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외로운 소년이었을 때 내가 안아줄 수 있었다면

나는 그때 없었지만 안아주고 싶은 밤

by 헤리나

소년이 다섯 살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청상에 과부가 된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과 복중이었던 아이를 보고 평생 재가 하지 않고 시부모님을 모시며 살았다.


소년의 할아버지는 완고한 어른이셨는데 전쟁 때 잃은 두 아들(소년의 아버지인 장남과 차남) 밑으로 줄줄이 세 아들과 딸이 하나 있었다.

소년은 그 아들들의 조카였고 때론 할아버지의 나이 어린 막내아들처럼 자라게 되었다.


유일한 딸인 소년의 고모가 결혼을 하고 고모부가 생기자 소년은 세 명의 작은 아버지와 한 명의 고모부 틈에서 또 열심히 무리의 일원인 양 끼어 있었다.


그 소년은 이제는 늙으신 나의 아버지다.

얼마 전 문득 떠오른 듯 어린 시절의 어느 날을 말해주셨다.


“한 번은 다 같이 마당에 불 피아가 밤을 구워 먹었어. 고모부가 밤 껍데기를 칼로 까가 내한테 줬는데 내가 받아먹었더니 덜 익었던가봐. 덜 익은 밤을 뱉고 찡그리며 ‘페페 이거 덜 익었다 ’ 하니까

고모부가 씩 웃으면서 ‘내가 만데 네한테 익은 거 줄까 봐~’ 하는기라“

그때 옆에서 각자 밤을 먹던 작은 아버지들 셋이 따라서 웃었단다.


“ 그기 한 번씩 생각나는 거 보니 그때 어린 마음에 무안했던 가봐. 고모부라 캐봐야 내보다 열몇 살 많았으니 시근이 들었겠나 그냥 총각이지 “


아마 당시 소년보다 열다섯 살 정도 많은 청년들이 밤을 구워 껍질을 까 끝에 앉은 아버지 없는 조카에게 건네주는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 중 하루였을 것이다.


그러다 덜 익은 밤이라 어린아이가 뱉어내자 건네준 고모부도 순간 무안해서 태연한 척 농담을 한 것이고 그 농담에 같은 또래의 작은 아버지들도 흐흐 웃고 지나간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읽어낼 수 없는 어린 소년은 위축되고 외로웠던 날로 기억에 남은 것이다.


어린 소년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홀어머니는 어른들 눈치 보느라 당신 자식을 온전히 편들고 사랑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아빠가 비록 아버지를 일찍 잃었지만 조부모님 보호 아래 대가족 울타리에서 자라 외롭지 않았을 거라 짐작했었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아니었다.

어린 소년은 외롭고 막막한 날도 많았던 것이다.


아빠 없는 소년이 너무 안쓰러워 아픈 밤이다.

그 소년이 가여워 안아주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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