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그 선택조차 숨 가쁜 에너지를 요구한다. 문제가 닥쳤을 때 이겨내지 못한 자신을 탓하지만,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오늘 하루,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본다. 구름은 느릿하게 흘러가고 바람은 내 마음을 흔든다. 선택을 미루는 동안 마음속 불안은 조금씩 커진다. 그 불안은 낮은 속삭임으로 시작되어 머릿속을 채우고 가슴을 두드린다.
“이 길이 맞을까?”
“선택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까?”
생각은 끝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는 침대에 누워 손끝만 움직이며 휴대폰 화면을 스크롤한다. 순간의 자극은 불안을 잠시 마비시키지만, 그 평화는 너무도 짧다. 다시 밀려오는 불안은 조금 더 날카롭고, 조금 더 깊게 내 마음속을 파고든다.
“나는 왜 이렇게 느린 걸까?”
“다른 사람들은 다 잘만 사는 것 같은데.”
비교의 물결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머릿속 파도는 현실보다 크고 거세다. 눈앞의 문제는 작게 느껴지고, 상상의 불안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나는 선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숨과 떨림을 견뎌야 한다. 불안은 나를 시험한다. 잠깐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몸은 쉬어도 머릿속은 쉬지 않는다. 나는 숨을 쉬는 것처럼, 생각을 하는 것처럼, 불안을 느끼고 반복한다. 이 반복 속에서 자존감은 조금씩 닳아간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강하지 못할까.”
하지만 버티는 것도 선택이다. 버티는 하루하루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조금씩 나를 지탱한다. 나는 작은 승리를 쌓아 올린다. 보이지 않는 성취지만 의미는 크다. 선택하지 않는 것조차 나를 지키는 방법이 된다.
“오늘 하루, 버텨서 다행이야.”
그 한 마디가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린다. 선택을 미루는 동안 나는 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처럼,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물결 위에. 하지만 배는 떠 있어도, 움직이고 있다. 조금씩 방향을 찾고, 균형을 잡고, 물결과 함께 흘러간다. 불안과 함께 떠 있는 것도 삶의 일부다.
“이 순간에도 나는 살아 있어.”
때로는 두려움이 앞서 선택을 막는다. 때로는 내 마음이 나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 모두를 견디며 나는 조금 더 알게 된다. 선택의 크기보다 버티고 견디는 나의 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이고, 그 자체가 의미가 있음을 나는 느낀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조금 전보다는 가벼워졌다. 나는 내 마음을 이해하고, 내 속도를 받아들인다.
“오늘 하루, 이렇게 살아서 괜찮아.”
그 한 마디가 나를 잠시 지켜준다. 선택의 순간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버티고 견디는 순간도 결코 작지 않다. 나는 오늘도 바다 위를 떠 있는 배처럼 조금씩 흔들리며 나아간다. 불안과 함께, 그러나 무너지지 않고, 조금씩 나를 만들어가며. 선택하지 않아도, 나는 살아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위에서, 나는 다시 숨을 쉬고, 오늘의 나를 살핀다.
“나는 여기 있어. 버티고 있어.”
그것이 내 선택이며, 내 존재의 증거다. 불안은 여전히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나는 그 안에서 조금씩 나아간다. 그리고 오늘 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