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가게 앞을 지나며 나와 눈을 마주친다. 중년의 남자였다. 눈을 마주치자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햇빛을 막을 아이보리색 벙거지 모자를 쓰고 파란색 티셔츠에 팔에는 쿨토시와 편한 운동화를 신고 있다. 등에는 등산용 가방을 메고 왼손에는 광고 메모지를 한 움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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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 일어나 문 앞으로 허리를 숙여 그를 맞이했다. 그러자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광고 메모지가 옮겨지더니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표정에는 특별한 표정이 없다. 나는 곧바로 허리를 반쯤 숙여 두 손으로 광고 메모지를 받았다. 내 고개가 그의 다리 쪽을 향하자 그의 표정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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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완전히 닫히지 못하도록 다리 하나를 문 사이에 걸쳐두고 발끝이 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주고 있었다. 표정에는 변화가 없지만 눈동자 안으로 두려움 서려 있었다. 그건 밖과 안의 세계가 달라 섣불리 안의 세계로 자신을 내던지지 못한 모습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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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밖의 세계란 넓은 세계로서 자신이 보고 듣고 말하고 걷고 뛸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안의 세계는 좁은 세계로서 이미 자리 잡은 타인의 구축한 세계이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 발을 들이는 건 타인의 세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