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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와 어부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큰 딸과 동네 탁구장에 갔었다.

2학기 교양과목으로 탁구를 한다며 며칠 전부터 엄마아빠와 치고 싶다고 했다. 원래 다녔던 탁구장이

아닌, 집 근처 탁구장으로 아내와 아이가 먼저 가 있었다. 막내를 바래다주고 가보니 딸아이가 엄마와

제법 랠리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 중학교 방학때마다 몇번 탁구 레슨을 받게 했지만 이 정도 실력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


아내와 나는 탁구 레슨을 6년 넘게 받아오다 최근 2년 정도 못하고 있다. 아내가 회사 출근을 하면서

마라톤을 하기 시작했는데, 탁구 재미가 살아나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집 근처 탁구장은

시설이 낙후됐고, 사장이 바가지를 씌워 기분이 상했다는 것이다. 지난 번은 라켓을 가져왔는데 규정

할인을 안 해주고, 이번엔 둘이 치고 한 명이 심판을 봤는데 복식 요금을 내라고 했다.

말 못 하는 우리 성격도 문제지만 그러고 나니 가기가 싫어졌다.


집에서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 아내에게 뭐라 했더니, 5천 원에 즐거웠던 추억을 망칠 거냐며 잊으라 한다.

이번엔 가까운 곳에서 싶었는데 아무래도 예전 가던 곳으로 가야할 것 같다. 시설도 깨끗하고 항상

조금씩 깍아줘 손님 마음을 사는 젊은 사장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흠이지만 말이다. 그 이유 때문인지

우리 동네 탁구장은 항상 텅 비어있다. 돈은 청결하고 사람을 사는 사람에게 흘러들어 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저분하고 작은 돈을 탐내는 사람은 큰 돈을 벌 수 없는 것 같다.


집 앞 탁구장을 두고, 차를 운전해 어머님 집에 주차를 하고 사람들이 많아도 찾아가는게 사람 마음이다.

어쩌면 나도 5천 원에 하루 기분을 망칠뻔한 가난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아내 말대로 그런 것에 화내는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란 말이 찔렸다.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손해에 연연하는 사람은 다를 것이 없다.

돈은 물 같아 마음이 넓고 온유한 사람에게 흘러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고기를 낚는 어부가 아니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는 예수님 말씀까지 생각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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