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계절의 끝에서
나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재촉하거나 닥달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옥상에서 내려왔다.
밤이 늦어 모두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다시 혼자 생각에 빠졌다.
놓아주는 용기는 나지 않았다. 아직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못다한 말들과 함께하고 싶은 미래가 가득한데, 이 세계를 어떻게 놓아줄 수 있을까. 함께하고 싶다는 것은 내 욕심일까.
그 때 재현이 옆에 와 조용히 앉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우리 사이엔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조금 더 지나 재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도 여기가 좋아. 여기선 너가 잘 웃고, 잘 먹고, 이야기도 잘하니까”
그도 나를 보지 않았다.
다만, 조금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 혼자 있고 싶은 거야?”
재현은 이 세계에 나 혼자 남고 싶냐고 물었다.
내가 남으면 당연하다는 듯 함께 남을 다른 아이들의 마음이 부담스러웠던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어쩌고 싶은 건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남고 싶다.
하지만 혼자는 싫다.
그럼에도.. 이기적이게 다른 아이들의 미래까지 내가 잡아두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번엔 꽤 긴 침묵이었다.
“너가 없으면… 나는 어디로 가야해?”
재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봤다.
그제서야 보였다.
곧 울 것 같은 재현의 눈이.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쳐다봤다.
그의 눈은 언제나 다정했고 나를 위했다.
그런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나 때문에.. 또..
아, 사실.. 도망치고 싶었던 건, 남고 싶었던 건 이 세계가 아니라 이 아이들 옆이었다.
그의 눈을 보는 그제야 알았다.
나는 사실 현실로 돌아가면,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싫었을 지도 모른다. 다시 바쁘게 일상생활을 보내고, 각자의 인생에 집중하며 더 이상은 옛날처럼 함께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싫었을 지도 모른다.
“나 이 세계에서 행복했어..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영원했으면 싶을 정도로.. 근데 재현아 ..지금이 너무 행복한데.. 다 사라진 후에 나는 어떻게?.. 그 때 나는..?”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한 번 흐른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재현의 눈이 조금 놀라 흔들린 것 같았다.
“다시 혼자이기 싫어..”
나는 다시 고개를 무릎에 박으며 말했다.
조금 중얼거리듯 말해서 그에게 들렸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무릎을 감싼 손에 힘을 더 주었다.
그 때, 재현이 나를 안았다.
“혼자 둬서 미안해..”
작게 속삭였다.
“이제 절대로.. 혼자두지 않을게.. 우리 다 함께 있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잖아. 이제 계속 함께하기로 했잖아..”
애원하듯 말했다. 믿어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모두 함께일 때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다. 그 행복은, 그 꿈은 나 혼자만 바란게 아니다. 모두가 바라는 미래일 것이다.
늘 재현이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 말에 담긴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응..”
나는 작게 답했고 그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나를 안은 팔에 힘을 더 주어 안았다.
밤새 한숨도 못 잤다.
눈을 감을 때마다, 찬영이의 얼굴이 아니라 기다려주겠다던 애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이제 희망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창 밖을 보니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나는 방 문을 열고 나와 찬물로 세수를 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오늘따라 더 밝은 듯한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선우는 물을 정리하고 있었고, 재민과 재현은 가방을 챙기고 있었고, 민혁은 말없이 신발끈을 묶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여기선 늘 이 장면이 당연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얘들아.”
내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숨을 한번 고르고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
잠깐, 아주 짧은 정적.
재민이 눈을 크게 떴다.
“진짜?”
나는 웃었다.
“응. 진짜.”
민혁이 신발끈을 묶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래. 그래야 너지.”
“뭐가?”
“결국은 가자고 할거라고.”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끈을 단단히 조였다.
“너 도망치는 거 싫어하잖아.”
묘하게 확신에 찬 말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선우가 물통 뚜껑을 닫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래, 가자.”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용기 내는 거, 생각보다 어려웠지?”
잠깐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이 유독 따뜻했다.
“응..”
재현은 아무 말 없이 나를 한참 보다가 천천히 다가왔다.
“후회 안 해?”
“할 수도 있지.”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도… 가볼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천천히.
재현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와
내 가방 끈을 정리해줬다.
“근데 하나만 약속해.”
“뭘?”
“이번엔 혼자 버티지 말기.”
그 말이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았다.
“응.”
짧게 대답했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이번엔 도망이 아니었다.
