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유 Aug 21. 2024

분홍 시집


당신이 멀리서 보내온 시집을

눈만 껌뻑이다 덮는 날이 허다했지만


가을 되면 나는

노오란 은행잎을 책장 사이마다

끼워 넣는 일은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끼워둔 은행잎이

언젠간 바스러질 것을 잘 알지만

그 자리 그대로 가만히 두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방금 내가 끼워둔 은행잎과

조금 다른 당신의 은행잎에

당신을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내가 이날 끼워둔 은행잎은

내 하루고

당신이 그날 끼워둔 은행잎은

당신의 하루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가을바람에

나 또한 그저 좋은 하루를 끼워 넣습니다

당신의 좋은 하루는 어디쯤 끼워 넣었나요


분홍 시집 사이 나란히 우리가 있습니다








이전 09화 아쉬움: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