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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사업

중년 투자 일기

by 일로

2012년 요가원을 정리한 후 일로투자연구소라는 명함을 만들고 고시원에서 전업 투자를 하다 망했다.

정신을 차리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에 2013년 46살 나이로 동네 입구의 청담동 고시원을

2억 5천만 원에 인수하게 되었다. 아파트 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정신없이 운영해 보니 각종 경비와 이자를

빼고 매월 500원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이 나왔다.


자신감이 생겨 2014년에 신사동 고시원에 사채 3억 5천을 빌려 투자하게 되었다. 이자 200과 각종 경비를 빼고도 1년 정도 500 정도의 수익이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사드사태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가로수길이 죽으면서 공실이 많아져 힘들어지기 시작 했다. 거기다 건물주가 매년 월세를 올려 팔고 나오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2년 간 고난의 터널을 통과한 후 2018년에 급매로 팔고 빚을 청산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2017년부터 두 고시원 모두 힘들어지기 시작해 팔려고 내놓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다 2018년 청담동 고시원 빌딩이 매각되면서 새 주인이 재건축을 한다며 명도소송장을 보내왔다.

이렇게 쫓겨난다면 5년 간 고생만 하고 투자금을 모두 날린 셈이 되는 것이었다. 명도소송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손해배상 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힘겨웠던 명도소송 공방은 2019년 5월 법원조정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때도 아내의 현명한 조언이 있었기에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었다. 변호사는 소송을 대리할 뿐 증거를 만들고 손해액을 고수하여 받아 내는 건 완전히 우리 몫이었다. 10개월 간 내용증명을 주고받고, 전화 녹취를 하고, 증거를 만들고, 팽팽한 기싸움을 하는 등 숨 막히는 긴장과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있을 때 상대측이 우리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신사동 고시원을 인수하고 1년 정도 자신감이 충만하여 또 사채를 써 선릉역 고시원을 하려 했다.

이즈음 우리에게 영향을 받은 친구 부부가 고시원을 하려 해 망설이다가 친구 부부에게 양보를 했다.

근데 생각만큼 되지 않아 1년 만에 다시 팔아 버려 내 마음이 더 홀가분해졌다. 이때 이 고시원을 팔아 준 중개인이 내 인생 은인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했던 모든 고시원들을 중개하고 팔아주었기 때문이다.


처음 청담동 고시원을 인수하고 큰 하자가 발견되어 이 중개인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잠을 못 잤다.

그래도 이분과 끝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기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내 인생 수호천사가 되어 주었다.

나는 타인에게 받은 것에 집중하고 고마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내 인생을 잘 풀리게 해주는 것 같다.

내가 그 중개사와 틀어졌거나 욕심을 부려 선릉역 고시원을 직접 했다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잘 나갈 때 주변과 화목하게 지내야 위기에 직면했을 때 구세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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