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막내는 원래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던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그 한마디가
세상을 조금 환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노점 앞을 지나가면
상인들은 늘 웃었다.
"어머 또 왔네."
군밤 한 줌
붕어빵 하나,
아이 손에 쥐어 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막내는 두 손으로 받아 들고
또박또박 말했다.
"감사합니다."
동네 슈퍼마켓에 가면
막내의 목소리부터 들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가게 안이 점점 밝아졌다.
나는 그 옆에서 괜히 어깨를 폈다.
그 아이가
어느 날부터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말수가 줄고,
표정은 단단해졌다.
사춘기는
조용히 들어왔다.
그날은 오랜만에
군밤 노점을 지나쳤다.
상인은 막내를 보자마자 말했다.
"어이구, 인사 안 하니?"
예전 같으면
막내가 먼저 달려가
허리를 꾸벅 숙였을 텐데.
막내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만 아주 조금 끄덕였다.
"..."
말은 나오지 않았다.
상인은 웃으며 군밤을 건넸다.
"많이 컸네."
막내는 받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 말이
예전의 "감사합니다"와는
조금 다른 온도였다.
나는 그 장면을
아무 말이 없이 지켜봤다.
돌아오는 길에
막내가 내 손을 잡았다.
말은 없었지만
손은 꽉 쥐어졌다.
나는 그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밝게 인사하던 아이는
조금 까칠해졌고,
표정은 덜 웃는다.
그래도 길을 건널 때면
여전히 내 손을 찾는다.
말은 줄어도
손은 남는다.
아이들은
표현을 바꾸며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