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파티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by 버들유


4월 셋째 주

봄비가 온다.

화려했던 꽃들이 떨어지고 초록잎들이 그 자리를 더욱 화려하게 채워주며, 봄비를 흠뻑 머금는다.

작고 밝은 튼튼한 연초록의 잎들이 더 무성해질 생각에 나무는 신이 나 보인다. 내 눈에는 정말 그래 보인다.

기쁨의 냄새를 뿜어내는 나무가 느껴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마치 내가 나무가 된 듯 이런 날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속옷만 입고 나무들과 함께 기쁨의 춤을 추며 날 뛰고 싶다. 현대인의 품격을 위해 우비로 누드를 대신하기로 했다. 장화 한 켤레 우비 한벌. 빼놓을 수 없는 비염약 한 알. 나무와 함께 봄비 파티를 즐길 준비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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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서, 이 동네에서 나만의 숲을 찾아 떠난다.

마치 빛을 향해 펄럭이는 유리 앞 하루살이들 마냥

피톤치드를 향해 저벅거리는 걸음으로 재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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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라고 하기엔 앙증맞은 무리들.

나무들의 모임 정도라 하자

큰 초록. 작은 초록. 그리고 인간초록까지 받아주는

관대한 나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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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머금고 난 다음 해를 맞이하겠지

건강해진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그래서 지나 칠 수 없이 감사하고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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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면 뛰어나가 자유를 흠뻑 머금고 싶은

미치광이 같은 이 충동은 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나무를 사랑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의

헛기침 같은 것이라 들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