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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Feb 15. 2022

임국영 ‘태의 열매’ 리뷰

창비 2021 겨울호 소설부



이 단편은 성경 말씀으로 시작한다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아버지의 폭력과 무심함에 대응하는 아들의 생존기랄까


시작부터 성경이 등장했길래 ‘이 소설 속 주인공이 크리스천인가? 또는 작가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지만 실은 주인공이 기독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호탕하면서도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중증알코올중독을 앓고 있다

어머니는 너그러우면서도 책임감있고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 역시 생존자다


놀라우면서도 당연한 것은

아들과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살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명절에 아버지를 찾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

‘자칫하다 아버지를 죽일까봐’요


두 모자는 목숨을 내놓고 살아온 것과 다름 없다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할 공간이 생존을 건 전쟁터로 변모했으며

압도적인 존재에 의해 모든 삶이 좌지우지 되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결국 성경이 등장한 이유는 친할머니로부터 어머니에게로 전승되는 ‘인민의 아편’으로서의 종교적 기능,

이를 인정하면서도 끊임없이 의문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신앙을 갖는 것이 온전한 해결책인지 주인공은 의심하고 있는 듯하다


타고난 생존과 귀가본능으로, 숱한 음주운전의 피해와 잔해 속에서도 꾸준히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

그리고 그를 상상 속에서도 죽이지 못하는 아들의 증오와 두려움

두 존재가 끊임 없이 충돌하면서도 종래는 유쾌한 웃음으로 마무리되고 만다


마치 지나치리만큼 경쾌한 음악 속 모든 주인공들이 살해되는 영화처럼


어머니의 성경책을 찢어 숨겨둔 대마(또는 쑥)을 말아 피우는 아버지와 아들이

잠에서 깨어 황당해하는 어머니에게 사과하며 포복절도하는 것,


상상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첫 만남을 부수고 들어가 아버지를 차로 치고도

죽지 않는 그와 단번에 죽어버리는 자신에 대해 서로 자지러지게 웃고 마는 것,


이 소설은 이렇듯 쓴(또는 가벼운) 웃음으로 인한 해소를 모티프로 삼는다

실상은 현실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지만 마음의 안정을 얻어가는 어머니의 신앙처럼!

(비록 내게는 그렇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아버지의 추악한 모습을 비슷하게 담아내는 아들이 안타까우면서도 현실적이다

죽도록 증오했던 대상이었으나 뼛속 깊이 배어 있는 악습이 되풀이되는 것,

결국은 그와 같은 길을 걷게될까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작가에게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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