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자매 Apr 11. 2024

#04 나의 아빠에게

아빠의 네 번째 입원

이번 아빠의 네 번째 입원은 교통사고다.


자전거를 타고 노인회관을 다니시는데 승용차와 접촉사고가 나셨다.


밭에 나갔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집으로 온 엄마는


사고 현장을 뒤늦게 가보셨단다.


집 앞에서 다치셨는데 입구에 아빠의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엄마가 가셔서 피를 닦으려고 해 보셨는데 닦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14 바늘을 꿰매셨다고 하시더라.


아빠는 놀라 말도 잘 못하셨다고 한다.


의사소통이 원래 안되시는 분이냐길래 아빠가 많이 놀라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19 구조대원님과의 통화는 사실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아빠가 도보로 이동 중 탈진이 와서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구조 요청을 하셨다.


가게 주인분께서 119에 전화를 하셨고 아빠 휴대폰으로 나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교통사고라고 하셔서 많이 놀란 건 사실이다.


감사하게도 골절 없이 얼굴만 꿰맨 것으로 끝나셔서 다행이었다.


다만 아빠가 일어나거나 앉을 때 통증을 호소하시고


얼굴도 피멍이 드신 상태여서 입원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새벽이나 밤에 갑작스러운 통증 호소를 대비해 병원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아빠가 입원하시는 며칠 동안 고물자전거들을 싹 버리려고 한다.


아빠는 항상 고물자전거만 타신다.


심지어 경품 추첨으로 새 자전거를 받아도 절대로 타는 법이 없다.


다 남을 준다.


새 자전거를 왜 안타냐고 물으면 새 자전거는 다 훔쳐간다나?


그럼 남을 주면 그 사람 건 뭐 안 훔쳐가나.


우리는 그저


아빠가 안 다쳤으면 좋겠다.


아빠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아빠가 고물 좀 안 주워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응, 엄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