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힘든 달 하 (공무원 비상근무)

이제는 비상근무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대로는 정말로 안될 것 같다.

by 유해길

예를 들어 산불 비상근무를 보자. 시청과 읍면동 주민센터는 산불감시원을 따로 고용한다. 그럼에도 주말에 사무실 2인 이상 대기를 시킨다. 보통 오전 10시부터 저녁 7~8시까지 근무한다. 설 연휴도 예외가 아니다. 연휴가 길면 직원 대부분이 명절에 한 번 이상 근무를 선다. 대기 직원의 임무는 주변 순찰, 감시원 근무 점검, 사무실 상황 접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불이 나면 시청이나 주민센터가 아니라 119에 신고할 것이다. 산불감시원은 위기 시 초동 대응과 잔불 정리를 맡을 수 있다. 반면 사무실 대기 직원은 할 일이 많지 않다. 행정을 다루는 사람이라 산불 전문성도 부족하고 대응 경험도 없다. 그럼에도 ‘대기’는 계속된다. 남는 건 시간과 피로다.


폭염 비상근무도 비슷하다. 주말에 사무실로 나와 현장을 점검한다. 열사병이 우려되니 안전수칙을 안내하고 작업 중지를 권고한다. 그러나 행정지도에는 강제력이 없다. “계속하겠다”면 그만이다. 직원 몇 명이 관내 모든 공사 현장과 농지, 작업장을 다 돌 수도 없다. 결국 ‘나갔다’는 기록만 남는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좋겠지만, 인력 동원이 고수되는 이유는 책임 회피 문화와 맞닿아 있다. 재난이 나면 피해는 생길 수밖에 없다. 피해를 줄이는 것만큼, 피해가 났을 때 “우리는 이 정도 준비했다”를 보여 주는 일이 중요해진다. 예방이 피해를 얼마나 줄였는지는 산출하기 어렵다. 하지만 동원 인력과 투입 예산은 숫자로 남는다.

비상근무의 대응 방식의 초점은 면피식 행정이었다. 이를 위해 공무원을 갈아 넣는 방식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는 새벽에 나오라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정말 난감하다.


그래서 실제 예방과 별개로, 책임을 피하기 위한 기록이 쌓이고 “잘 대응했다”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부른다. 불필요한 서류가 늘고, 필요 이상으로 동원이 확대된다. 새벽이든 주말이든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 지자체는 질적 개선에는 무심하고, 양적 확대라는 쉬운 길을 반복한다. 나는 공공기관의 비상근무 방식이 지금의 비효율에서 더 효율적인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난이 나면 공무원만이 해야 하고, 공무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폭우가 예상되면 사전에 알리고, 피해 예상 지역 주민에게 대피를 안내해야 한다. 댐과 하천 수위를 조절하고, 시설물 안전 점검도 챙겨야 한다. 폭설이 내리면 빠르게 제설을 시작해 통행 불편을 줄여야 한다. 필요하면 소방, 경찰, 수자원공사, 한국전력, 군 등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며 전체 상황을 조율해야 한다. 지자체의 역할은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인력과 장비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물론 긴박한 상황이라면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 비바람이 심해 비산물이 날려 위험하다면 누군가는 가서 정리해야 한다. 나도 비가 퍼붓던 날 컨테이너 패널이 날리는 것을 정리한 적이 있다. 위험했지만 “누가 해야 하느냐” 앞에서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이 맞다. 하지만 모든 공무원이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장 투입에는 필요한 인원이 있고, 그만큼만 나가면 된다. 준비 없이 재난 현장에 나가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부를 수도 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현장에서 슈퍼맨이 되지 않는다. 2025년 산청 산불에서도 공무원 1명이 사망했다. 그는 산불 진화를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화마에 휩쓸렸다. 행정공무원으로서 산불 진화 교육을 받은 적도, 경험도 없었다.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투입됐다.


死後藥方文


불을 진화하는 일은 전문 인력인 소방관과 산불진화대가 맡아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라도 더 투입됐다”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훈련받지 않은 직원을 내보낸 것이다. 사고가 있었지만 이후에도 지자체의 재난 대응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해, 폭염, 산사태, 산불은 대응 방식이 달라야 한다. 그런데 기관은 늘 쉬운 답만 찾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투입할지에만 매달린다. 그 결과 호우주의보에는 4분의 1, 호우경보에는 절반을 동원한다. 필요하면 규정에도 없는 전 직원 동원까지 고집한다. 숫자는 쉽고 설명도 쉽다.


사람을 갉아먹는 방식은 ‘비상’이라는 단어 앞에서 정당화된다. 그 단어는 면죄부처럼 작동한다. 새벽 1시에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전 직원의 절반이 그때부터 비상근무다. 꼭 절반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절반이 모인다. 잠도 못 자고 눈 비비고 나온 직원들이 사무실에 앉아 기상청 예보를 확인한다. 현장에 실제로 투입되는 인원은 일부뿐이다. 나머지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대기한다. 새벽 4~5시에 해제되면 집에 가 두세 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출근한다. 그날 하루는 통째로 흐릿하다. 업무는 밀리고 피로만 남는다.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새벽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부른다. 이 방식은 당연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새벽 두 시에 지친 몸으로 나온 사람이 많다고 해서 물이 덜 차오르지는 않는다. 폭염 속에서 주민센터 직원 몇 명이 더 출근한다고 온열질환자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전문성 없는 투입은 현장을 살리지 못하고, 사람만 닳게 한다. 이제 벗어나야 한다. 재난 대응을 ‘면피식 행정’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재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해 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계절별·유형별 위험에 맞는 대응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단계별 동원 기준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범위는 사전 점검과 관리로 줄이고, 정말 긴급한 순간에는 필요한 인원과 장비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비상’ 한마디로 모두를 부르는 습관부터 끊어야 한다.


공무원도 시민을 위한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그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면, 결국 행정의 공백과 대응의 부실로 돌아온다. 재난의 상시화로 인한 비상근무는 더 이상 삶의 질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삶의 질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됐다. 비상근무의 방식, 재난 대응의 구조, 책임이 흘러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무원은 1년 내내 비상근무를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이며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낭비의 대가를 치르는 쪽은, 결국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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