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0. Sentence] 볶아 볶아
D-90. Sentence
"볶아 볶아."
정말 오랫동안 거기서 거기인
커트단발머리를 고수해 왔다.
20대 때 머리를 길렀던 적이 있고,
그때는 무지개색 브리지도 넣어보고
그 긴 머리에 파마도 해보았지만,
결론은 내가 봐도,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았다.
심지어, 남편이 나를 처음 보았던 날은
내가 남편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면접을 갔던 날이었다.
면접을 보러 온 긴 파마머리의 나를 보고,
정말 안 어울리는 머리를
왜 하고 다닐까 의아해했던 것이
나에 대한 첫인상이었을 만큼.
그래서 30대에 접어들면서
중단발이 단발이 되고
단발머리가 커트단발이 되어,
그 머리가 그 머리였다.
늘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싶었지만
막상 미용실을 나서면
매번 같은 스타일이 되어버리는.
(나도 참 고지식하다는 생각이.)
그러다 얼마 전
오랫동안 다니던 미용실을 바꾸게 되었고,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하는 나에게
원장님은 빈티지펌을 추천해 주셨다.
머리손질에는 똥손이라는 나에게
관리할 것도 없이
머리를 말리고 에센스만
바르면 끝이라는 원장님 말에
충동적으로 오케이를 했다.
웨이브 단발머리를 하고
미용실을 나서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참.. 촌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보다
주변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늘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웨이브 머리 덕분에 부드러워 보인다는...)
원장님의 말씀처럼
관리도 매직파마를 한 생머리일 때보다
훨씬 쉬웠다.
(일어나자마자 그냥 에센스 마구 발라주면 끝.)
변화직전은 늘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그 변화가 실패든, 성공이든,
내 뜻대로 되든, 되지 않든.
늘 변화하고 또 시도해야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찾아갈 수 있고
나 또한 더 여유롭고 넓어지는듯하다.
올해는
머리뿐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주어지는 대로 시도하고
또 시도해 볼 생각이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와 상관없이
결국은 모든 시도는
나에겐 성공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오늘도
3.1절을 맞이하여
여의도에 나가 내 목소리를 내고 왔다.
지금껏 적극적인 국민은 아니었지만,
이 또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시도이자 변화이다.
안 볶던 머리를 볶았듯이
내 하루하루도 또 변화해 보자.
나에게 더 어울리는 나 자신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