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나기

3. 철이 든다는 건

의문에서 수긍으로

by 지훈

어릴 적 나는 자주 물었다.

“왜 그래야 해?”

세상의 이치가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그렇게 원래라 불리는 세계가,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말없이 정해져 있는 규칙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따라야만 하는 공기.

그 안에서 나는 늘 작고 어색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왜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삼키는 법을 배웠다.

질문은 눈총을 부르고, 질문은 틀림으로 여겨졌으며, 질문은 결국 고립을 불러왔으니까.

그때부터 나는 ‘왜’ 대신 ‘예’를 말하기 시작했다.

질문 대신 수긍을.

호기심 대신 적응을.

의문 대신 침묵을 품게 되었다.


그것이 철든다는 뜻이었을까.

세상은 그것을 성숙이라 불렀고, 나는 스스로를 칭찬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마음 어딘가가 비어가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세상을 묻지 않는다.

그저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이다.


군대라는 장소는 그것을 더욱 극단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왜 묻느냐고 다그치는 명령들.

생각을 버리고 움직이는 훈련.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비로소 ‘사회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사회란 왜를 지우고, 예를 강요하는 거대한 집단.

질문은 불편함이고, 생각은 위험이며, 의문은 무너뜨림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그렇게 철이 들어 있다.

모난 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물결에 거슬러 흐르지 않기 위해 내 생각을 접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밤하늘을 보며 생각한다.

철이 든다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일까?

나는 어쩌면, 어른이 되면서 나의 가장 빛나는 조각을 한 번에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왜를 물을 줄 아는 아이는 사라지고,

예를 말하는 어른만이 남아 있다.

그런 나를 세상은 칭찬하지만,

나는 가끔, 내 안의 오래된 목소리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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