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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Jan 12. 2023

일희일비하면서 살기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그곳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의 이야기.

슬픔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하다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슬픔, 기쁨, 분노, 까칠, 소심. 모든 감정 하나하나가 소중하며 이 모두를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기억 저장소에 구슬이 늘어가고 그중 핵심 기억들은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삶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난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편이다.

기뻐서 환호해 본 일도, 슬픔으로 크게 울어본 일도, 분노로 소리 질러 본 일도, 까칠하거나 두려움을 느껴 본일도 거의 없다. 그에 반해 아내는 일희일비를 잘한다.

직장에서 상사한테 조금만 칭찬을 들어도 아주 기분 좋은 상태로 집에 온다. 일이 조금만 안 풀리고 문제가 생긴 날이면 어김없이 우울한 상태다.

여중생 딸은 늘 밝다. 친구들과 전화하며 까르르까르르, 가족들과 얘기하다 까르르까르르.

아들은 더 단순하다. 매일 숙제 때문에 엄청 힘들어하다가도 친구들과 게임을 하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금세 행복이 찾아온다.

기억 저장소에 실패와 좌절, 이별의 구슬이 생기기 전이라 그런 거 같다. 앞으로 성장하며 겪을 수많은 아픔과 고난도 적당히 느끼며 적절하게 저장되길 바란다.


내 안에 슬픔 구슬은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편지, 사업이 잘 안 되어 힘들던 기억 등이 있다. 기쁨 구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린 시절 엄마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기억부터 학교를 졸업하고 연애와 결혼을 하고 아이들과의 만남까지 인생의 파노라마 같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모두 10년 이상 된 기억들이다.

생각해 보니 예전의 구슬들은 주로 타인에 의해, 주변 환경에 의해 생성된 구슬들이었는데, 최근의 구슬들은 주로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스로 나를 대견하게 느낄 만큼 목표한 바를 해냈을 때, 또는 매번 하는 실수를 반복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실망스러울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 기억 저장소에 구슬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40대가 되면 다들 한 번쯤 나를 돌아보고 나의 내면을 탐색하게 되는 이유가 이 때문인가 보다.

세상의 순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핵심 기억에 저장될만한 기쁨, 슬픔, 분노, 까칠, 소심의 감정이 생기질 않는다. 비슷한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가끔 울컥하지만 그때뿐이다.

어쩌면 내 감정을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섯 감정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는 나만의 원칙에 갇혀서 기뻐하고 슬퍼하지 못하게 했던 건 아닐까.

늘 겸손하고 한결같아야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으로 내 감정을 돌아보지 않았다.

아이들처럼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표현하며 만끽하는 삶이 당연히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아내가 부럽다. 오늘은 한층 더 기쁨이 충만한 상태로 집에 왔다. 현관에서부터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반려견 승리와 격렬하게 재회하고 아이들과 뜨겁게 스킨십을 한다.

직장에서의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맘껏 기쁨을 표현한다.

가끔 일희일비한다고 놀리지만 사실은 부럽다.

남들이 보기에 내가 기뻐하는 일이 너무 사소한 일일까 봐, 슬퍼하는 일이 별일 아닐까 봐 두려웠다.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내일부턴 조금 더 깊이 내 감정을 살펴보리라.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잠들 때까지, 집에서부터 회사까지.

온종일 내 마음속 다섯 감정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갑자기 너무 궁금해진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모두 내일부터 내가 유심히 지켜본다.

긴장하고 제대로 일하자~~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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