나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재촉하거나 닥달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옥상에서 내려왔다.
밤이 늦어 모두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다시 혼자 생각에 빠졌다.
놓아주는 용기는 나지 않았다. 아직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못다한 말들과 함께하고 싶은 미래가 가득한데, 이 세계를 어떻게 놓아줄 수 있을까. 함께하고 싶다는 것은 내 욕심일까.
그 때 재현이 옆에 와 조용히 앉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우리 사이엔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조금 더 지나 재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도 여기가 좋아. 여기선 너가 잘 웃고, 잘 먹고, 이야기도 잘하니까”
그도 나를 보지 않았다.
다만, 조금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 혼자 있고 싶은 거야?”
재현은 이 세계에 나 혼자 남고 싶냐고 물었다.
내가 남으면 당연하다는 듯 함께 남을 다른 아이들의 마음이 부담스러웠던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어쩌고 싶은 건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남고 싶다.
하지만 혼자는 싫다.
그럼에도.. 이기적이게 다른 아이들의 미래까지 내가 잡아두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번엔 꽤 긴 침묵이었다.
“너가 없으면… 나는 어디로 가야해?”
재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봤다.
그제서야 보였다.
곧 울 것 같은 재현의 눈이.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쳐다봤다.
그의 눈은 언제나 다정했고 나를 위했다.
그런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나 때문에.. 또..
아, 사실.. 도망치고 싶었던 건, 남고 싶었던 건 이 세계가 아니라 이 아이들 옆이었다.
그의 눈을 보는 그제야 알았다.
나는 사실 현실로 돌아가면,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싫었을 지도 모른다. 다시 바쁘게 일상생활을 보내고, 각자의 인생에 집중하며 더 이상은 옛날처럼 함께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싫었을 지도 모른다.
“나 이 세계에서 행복했어..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영원했으면 싶을 정도로.. 근데 재현아 ..지금이 너무 행복한데.. 다 사라진 후에 나는 어떻게?.. 그 때 나는..?”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한 번 흐른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재현의 눈이 조금 놀라 흔들린 것 같았다.
“다시 혼자이기 싫어..”
나는 다시 고개를 무릎에 박으며 말했다.
조금 중얼거리듯 말해서 그에게 들렸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무릎을 감싼 손에 힘을 더 주었다.
그 때, 재현이 나를 안았다.
“혼자 둬서 미안해..”
작게 속삭였다.
“이제 절대로.. 혼자두지 않을게.. 우리 다 함께 있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잖아. 이제 계속 함께하기로 했잖아..”
애원하듯 말했다. 믿어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모두 함께일 때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다. 그 행복은, 그 꿈은 나 혼자만 바란게 아니다. 모두가 바라는 미래일 것이다.
늘 재현이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 말에 담긴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응..”
나는 작게 답했고 그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나를 안은 팔에 힘을 더 주어 안았다.
밤새 한숨도 못 잤다.
눈을 감을 때마다, 찬영이의 얼굴이 아니라 기다려주겠다던 애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이제 희망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창 밖을 보니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나는 방 문을 열고 나와 찬물로 세수를 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오늘따라 더 밝은 듯한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선우는 물을 정리하고 있었고, 재민과 재현은 가방을 챙기고 있었고, 민혁은 말없이 신발끈을 묶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여기선 늘 이 장면이 당연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얘들아.”
내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숨을 한번 고르고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
잠깐, 아주 짧은 정적.
재민이 눈을 크게 떴다.
“진짜?”
나는 웃었다.
“응. 진짜.”
민혁이 신발끈을 묶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래. 그래야 너지.”
“뭐가?”
“결국은 가자고 할거라고.”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끈을 단단히 조였다.
“너 도망치는 거 싫어하잖아.”
묘하게 확신에 찬 말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선우가 물통 뚜껑을 닫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래, 가자.”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용기 내는 거, 생각보다 어려웠지?”
잠깐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이 유독 따뜻했다.
“응..”
재현은 아무 말 없이 나를 한참 보다가 천천히 다가왔다.
“후회 안 해?”
“할 수도 있지.”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도… 가볼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천천히.
재현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와
내 가방 끈을 정리해줬다.
“근데 하나만 약속해.”
“뭘?”
“이번엔 혼자 버티지 말기.”
그 말이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았다.
“응.”
짧게 대답했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이번엔 도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