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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유진 Nov 09. 2024

애인의 친구를 만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늘 어려워요

의존성 우울증을 가진

은재의 연애 스타일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우리는 하나!"

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나와 애인이 마치 샴쌍둥이처럼

어디를 가도 같이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늘 공유하는 것 따위를 말한다.


하지만

요즘 SNS를 보면

그런 연애를 추구 하는 것이

때로는 숨 막힌다고 느끼는 것 같다.

개인적인 시간을 운운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 보면.


은재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딱 한 가지를 물어보고 싶다.


근데 사랑하는데 어떻게 참아져?


뭐, 참아진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아무튼 그런 은재에게

이번 애인의 연애 방식은 낯설었다.


이번 애인은

자꾸 은재를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며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소개의 단계가 지나쳤는데도

그런 자리를 이어가자

그는 은재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고 싶다고.


하긴,

애인의 애로사항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애인의 친구들은 청소년이 아닌데도

애인이 은재하고만 노는 것을 질투하고 서운해했으니까.

그게 은재에게도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그런 이유로

애인의 친구들이 은재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참기가 힘들었다.


애인의 친구들은

애인의 전 애인을 들먹이면서


걔랑 사귀었을 때
우리 진짜 재밌었잖아.

매일 만나서
매일 술 마시고, 놀고..

지금은 네가 그렇지를 않아서 난 좀 서운해


이런 말을 했다.

그래서 은재는 애인이 자꾸 친구를 소개시켜 주는 것이

이전의 습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

은재의 생각으론 친구들의 질투와 서운함도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

그것까지 포함해서

은재는 애인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무척 불편했다.


물론

은재에 대한 그런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들,

그 자리가 마냥 편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은재는

타고난 성질로

사람들을 불편해했으니까.


그리고 그 불편함은 아마도

은재가 대체로 사람에게 실수할 것이 두려워서

그 자리를 불안하고 짜증스럽게 느끼면서 드러나는 것 같았다.


결국 은재는 그런 자리에서

말도 잘 하지 않고

웃지도 않고 어색하게 있었고,

 그건 티가 났다.


애인의 친구들은

은재가 부정적이고 어둡다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있었음에도

은재는 여전히 그때의 애인을 만나고 있고

그런 친구들부터 그렇지 않은 친구들까지 여전히 애인의 친구들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은재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친구 애인이냐?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애인의 친구들이 은재와 애인이 사는 이 도시에 오면

애인이 아닌 은재를 부르기도 했으니까.


이렇게까지 바뀌게 된 계기는

일단

애인의 노력이 있었다.


애인은 이제 더 이상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어차피 안 되는 것을 알았고,

원초적으로 그 행동이 은재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그만 두었다.


그러다 보니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은재가 추구하는 연애 스타일에 어느 정도 충족 되었다.

그러니 가끔 보는 친구들과의 약속에

애인을 쉽게 보내주거나

불만이 없는 마음으로 함께 갔다.


그리고 불만이 없는 마음이 생긴 것은

일단 지금이 어느 정도 은재의 추구에 충족된 것도 있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은재가 회복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은재가 지금의 애인을 만날 때부터

2년 때까지

은재는 무척 푸름이었다.


그리고

푸름은 늘 연쇄적으로 드러나 여러 방면으로 나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자신이 우울해지는 것뿐 아니라

과하게 먹고, 과하게 울고

그러니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랬던 은재가 뜻밖의 일로 회복을 하니,

연쇄적으로 망가졌던 것들이

연쇄적으로 해결이 되었다.


물론

타고난 체질과 성질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데 완전히 자유롭진 않지만.


은재는 조금 회복을 함으로써

현재와 과거에만 머물던 시선이

미래로 넘어가게 되고

그것도 애인과의 미래를 그리면서

애인의 친구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어서

은재는 노력한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은재는

애인의 친구들에게

친구의 애인이 아닌 '은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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