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의 아이러니
어깨와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뒤로, 나는 달 목욕을 끊었다.
매일 목욕탕을 찾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희열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땀을 쫙 뺀 뒤 마시는 시원한 냉커피 한잔.
이보다 더 좋은 피로해소법이 있을까.
목욕탕은 참 재미있는 곳이다.
모두가 편안하게 몸을 담그는 공공장소인데 그 안에는 암묵적인 규칙들이 존재한다.
특히 '달목욕' 회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문화는 나에게 낯설었고 신기했다.
'내 자리. 네 자리'를 정해두고 혹여 다른 사람이 앉으면 자리싸움이 벌어지는 광경은 씁쓸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그런 풍경 속에서 나는 혼자 오신 어르신들의 등을 밀어드리기 시작했다.
구석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힘겹게 몸을 씻는 어르신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짠 하기도 하기에..
처음에는 등을 밀어드리는 내 마음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오늘도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고 뿌듯했었다.
하지만 나의 따뜻한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한 요구로 변해갔다.
어르신들은 내가 목욕탕에 오기를 기다렸다가 당연한 듯 '등좀 밀어라'라고 시키거나
'어깨도 좀 주물러봐' 라며 요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려려니' 하고 넘겼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친절을 베풀다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특히 어깨인대파열로 온몸이 아팠던 날이라 그 당연한 요구는 나에게 짜증으로 다가왔고
결국 참지 못하고 어르신께 따끔하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리고 후회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저 모든 것에 짜증이 났다.
왜 친절을 베풀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까?
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걸까?
나는 내가 몸이 좋아 않아서 친절을 거두었을 뿐인데 마치 내가 잘못한 것처럼 사람들은 나를 몰아세웠다.
앞으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지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나이 들어서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는 힘든 하루였다
친절을 베풀다가 상처를 받는다는 것
그 감정은 참 복잡하고 아프다...
친절을 베풀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친절을 거절할 권리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