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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대추차는 무엇일까.

chap.04. 전라도 화순의 카페, '그랑터'에서 얻은 배우적인 사고

'전라도 화순'


2024년 11월 29일


나는 아침 10시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에겐 친할머니 같은 존재 '고모'의 호출,

그리고 '고모'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었다.



'고모'가 호출할 때는 둘 중에 하나다.


첫째, '나'에게 정말 뭔가 '조언'을 해주고자 할 때.

둘째, '나'에게 심리적 위로와 안정을 취하게 하기 위해.


고모도 내가 '연기'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부분에 대해 듣기도 하셨고...

또한, 내가 올해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는 거도 아시기에

부르신 거 같다.


그렇게 내려간 전라도

'고모'와의 추억은 또, 주제가 떠오르는 대로 글로 남기겠다.


오늘 이 글에서는 나의 배우적인 사고에 큰 영향을 준

전라도의 어느 한 카페 '그랑터' 사장님의 철학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시작은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솔직하게 '타인의 인정'일 수 있겠지만


그게 '나만의 것'을 찾는 대로 시선이 돌려진다면

어떨까에 대한 질문에서 유래한다.



카페 '그랑터'


전라도 화순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전라도식 사랑의 식폭행을 당했다.


배불러도 맛있어서 자꾸 들어가게 되는...


그렇게

고모한테 얻어먹기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여쭤보았다.


'고모, 근처에 카페 있어요? 제가 차 한잔이라도 사드리고 싶어요!'


'내가 딱 좋은 데 안다.'고모' 단골집에 데려가 줄게.'



도착한 곳은 '서울'로 따지면

그냥 단지 상가에 있는 '카페'였지만


뭔가 아늑하고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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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 보니

인자하고 착해 보이시는 사장님이 반기셨다.


'아이고, 보살님...

오랜만이에요!!


세상에... 우리 조카가 카페 가고 싶다고 해서

여기로 데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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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찬찬히 보아하니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의아했다.


'나'는 그 수많은 메뉴들 중

'팥라테'에 눈길이 유독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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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카페에서나 찾아보기 쉽지 않은 메뉴를

먹고 싶었던 심리랄까.




그렇게 나온 '팥라테'는

이미 비주얼로도 신기했으며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런 음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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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1226_193114536_19.jpg '그랑터'의 수제 팥라테



정말 다시 생각해 봐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매장에는 '생강' 냄새가 가득했었다.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 '생강청'을 준비하고 계신 거였다.


사장님은 나오셔서

우리 옆에 앉으셨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생 교훈을






'팥라테'
'대추차'
'각종 청들(자두청, 레몬청, 딸기청)'


제조과정으로부터 배우게 된다.



'팥라테' 이야기:
당신의 완성도는 때로는 솔직한 '솔직함'이 재료가 되어준다.


'팥'


한국의 요 근래 디저트가게 혹은 베이커리를 가면

항상 찾아볼 수 있는 단어이다.


그만큼 자주 쓰이는 재료이지만

안타깝게도 좋지 않은 재료 사용으로 '물'을 흐리는

상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사장님들을 원망하고 싶지 않다.


나는 카페에서만 6년 일한 아르바이트생이다.


'재료'값이 얼마나 골머리를 썩이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최상의 것은 아니지만 갓성비인 '재료'를 써도

좋은 공간, 인심, 서비스로 단골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으니


각자 성격에 맞게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랑터'의 사장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드신 '팥라테'는
100프로 국산입니다.
같은 절에 다니시는 보살님께서
팥농사를 하고 계시거든요.

제가 가서 고르고 공수해 왔습니다.



"그것을 제가 직접 갈아요.

갈아서

'가루'처럼 만든 후


우유와 함께 스팀을 해서

만들어보니


배도 차고,

저도 찾게 되는 음료더군요.


역시, 카페에서 많이 일해보셨다고 하시더니

메뉴판만 보시고

어떤 메뉴를 골라야 그 카페를 파악할 수 있는지

아시는군요."


