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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과 케데헌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이번 주는 이틀 연속 서촌을 갔다.

월요일 막내를 신촌에 내려주고 오는 길에 서촌 아키비스트에서 아인슈페너를 한가롭게 먹고 돌아왔다.

어제도 아이를 논현역에 데려다주는데 아내가 눈짓으로 또 가자는 것이었다. 시간도 빨라 서촌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코다리집에 들어갔다. 난 코다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 번은 가야 할

것 같았다. 역시 내 입맛엔 안 맞다고 투덜거리며 먹었다가 집에 와서 아내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새로운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다. 햇볕은 따가워도 그늘에 들어가면 바람이 시원해,

손을 잡고 걸으며 가을날씨를 만끽했다. 요즘 막내가 밝아져 우리 부부도 덩달아 신이 난 것 같다.

작년 한 해 휴학을 하고 집에만 있어 은근 걱정을 했다. 언제부턴가 언니처럼 밤마다 나가 한두시간씩 걷고

오더니 살도 빠지고 얼굴도 밝아졌다. 내가 워낙 동네 걷는 걸 좋아했고, 아내와 밤마다 산책을 많이 했는데

아이들도 그대로 하는 것 같다. 막내가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믿고 기다려 준 보람이 있다.


아이들 선교원 다닐 때 두 딸들과 이대 들어가 카페 야외벤치에 앉아 캠퍼스를 바라보던 추억이 있다.

큰 딸은 기억이 난다고 하고 막내는 없다고 한다. 그때만해도 언감생심으로 아이들과 대학 구경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랬던 꼬마들이 이렇게 건강한 성인이 된 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학업, 취업, 결혼 등 계속 부모 걱정들이 샘솟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히 지켜만 볼 뿐이다.

거짓말처럼 아이들은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언젠가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이 무섭기도하다.


카멜커피는 평상시 너무 사람이 많아 엄두가 안 나던 곳인데, 그날은 다행히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창 밖으로 경복궁 담벼락과 가로수가 운치 있고 커피맛도 좋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경복궁 앞 횡단보도를 지날때마다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깜짝깜짝 놀란다. 케이팝데몬헌터스 열풍으로 요즘 더 핫해진 것 같다. 해외에서 난리가 났다고 해서 영화를 보았는데, 도통 뭐가 재밌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내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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