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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꽃향기 Oct 31. 2022

불면증

불면증


외국에 있는 업체와 작업하다보니 나의 낮밤은 바뀌어 버렸다. 물론 내가 올빼미형 인간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작업이 없을 때에도 이런 저런 인터넷 웹서핑, 유튜브 등을 하다가 동이 트는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이불을 펴고 잠에 든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가 힘들게 잠이 들고 예전에는 늦은 오전에 일어나 아점부터 먹는 생활이었다면, 지금은 오후 늦게 일어나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밤에 야식을 먹는 완전히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어쩔 때는 배고프거나 허리가 아프지 않은 이상 계속 누워 있고만 싶다. 불면증과 우울증의 어느 중간 지점에 내가 놓여있는 듯하다.


오래 전에 있었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왼쪽 허리와 어깨, 다리에 계속되는 통증이 있어왔고, 작년에는 동네 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불완전하게 놓여 있던 물건이 떨어지면서 생긴 악관절장애로 인해, 이제는 평소에 꾸준히 이어지는 통증을 이고 산다. 그래서 그런지 잠이 들 때는 편하지가 않고, 일어나서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

후유…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그래서 요즘 난 가만히 집에서 쉬고 있으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각종 통증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간날 때마다 걷기 위해 무조건 밖에 나간다. 바람도 쐴 겸 눈도 쉬어줄 겸… 참 재밌는 것은 일정 시간 바깥 바람을 쐬고 걸어주면 통증이 좀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불면증이  생긴 걸까? 예전에는 잠만 자고 일어나면 저조한 컨디션도, 우울한 기분도 모두 해결되곤 했다. 나는 잠을 자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타입이었는데아무래도 불안한 미래, 정해진  없는 매일매일의 , 모두 달리는데 나만 제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종합적으로 불면증을 유발하는  같다. 이불펴고 잠을 자는  자체가  편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모지? 나 자신을 편하게 해 주는 것에 죄책감이 있는 것일까? 웃음이 사라져 버린 내 얼굴…

웃음이 돌아올까? 긴 터널 속의 빚을 볼 수 있을까? 행복의 파랑새는 나와는 상관없는 그저 동화속의 이야기일 뿐일까?


척박하고 삭막한 현재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픔과 고통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으리라. TV 속에 나오는 험악한 뉴스들, 막장 드라마들의 아귀다툼하듯 끊임없이 쏟아내는 잔인하고 혹독한 대사들,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욕과 은어가 넘쳐나는 매스미디어들… 그런 상업적 이미지의 홍수들 속에 우리는 더욱 지쳐간다. 내 진짜 현실은 전혀 대변해 주지도 않고 그에 대한 관심도 가져주지 않으면서, 각자 자신만의 욕망과 목적만을 끊임없이 세뇌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며, 나는 점점 내 울타리 안에서 더욱 몸을 움츠린다. 더는 간섭받고 싶지도 않고, 관계를 연장시켜 나가고 싶지도 않기에… 그렇게 우리는 모두 외톨이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아무도 내 얘기는 들어주지 않을 거야’ 체념하면서 소통이나 대화를 뒤로 한다. 그렇게 내 정서는 점점 메말라 가고 사고는 냉소적이 되어 간다. 누구에게도 공감할 수 없는 둔감한 상태로…

매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어했던 나는 어디 갔지? 세상의 부조리나 불공평함에 당당하게 맞서던 나는 그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나이 들어감에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뎌지고 무덤덤해지고, 늙어버림에 갖혀 버리는 내가 되는 것이 두렵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갈까봐 두려운 것이다. 누군가의 인형이나 허수아비가 되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매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오지 않는 찰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우리는 빛을 보며 다시 힘을 내고 희망을 품으며 나아간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기, 바람, 냄새 등… 우리가 손으로 잡아보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 곁에 소중히 함께 숨쉬고 있는 것들로 인해 우리는 다시 새로워진다. 그게 인생이고, 삶이다.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에 어디선가 날아온 홀씨 하나가 내려앉아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꽃을 피운다. 누가 물을 주고, 양지바른 곳에 심어주지 않아도, 홀씨는 스스로 자라난다. 강한 비바람이 불고, 햇볕이 불타오를 것처럼 내리쬐어도 그렇게 생명력을 뽐낸다.


인간은 너무나도 연약하고 부서지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의 끝에서 또 다시 일어나는 것이 인간이다. 어떠한 논리적인 공식으로도 답이 나오지 않는 예측 불허의 예외사항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다시 일어나 보련다. 로또가 되어 일확천금을 누리게 해주는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짓지 않아도, 나는 내 두 다리로 새롭게 걸어가고 또 길을 내리라. 아무도 가보지 못한 나만의 길로… 그 누구도 재단할 수 없는 나만의 틀을 갖추고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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