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거대한 봉분과 어우러진 사람들, 조화로운 세계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덤 주위에서 밥을 잘 먹었다
식당가들은 삼백육십오일 이십사 시간 제사상을 차렸고
입이 심심한 사람들은 무덤의 둥근 등에 기대 속 편히 커피를 마셨다
아이들은 무덤이 자신을 봐주기라도 하는 듯 드높게 연을 띄웠고
낮은 울타리 너머 연인들은 무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은 의외로 무덤 주위에서 울지 않았다
어떤 이는 울고 있는 누군가를 보며 이 좋은 날에 좋은 곳에서 왜 우냐고
나 같으면 무덤으로 가득한 이곳이 아름다워 집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르른 봉분 주위에서 편안함을 찾는 이들에게 묘지의 공포는 사치였다
저 깊은 땅에 수많은 사람이 생매장된 이야기는 밝은 웃음에 물 붓기였다
사람들은 흐릿한 기억을 억지로 곱씹기보다 사진을 찍었다
무덤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환원하려 억지로 애쓰지 않았다
대신 아름다운 풍경에 무덤을 여러 기(基) 들고 왔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무덤으로 모였다
무덤은 사람을 보았고 사람은 무덤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