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아빠가 눈병에 걸려 오셨다. 그리고 이틀 뒤 내 눈이 빨개졌다.
나의 친한 친구도 나에게 전염이 되어 다음 날 눈이 빨개져 있더라.
어찌나 미안하던지 어린 마음에 미안하다는 말 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미안해서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툭 던진 말.
“너 때문에 쟤가 눈병 걸린 거 아냐.”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그 자리에서 선 채로 서럽게 울었다.
참았던 미안함을 그렇게 다 토해낸 것 같다.
고개를 떨구고 소리도 내지 않고 울었고 눈물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나의 얼굴은 순식간에 눈물 콧물로 뒤범벅이 되었다.
내가 서럽게 울자 무안함에 자리를 피했던 그 사람.
요즘 주위에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는 소식을 자주 듣는다.
그 말을 들을 때 나는 눈병이 걸렸던 나를 떠올린다.
혹여나 내가 누군가를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말이 칼날이 되어 이미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더한 생채기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