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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며 나누는 마음

다양한 기부런에 참여하기

by 디베짱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 중 하나는, 이 운동이 ‘누군가를 위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살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였지만, 이젠 누군가를 살리는 데도 쓰일 수 있다니....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참 좋은 일이다”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그 달리기를 하고, 땀을 흘리고, 그걸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체감한 날, 나는 뛴 거리보다 더 깊이 감동했다.



내가 처음 참여한 기부런은 2023년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그날 남편은 출장을 떠나 있었고 운동 메이트도 없으니 나의 운동은 슬슬 게을러질 타이밍이었다.

그러다 마침 ‘션과 함께하는 어린이날 5.5km 기부런’이 열린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참가비를 내고 정해진 거리를 달린 뒤 인증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었지만 그 안에는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내가 달린 5.5km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니, 이보다 더 기쁜 운동이 있을까.

숨이 차고 땀이 흐르는데도, 그날만큼은 유난히 마음이 가볍고 환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가졌다는 것, 그 자체로 감사한 날이었다.

기부런은 점점 내 달리기의 방향을 잡아주는 이정표가 되었다.



6월 6일 현충일에는 6.6km를 달렸다.

태국의 더운 날씨, 연휴의 끝자락에 남편과 함께 땀 흘리며 달린 현충일의 기부런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서 선열들의 희생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남편과 함께 달리고 난 뒤, 서로의 완주를 자축하며 잠시 묵념을 올렸다.

숨을 고르며 가슴에 새긴 그날의 문장은 지금도 기억난다.


“한 사람의 작은 발걸음이 모이면, 결국 큰 기적이 된다.”



2023년 7월 30일 헬렌켈러 기부런 10km

‘헬렌켈러 기부런’은 시청각 장애인의 점자 교육과 자립 지원을 위한 행사로, 수익금 전액이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 센터에 기부되는 임팩트 러닝 프로젝트다.


이 기부런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한 달 이내 자유롭게 자신이 정한 거리를 달리고 인증하면 되는 방식이었지만, 나에게는 조금 특별했다.

달리기에 진심이 된 나의 운동친구 중 하나인 그 친구가 이 행사 소식을 알려주었고, 나 역시 그 취지에 깊이 공감했다.


7월의 마지막 휴일, 그 친구와 나 그리고 몇몇의 지인들이 함께 모여 작지만 따뜻한 우리들만의 오프라인 달리기 이벤트를 열었다.

혼자 달릴 때보다 함께 달릴 때 더 깊이 와닿는 것이 있었다.

누군가는 걷고, 누군가는 달렸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뛰었다.

땀방울보다 진한 연대감이 피부로 스며들던 날.

힘들었지만, 더 의지가 되고 더 따뜻했던 하루였다.


8월 15일 광복절에는 ‘815런’에 참여했다.

8.15km, 단순한 숫자였지만 그 거리마다 담긴 의미는 무게가 달랐다.

달리며 흘린 땀이 광복절의 정신을 되새기게 했고, 그 의미에 보태는 작은 걸음이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특히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주거 개선 사업’에 기부금이 쓰인다는 사실은 나에게 이 달리기를 더 큰 기쁨으로 만들었다.


“그래, 이 맛에 달리지.”


거기에 더해,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이 더해진 날이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런

그해 크리스마스에도, 나는 한여름의 태국 파타야에서 기부런에 참여했다.

세상은 사랑과 낭만으로 물들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더 외롭고 힘든 날이기도 한 크리스마스.


그런 날에 달리기를 통해 따뜻한 손길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은 달리기가 갖는 또 하나의 선물같은 매력이었다.

지친 몸은 시원한 코코넛으로 달래고, 감사한 마음은 하루 종일 나를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나는 그날 달리며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참, 잘했다. 오늘도 나답게 살았다.”



그리고 2024년 3월 1일 삼일절.

늘 온라인으로 기부런에 참가해오다 이 기부런에는 ‘오프라인 러너’로 선정되어 션님과 함께 31런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엇다.

국내에서 열리는 의미 있는 행사에, 잠시 귀국한 틈을 타 현장에서 달릴 수 있었던 그 날.

그 자리에서 함께 달리고, 노래하고, 기억하고, 나눈 모든 순간은 지금도 내 마음속 가장 빛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우리의 작고 소박한 걸음들이 모여 2억 6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기부되었다.

정말이지, 이 얼마나 눈부신 기적인가.


그날 나는 깨달았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지만, 함께 외치면 세상을 울릴 수 있다.’


달리기도 그렇다.

내가 흘린 땀이, 다른 이들의 땀과 마음과 만나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토록 건강한 두 다리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리고 나는, 그 축복을 온몸으로 누리고 있는 중이다.


기부런은 단지 숫자에 맞춰 달리는 행사가 아니다.

그건 ‘함께 달리는 마음’의 축제이고, ‘선한 영향력’이 모이는 운동회이며, ‘누군가의 삶에 온기를 더하는 아름다운 방법’이다.


지금도 나는 삼일절의 31런, 광복절의 815런, 그리고 크리스마스런 이 세 가지 기부런 참여를 3년째 이어오고 있다.

내가 러닝을 지속하는 한, 이 기부런들은 나의 발걸음 속에 변함없이 함께할 것이다.

살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였지만, 이 달리기로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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