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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Feb 13. 2023

오늘의 단상을 그러모아

1.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글로 대신해 주는 작업을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인터뷰는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을 끝내 후회하지 않게 해줄 유일한 숨통이다. 누군가에 대해서 조사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질문을 구성하고, 그를 마주하여 준비한 질문을 건넬 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녹음에 담긴 목소리를 들으며, 키보드 위에 손을 얹고 나는 약간의 수식어를 더해 그의 빛나는 인생을 더 윤이 나 보이도록 문장을 가다듬는다. 


몇 시간을 꼬박 투자해 완성된 인터뷰 원고를 보고, 그가 내게 "이렇게 글로써 제 인생과 가치관을 한눈에 정리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참 행운인 것 같아요"라고 말할 때 난 좋아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이 직업을 선택한 데 있어 조금도 후회하지 않게 된다. 


2.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나조차도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 혼자가 아닌 둘이 된다는 것, 과연 어떤 느낌일까. 6년 가까이 함께 했지만, 함께 지내다 보면 내가 미처 몰랐던 다른 모습도 쉬이 발견되겠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그의 새로은 모습을 마주하게 될 때, 나는 웃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울어야 할 것인가. 


3.


함께 있으면 흘러가는 시간을 억지로 붙잡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잘 통하는 분. 그분이 내게 선물로 주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책을 매일 아침 읽고 있다. 이 책 역시 점점 넘겨지는 책장을 붙들고 싶을 정도로 좋다.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는, 가히 완벽에 가까운 책. 신형철 평론가는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일까. 타고난 재능일까, 피나는 노력일까. 오늘따라 그가 더 궁금해진다.  


4. 


늘 먼저 전화를 걸어 주는 그의 다정함이 좋다. 눈 밑에 깊은 그늘이 생겨도, 피부가 쩍쩍 갈라져도, 살이 불어나도 언제나 다정한 시선을 건네주는 그가 좋다. 시간이 흐르면 사랑은 옅어진다고 하는데, 그의 사랑도 과연 그러할까. 모두가 변해도 내 곁을 지키는 그만은 영원히 변치 않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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