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계절이든 한 편의 연극처럼 등장과 퇴장이 자연스럽다. 계절은 한순간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미련과 후회 없이 퇴장한다. 이들은 다르면서 하나인 주연과 조연을 넘나 든다. 이는 어느 계절에서도 어색함 없이 조화로운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분명 완벽한 프로들이다.
계절이 연기를 통해 남긴 장면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여운을 갖게 한다. 매년 같은 연극임에도 이상하게 새롭게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 사람 또한 연극의 일부분이라 그러지 않을까. 연기를 가장 가까이 보고 있을 땐 절정에 다다른 모습에서 매번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이제 가을의 연기가 끝나간다. 그렇다는 건 다음 연기자인 겨울이 등장할 차례다. 그럼 우리에게 또 어떤 절정의 연기를 보여줄지 천천히 귤을 까먹으며 기다릴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