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막내는 아직 내 손을 잡는다.

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by 조용한 가장

막내는 원래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던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그 한마디가

세상을 조금 환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노점 앞을 지나가면

상인들은 늘 웃었다.

"어머 또 왔네."

군밤 한 줌

붕어빵 하나,

아이 손에 쥐어 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막내는 두 손으로 받아 들고

또박또박 말했다.


"감사합니다."


동네 슈퍼마켓에 가면

막내의 목소리부터 들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가게 안이 점점 밝아졌다.

나는 그 옆에서 괜히 어깨를 폈다.


그 아이가

어느 날부터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말수가 줄고,

표정은 단단해졌다.

사춘기는

조용히 들어왔다.


그날은 오랜만에

군밤 노점을 지나쳤다.

상인은 막내를 보자마자 말했다.

"어이구, 인사 안 하니?"

예전 같으면

막내가 먼저 달려가

허리를 꾸벅 숙였을 텐데.

막내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만 아주 조금 끄덕였다.

"..."

말은 나오지 않았다.

상인은 웃으며 군밤을 건넸다.

"많이 컸네."


막내는 받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 말이

예전의 "감사합니다"와는

조금 다른 온도였다.


나는 그 장면을

아무 말이 없이 지켜봤다.


돌아오는 길에

막내가 내 손을 잡았다.

말은 없었지만

손은 꽉 쥐어졌다.

나는 그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밝게 인사하던 아이는

조금 까칠해졌고,

표정은 덜 웃는다.

그래도 길을 건널 때면

여전히 내 손을 찾는다.


말은 줄어도

손은 남는다.


아이들은

표현을 바꾸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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