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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앓는 중 2

어느 비를 생각하면

by 김아현

크레바스의 밑바닥,

그 영원의 줄기

암흑의 암벽을 지탱하는

무언(無言)에 잠기고 싶어


봄과 봄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
겨울과 겨울 사이—


어느 비를 생각하면

뒷머리부터 명치까지

소슬한 소름이 내려앉아

긴긴 적막에 흐드러진

어느 진동을 맞이하지


크레바스의 균열을 닮은

계절과 계절 사이는,

그 경계와 경계는

희망만 껴안다 사라진 것들


그래서 틈틈이 울어

지겨워서가 아니라

찌뿌둥한 몸을

뒤척이는 것도 아니라

겨울은 지날 수 없는

겨울이로구나

그걸 알아서


가랑비 같은

긴긴 여러 앓이

폭우의 말들

그걸 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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