답을 하면 된다.



 하지만 합격여부를 결정짓는 면접이라는 부담 탓에 지원자는 둘 중 무엇이 정답인지 혹은 어느 쪽을 선택해야 유리할지를 고민한다. 아니 거의 예외 없이 지원자들은 특정한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그런데 언뜻 황당하게 들리지만 양자택일 질문 중에 면접관이 생각하는 정답은 없다. 지원자가 어떤 답을 선택하든지 면접관은 동전의 양면처럼 반대되는 강점을 들어 언제든 반박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입사 후에 희망하는 커리어 패스(Career Path)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중 어느 쪽인가?” “조직의 화합과 성과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떤 일을 해야 할까?”“리더로서 개인평가와 집단 평가 중 어떤 방식을 더 선호하는가?” 등이다.


 만약 지원자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를 선택한다면 면접관은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러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융합(融合)’능력이 중요한데 당연히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성장하는 게 유리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反問)할 것이다.

 반대로 제너럴리스트를 선택한 지원자에게는 지금 세상은 각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경륜을 쌓은 전문가가 대접받는 ‘전문가의 시대’가 아니냐며 다그칠 것이다.



 어릴 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를 짓궂게 어른들이 물어보는 것만큼이나 대답하기 까다로운 난제(難題)다.

 아니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 없이 한동안 2030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밸런스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자장면 대 짬뽕, 힙합 대 발라드처럼 둘 중에서 딱 하나의 정답을 무조건 골라야만 하는 게임이다. 차이가 있다면 밸런스 게임은 키득거리며 답을 말하면 그만이지만 면접에서는 대답으로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답을 내놓으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양자택일 질문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인 ‘조직의 화합과 성과’를 예로 들어보자. 화합을 선택하면 “기업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존재할 수가 없다”며 타박할 것이고 성과라고 답하면 “화합 없이 성과를 내는 게 어떻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라고 몰아붙일 것이다. 애당초 화합과 성과는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다.

  이 밖에 ‘일과 가정생활(Work & Life)’ 혹은 ‘조직생활과 개인생활’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 등의 질문도 결국은 조화와 균형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한마디로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둘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도 하나 이상할 게 없다. 그럼에도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면접관의 까다로운 추가 질문을 피해 가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양자택일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어떤 쪽을 선택했는가가 아니라 면접관의 득달같은 반박에 얼마나 논리적이고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가이다.


 그런데도 마치 논쟁을 할 때처럼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만 정신이 팔린 지원자들이 있다. 면접관이 자신의 대답에서 모순점을 찾아내 지적하거나 반박하면 그만 평정심을 잃어버리고 만다.

 면접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입술을 앙다물고 굳은 표정으로 화난 듯이 말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어떤 지원자는 뚜껑이 열려서 “면접관께서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며 대놓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


 물론 지원자 입장에서는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힐난조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면 당황스럽고 화가 치민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면접관이 함정을 미리 파 놓고 어서 빠져 주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마치 ‘가스 라이팅(Gaslighting)’(심리학 용어·교묘한 상황 조작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정신을 황폐화하고 마치 노예처럼 타인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거나 조정하는 행위)당하는 느낌일 테다.



 이런 상황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를 괴롭히는 가스라이터 같은 면접관을 향해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그래서 어찌하라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어쩔티브, 나도 반사”라고 쏘아붙이고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반발심이 치밀고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어쩌랴. 양자택일 질문에서 면접관의 날 선 반박이 이어진다고 해서 마치 논쟁하듯이 각을 세우거나 맞서는 분위기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면접관도 순간순간 감정에 휘둘리는 평범한 사람이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분통을 터뜨리고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지원자를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면접관이 과연 있을까?



 “아는 것도 많고 자기주장도 확실하고 똑 부러지지만 입사 후에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기는 힘들겠다”라고 판단한다면 뭐라 하겠는가?

 각양각색인 사람들이 모인 회사에서는 의견 충돌이 빚어지는 게 일상이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서로 한 발짝 물러나서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에게 듣기 싫은 성난 말을 하지 말라. 남도 너에게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공자 


 ‘냉정과 열정 사이’,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열정적으로 입사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도 면접 시간 내내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면접관의 반대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자칫 “줏대가 없거나 주관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따라서 양자택일 질문을 받으면 ‘스펀지 화법’ 혹은 ‘Yes, But 화법’으로 대처하는 게 효과적이다. 말하자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면접관의 주장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본인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네 (Yes) 맞습니다! 저는 그러한 부분에서 면접관님의 말씀도 분명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But) 저는 “이러한 점에서 혹은 이러이러한 측면에서 제가 말씀드린 내용도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솔직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되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최대한 부드럽게 방어하자는 것이다. ‘스펀지 화법’이나 ‘Yes, But 화법’은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모나지 않고 부드럽게 표현하는” 일종의 ‘완곡(婉曲)’어법으로 면접관이 압박 질문이나 꼬리 질문을 하는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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