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건네지 못할 안부를 되뇌었다. 애틋한 시선의 마주침은 까만 옛일이 되었고,
밤이슬이 내려앉은 새벽녘, 나눴던 청춘에 대한 환희와 메모장 귀퉁이에 적어둔 고백은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 별다른 갈등 없이 소원해진 이는 그간 수없이 많았지만 그 때마다 난 소외감을 고열처럼 앓았고, 그 까닭을 파헤치고 싶어 했다. 혹 내가 그이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던가, 또는 감추지 못한 미숙함이 진력나게 만든 건 아닌가, 반성하는 밤의 연속이었다.
간혹 그리운 마음이 서운한 맘을 앞지를 때면 이따금 나를 그리는 계절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 이들과 나눈 시간이 나 홀로 기억하는 오래된 전설이 돼버린 것 같았다.
바로 어제까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눈 깜짝할 새 바람결이 달라졌다. 계절이 바뀌듯 친밀한 사이에도 전에 없든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어났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사이. 머물던 이의 뒷모습을 마주하는 일은 종종 있었고, 영원할 줄로만 알았던 연줄도 흐려졌다.그러한 변모에 의연해지게 된 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오늘 웃으며 안부를 묻던 이와 고요히 멀어지는 일. 다음을 기약했던 만남이 새로운 약속으로 연장되지 않는 일. 각자 생활이 바빠지면서부턴 서로를 배제하게 되는 변화까지. 이 모든 과정은 골이 깊은 대립이나
고성이 오가야 벌어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헤어짐은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이었다.
난 시시각각 바뀌는 자연을 응시하며 멀어진 인연의 안녕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