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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點)의 비행

죽음에 무심한 존재들이 놓친 사랑에 대하여

by 김아현

점점이 모여든 검은 원의 사지가 진동하고

가느다란 파도의 유려한 곡선은

문장으로 배운 죽음을 밀고 당긴다

생겼다, 사라졌다, 감췄다, 보였다

박힌 구멍을 보며 가장자리로 걷던 시간

검은 원은 어렴풋한 한 줄의 곡선이 되어

가닿은 적 없는 선심(善心)의 선(線) 앞에

팽팽해진 허파는 더욱 부풀어 올라

특별한 자극이라 할 것 없는 지나침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의 반복적인 유한함과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의 대화

서쪽으로 사위어가는 고독의 박동과

다음 생으로 빚어낸 응축된 사랑

흐릿한 유정(有情)이 머무는 그늘을 향해

무심히 고개를 사선으로 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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