확실히 뭔가 다르긴 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팥죽'과 비슷했지만.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도

'나'는 다시 내려가

그 팥라테를 한 잔 더 하고 싶다.


한 그릇에 탄생해 내 앞에 오기 전에

이미 '사장'님의 정성스러운 철학이 들어가


신선하고

조용하게


'나'의 마음에 위로를 주었기 때문이다.


'팥라테'를 마시면서 느꼈다.


수많은 상품들 사이에서

눈에 띄려면

솔직한 솔직함을 '나'의 재료로 삼으라는 것.


그게 나의 신선함이자

고요함이 될 수 있기에


오히려 그래서 '나'를 찾는 마니아들이 더 생길 수 있다는 것.


그게 내가 느낀 교훈이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 와중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희의 모든 가게의 원료, 청은

다 제가 직접 고르고 만든답니다.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드릴까요?'



그 이후


정말 긴 얘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주로 '재료' 고르는 법

'제조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털어놓기는 힘들다.


그러나!! 내가 인문학적으로 얻은 부분들을

조심스레 적어보려 한다.



나에게 사장님의 철학 및 특징을 적어보라고 하신다면

아래와 같이 나열할 수 있다.


1. 모든 것이 (커피시럽 제외)하고 수제이고, 국산이다.

2. 그 수제를 매일 준비하신다.

3. 내년을 위해 '숙성'이 필요한 거까지 계산하셔서 준비하신다.

4. 그저 주위의 이웃들이 더 많이 와서 건강하게 쉬다 가시길 바라는 그 마음뿐.

sns에는 관심도 없으시다.

5. 손재주가 좋으시고, 또 그러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해도 지치시지 않으신다.



말씀을 들으면서

어떻게 사람이 저러시지... 싶었다.


재료를 위한 준비를 매일 하는 거 또한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그렇다고 장사가 항상 잘 되는 거도 아닐 텐데...


경제적인 거 재치더라도

'정신적'으로 어쩜 저렇게 겸손하고 행복해 보이실까.


그리고 어떻게 생각한 대로 뚝딱뚝딱 내보이실까.


'나' 또한 끝까지 버티는 힘과, 실패해도 일어나서 노력하는 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데...

이 '사람'은 그냥 '행복'해 보이네... 대체 뭐지, 그 이유가 뭘까?



'대추차' 이야기 : '나'만의 것을 갖기 위해 매일 할 수 있는 것.



사장님께서 자신의 대추차(적포도 대추차, 유자 대추차, 쌍화 대추차)를

만들고 숙성하는 과정을

이미지로 보여주시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와중


'나'는 사장님께 여쭤보았다.



"사장님, 근데, 이렇게 매일 매년 준비하시면
안 힘드세요?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단순히 즐거워서 그러신 건 아닌 거 같은데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랬더니 “이것이 나의 대추차잖아요.”라고 하셨다.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헐....


아... '성공'을 위한 노력은 결국 실패를 더 많이 할 걸 알고도 지속하기 힘들구나...


'나 만의 것'이라는 명확하지만 소소하고 단순한 목표가

결국엔 어떤 시행착오도 감내하고 지속하게 만들어주는 거구나.


재료 손질만 매일 8시간을 투자하시는데도...

매일 자신의 재료를 만들어 가는 그 과정에서 대단한 행복을 느끼신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 깊게 깨달은 부분이 있다.


‘나’만의 것을 명확하게 갖고 있는 것은 계속 나아가게 해주는
‘동기’ 이자 ‘목표’ 그리고 ‘전략’이 된다.


내가 다시 '연기'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나 자신이 재밌었고, 행복한 기억도 있었지만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도 없지 않았던 거 같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도 이해한다.


그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를 빼면 되는 것이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목표'가 되면


그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적으로 '타인'에 의지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뭔가 재밌어서 시작한 거고

그로 인해 펼쳐질 여정들이 재밌어서 한 거라면


'타인의 인정'이 목표가 아니라


'나만의 것'을 그 영역 속에서
만들어 갈 생각으로 해야 한다.


