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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Sep 06. 2024

스미싱과 바이러스

결혼 20년 차 일기

스미싱과 바이러스     2020년  2월  29일


요즘 세상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이다.

오늘 드디어 6일 만에 확진자가 200명에서 3000명으로 증가했고 매일 500명씩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하루 종일 집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다른 사업을 벌이지 않았고, 아내가 시작한 일도 재택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위안이 된다.


 오늘 아침에도 또 말도 안 되는 일로 부부싸움을 했다.

아침에 친구들 단톡방에 요즘 택배회사를 가장한 스미싱 카톡이 온다며 절대 눌러보지 말라며 화면을 띄워 놓아서, 아내에게도 말해줬더니 자신에게도 보내 달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전달하기를 눌러 보내줬는데 아내가 곧바로 내가 보내준 그 화면을 눌러서 그곳으로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며 왜 누르지 말고 바로 삭제하라고 쓰여 있는데 눌렀냐며 막 뭐라 했다.


 그랬더니 아내는 링크로 연결되는 스미싱 화면을 보내주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이런 경우는 화면 캡처를 해서 보내 준다는 것이었다. 아내 말도 일리는 있었으나 나는 경솔하게 누른 당신이 잘못 아니냐며 뭐라 했고, 아내는 이런 링크를 단체방에 보낸 사람이 더 잘못한 거라며 억울해했다.

내가 아내 핸드폰도 스미싱 되었을지도 모른다며 끝까지 뭐라 하는 바람에 서로가 언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렇게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가 실수로 나도 그 화면에 터치가 되면서 스미싱 화면에 접속이 되어 버렸다. 

재빨리 나오기는 했으나 찝찝한 기분이 들고 아내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리며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아내는 만약 자신이 보내준 화면에 내가 그렇게 잘못 들어가 스미싱 되었다면 당신은 나를 엄청 원망했을 거라 하는데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도 아내와 똑같은 입장이 되고 보니 아내의 억울함이 이해되었다.

여하튼 상대방의 고의가 아닌 실수는 절대 비난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반성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몰려와 엄마 주장에 몰표를 주면서 나는 완전히 꼬랑지를 내리고 말았다.

우리는 살짝 들어갔다가 나왔으니 큰 피해는 없을 거라 위안을 삼으며 서로에 대한 비난을 멈출 수가 있었다.

꼼짝 안 하고 집에만 있는데도 스미싱 바이러스가 우리 부부 사이를 침투해 우리 사이를 병들게 하려 한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이 점점 무서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나쁜 세균들은 강해지고 전파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언제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자신도 모르게 병든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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