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6
의미 있는 목표가 필요한 이유는 인생의 고통을 존재의 행복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스럽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이고 존재한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목표는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 목표가 달성되면 존재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인생이 발목 잡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어렵게 취직한 증권회사에서 잘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선배가 알려준 교수의 길을 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인생은 매 순간이 고통스럽고 버거웠다. 그 순간만 지나면 평온하고 안정적인 시간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미래에 미뤄두곤 했었다. 그렇게 하지 못했던 그 많은 일이 그 순간에는 미치도록 하고 싶었다.
‘시간만 되면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거야. 못다 했던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을 키울 거야.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거야.’
이십 대에는 미래의 불안 속에 공부하며 인생이 흘러갔고, 삼십 대에는 가정을 이뤄 돈에 쫓기며 인생이 흘러갔고, 사십 대에는 승진과 안정을 쫓다 인생이 흘러갔다. 오십 대가 되자 인생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지만 고민했던 많은 일이 해결되었다. 이제는 못다 했던 일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불안을 안고 종일 도서관 한구석에 앉아 있었어도 그 하루가 아쉽지 않았다. 주식과의 씨름에서 벗어나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그러나 지금 어느 때보다도 공허하고 방황하는 나의 영혼을 본다. 믿어 왔던 많은 가치가 그때는 중요해 보였는데 지금은 흥미를 주지 못한다.
그때 미뤄두었던 일들을 지금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자꾸 핑계만 대며 편안함만 추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 편안함은 끝이 없어서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아무 일도 하기 싫은 게으른 세포가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잡고 있다.
지나고 보면 고통이 한가득할 때 몸과 생각은 움직였다. 그때마다 간절히 평온한 세상을 꿈꾸었다. 그러나 정작 평온한 시간이 다가오니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다. 몸과 생각을 자극할 그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우두커니 멈춰 서 있다.
비록 고통을 한가득 안겨줄지언정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목표가 있을 때 행복한 것 같다. 그 목표는 어떠한 고통도 감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것이다. 의미 있는 목표를 찾았을 때 존재는 행복한 것이다.
항상 열심히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자기를 그렇게 만든 목표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목표를 찾는 것도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그 사람의 능력이다. 인간은 행복해지려면 편안하게 그냥 놔두면 안 되는 존재이다. 행복은 고통 사이의 순간이다. 행복해지려면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