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8] 이해(Ehae)
D-278. Sentence
이해(Ehae)
느낌의 시작
토요일 아침, 익숙한 카페의 문이 닫혀 있었다. 두 번째 단골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뜻밖의 선택이 나를 새로운 공간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마주한 건 단 10분이었지만, 오래 기억될 나만의 순간이었다.
마음의 흐름
남편이 격주로 토요일 근무를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의 주말 풍경도 조금 달라졌다. 늘 그랬듯 새벽예배 후 두 아들과 함께 홍대 근처 단골 카페로 향했다. 오픈 시간이 빨라서 ‘얼리 모닝 라떼’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곳. 그런데 오늘은 Closed. “괜찮아, 다른 데 가자.”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가 맛있기로 소문난 또 다른 단골 카페로 옮겼지만, 역시나 닫혀 있었다. 그제야 인스타 피드에 올라왔던 “이번 주 휴가” 공지가 떠올랐다. 웃음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보던 중, 며칠 전 블로그에서 본 신상 카페가 5분 거리에 있다는 게 생각났다.
차를 뒷편에 세우고 첫째는 라디오를 들으며 차에 남았다. 화장실이 급한 둘째와 나는 카페로 들어섰다. 사실 원래는 테이크아웃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페 문을 여는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커피잔에 담긴 라떼를 잠시라도 앉아서 즐기고 싶은 충동이 몰려온 것이다. “엄마 잠깐만 앉아 있을게. 너는 형이랑 라디오 듣고 있어.” 내 말에 눈치 빠른 둘째는 기분 좋게 차로 돌아갔다.
창가 자리에 앉아 라떼와 간단한 식사를 주문했다. 인스타에서 보고 꼭 맛보고 싶었던 그릭 요거트와 땅콩버터, 블루베리잼 토스트. 먼저 나온 따뜻한 라떼를 두 손으로 감싸쥔 순간,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창밖을 보며 라떼를 홀짝이는데, 오늘 아침의 선택이 참 고마웠다. 곧 나온 토스트를 바삭하게 베어 물자,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지며 그 충만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다시 차로 돌아가니, 두 아들은 라디오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기들만의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단 10분이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워킹맘으로서의 자리에서 벗어나 나에게만 허락된 10분. 순간, 카페 이름이 떠올랐다. 이해(Ehae).
왜 이해일까? 오늘 내가 만난 이해는 ‘나를 위한 이해’,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보게 해주는 작은 여백이었다. 그 10분 덕분에 다시 일상으로 들어설 힘이 생겼다. 아이들 아침을 챙기고, 브랜딩 특강 PPT를 만들고, 집안을 청소하고, 첫째 숙제를 챙기는 평범한 하루를 이어갈 힘. 창밖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다시 맑아졌다. 오늘도 그렇게, 보통날의 특별함 속에서 하루가 흘러갔다.
내 안의 한줄
“단 10분, 오늘 하루를 이해하게 만든 선물이었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된다.