당연히 '자신감'이 없어 어떻게 '나만의 것'을 만들어 반박할 수 있다.


근데,


괜찮다!!


어차피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거도

세상에 하나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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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만의 대추차를 찾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정리가 되어가고 있던 와중.


사장님께서는 나의 팥라테 잔이 비었다는 것을 확인하셨다.


그렇게 이어서 '과일청'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과일청:
'나'만의 것이 된다는 것은 '나'에게 적절한 숙성기간을 찾는 것이다.



어, 소화 좀 되야죠 그렇죠??
우리 집 레모네이드 맛있는데,

차가운 거 좋아하시면 드려도 괜찮을까요?


세상에나 나는 여기서 몇 잔을 마시는 걸까.

이런 카페는 없다.


'레모네이드'를 제조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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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서

'너 이거도 마시면 놀랄 걸'이라는 표정으로





한 번 마셔보라고 하셨다.


역시나...


'신 맛이 나지 않는데,
참한 레모네이드 맛'

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의 놀라는 표정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사장님께서는 말씀을 이어가셨다.



"저는 딱 시간을 정확하게 쟨답니다.

특히 과일청들은 제대로 숙성이 되면,

그들에게서는 또 다른 맛이 나온답니다.


그에 따른 '나'만의 숙성법을 아는 것 또한 재미예요.


물론, 솔직히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기는 했죠.


그래도 '저'만의 숙성법을 찾을 때의 희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답니다."



'나'만의 숙성법


어떻게... 메뉴 제조 얘기만 나누는 거뿐인데...


'나'는 몇 가지 인생철학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내가 '연기자'로서
'영상제작자'로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달까...


'나'만의 숙성법...

같은 인간이라도 우리가 어떻게 어떤 분야에

초점을 두고 담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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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에게 자신이 만들어 둔 여분 과일청들이 있다면서...


이렇게....'나'한테 선물로 주셨다 ㅜㅜㅜㅜ


'나'는 전라도 카페는 '그랑터' 말고는 안 갈 것이다.


옆에 있는 은색봉지는 '연밥'이다.


그렇다... 다, 사장님이 주신 것이다...




팥라테, 대추차, 과일청 그리고 '그랑터'
: '너'만의 연기는 왜 '너'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는지.



사실... 솔직하게


'연기'를 시작한 게 내가 잘한 일인가...

돌은 걸까...


아직도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배우로서 외적으로 큰 강점이 있다고 늘 인정받아 왔던 거도 아니고

연기를 아무리 학창 시절에 좋아하고 즐겼다 해도

내가 그 길을 꾸준히 이어왔던 거도 아니고



그럼에도 나는 매일 아침

세수하고 거울을 보며


'비록, 일도 많고

시작한다고 손해를 본 일도 많았지만


내가 드디어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막연하게라도

어쩌면 구체적으로라도 시작을 밟았네.'


솔직히 말해 아직도...


내가 대체 뭐 하는 건가 싶다.


그런 복잡한 생각을 그나마 정리해 주었던


'그랑터' 사장님과의 대화 속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다면

남들한테 인정받으려고

성공해서 보여주려고


나의 꿈의 실현 속에 '타인'이 껴있어야 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대추차'


'나만의 연기'


'나만의 행동동사'


'나만의 캐릭터'


를 찾기 위해 몰입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는 것.




그거 하나, 내 마음속에 깊숙이

박혀버린 거 같다.


물론, 배우는 '타인'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영역이든

그 영역에서 '나'의 역량을 키워가는 건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우리가 뭔가를 위해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지고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고

그 자체로도 조금의 행복을 느낀다면


오늘도 그 시선을


'나만의 것'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게


나의 진정한 재능 실현이지 않을까 싶다.





> 생각난 행동동사


건네주다.

설명하다.

권유하다.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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