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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Aug 10. 2023

인생 소설을 만나다 양귀자 - 모순

오래전에 사두었던 책이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섹션에 항상 놓여있던 책. 남들이 다 읽는 책은 읽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오랫동안 외면했던 책이었으나, 결국 사고야 말았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고 싶은 책이 이것 외에도 많다는 이유로 여러 날 동안 책장 구석에서 방치해버렸다. 


하지만, 이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출근길에 책장 구석에서 간신히 책을 빼들고 위에 쌓인 먼지들을 조심스레 닦아냈다. 휴지에 먼지가 제법 붙었다. 재빠르게 휴지를 곱게 말아 쓰레기통에 넣고, 책을 가방에 담아 회사까지 가져왔다. 그리고 점심시간 1시간 반을 이용해 모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도. 주인공이 '안진진'이라는 것도.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는 것도. 그리고 모순적인 결말에 도래한다는 점도, 전혀 모르고 책을 펼쳐들었다. 스토리 라인은 기대 이상으로 탄탄했고, 양귀자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 덕택에 잠시도 눈 돌릴 틈 없이 오직 이야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이었다. 한 페이지를 읽으면,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도무지 책장 넘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뒷 내용이 궁금해, 앞 내용을 빨리 읽을 만큼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과연,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대중의 지갑을 여는 책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시간 반 만에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형광펜을 꺼내들고 잔상이 남는 구절을 일일이 찾아 그었다. 그 양이 제법 많았다. 그리고 책에 관한 해석들도 찾아보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어도 좋을 법한 문장들은 따로 나의 기록 노트에 옮겨 두었다. 책을 덮으며, 표지를 쓰다듬었다. 2023년에 만난 가장 보물 같은 소설을, 그냥 곧바로 수많은 책들 사이에 놓아두기가 싫어서...여러 번 표지를 매만지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었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그 감동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이십대란 나이는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 양귀자, 모순 中



꽃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 이름을 자꾸 불러줘야 해.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냐. 


- 양귀자, 모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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