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나에게 쳐들어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그 이야기 안에서
관계와 가치를
엮었다가 풀었다가 하느라
시에 게을러진 나입니다
그러나
나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숨 쉬고 있을 뿐입니다
시라는 가면을 쓰고
스치듯 내 속을 찍어 놓다가
그것만으로 부족할 때
나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싶을 때
나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는 사이
새해가 조용히 밝았습니다
부모가 된 뒤로
내게는
3월이 시작입니다
모두의 시작에
나는 아이와 겨울잠을 잡니다
지난해를 돌아보며
다가올 해를 기다리며
서로에게
기대며 안으며
잠이 듭니다
우리네 삶에 잠은 참 소중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의
중심에도
잠이 있습니다
잠은 나의 무의식이고
나의 소망이고
나의 후회고
나의 안식입니다
혹한의 계절을 끌어안고
나의 숨에서 태어난 인물들과
잠들기 전까지 춤을 추겠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